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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안철수에게 왜 역전당했나

현재 문재인 캠프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적폐 세력'(박근혜, 김기춘 등)이 구속되면서 '적폐 청산'을 주장하는 세력의 정치적 반사이익이 소멸됐기 때문이다. 적폐세력이 사라졌을 때도 같은 컨셉의 선거운동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탄핵에 적극 동참했던' 상대 경쟁후보에게도 과거 공포의 동원 전략을 적용하는 것. 그게 바로 '적폐연대론 전략'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안철수를 지지하는 약 35%의 유권자를 '적폐'로 규정한 셈이다. 안철수와 박지원은 군부독재 세력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을 '적폐연대'라고 규정하면 국민들이 보기에는 그저 황당할 뿐이다.

  • 최병천
  • 입력 2017.04.10 06:22
  • 수정 2017.04.10 06:37
ⓒKBS

KBS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5자구도에서 안철수 후보 36.8%, 문재인 후보 32.7%이다. 격차는 4.1%p이다. 5자구도를 포함하여 '모든 구도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지지율은 더 벌어진다.

한겨레에서는 동률로 나왔고, 내일 조선일보 등 다른 매체에서도 5자구도에서 안철수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가 더 많이 나올 예정이다. 실은 지난 금요일 갤럽조사에서 서울-충청이 넘어가면서 예견된 일이었다.새로운 변화가 없다면 호남과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안 후보쪽으로 지지율이 조금 더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40대에서도 조금 더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파격적인 변화가 없다면...

왜? 급격하게 따라잡히고 그리고 뒤집어졌을까?

'원인분석'이 정확해야 '처방'이 정확해진다. 왜? 급격하게 따라잡히고 그리고 뒤집어졌을까? 문제의 원인이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문재인 캠프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적폐 세력'(=박근혜, 김기춘 등)이 구속되면서 '적폐 청산'을 주장하는 세력의 정치적 반사이익이 소멸됐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으면 지지율을 되돌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군부독재 세력이 망하면 그 다음 위기에 빠지는 세력은 누구일까? 정답은 '군부독재와 싸우는 것'을 업으로 했던 학생운동이다. 실제로 1995년 전두환-노태우가 구속되자 학생운동은 1996년-1997년 연대와 한양대 사건을 거치며 몰락했다. 왜? '미션'(=반사이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냉전진보'의 상징적 존재인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면 그 다음에 위기를 겪는 세력은 누구일까? 정답은 '냉전진보를 자신들의 존립기반으로 했던' 냉전보수 세력의 우두머리 박근혜와 김기춘 등이다. 역시 미션(=반사이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군부독재가 몰락하면 학생운동이 망하고, 냉전진보가 몰락하면 냉전보수가 망하는 것은 그야말로 헤겔과 맑스가 그토록 강조했던 '변증법의 원리'이다.

문재인 캠프가 겪는 위기의 본질은 적폐가 구속되니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반사이익이 소멸됐기 때문이다.

현재 문재인 캠프가 겪는 위기의 본질은 적폐가 구속되니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반사이익이 소멸됐기 때문이다. 역시 '변증법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 세력은 반독재 민주화를 통해 성장했다. 실제로 성공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 민주당의 역대 대선 캠페인의 핵심은 '군부독재 세력의 재집권'을 환기시키며, 이에 대한 공포감을 동원하는 것이었다. 최장집 교수는 이를 '공포의 동원'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집권 비전을 보여주는 방식'(=통치능력의 입증)이 아니라 '반사이익'만 취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과거-현재-미래가 있으면 이들은 '과거의 환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경쟁력을 어필했다.

즉, 민주당 주류의 역대 대선 캠페인 전략은 '독재세력 재집권 저지 담론'의 유포가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실제 순서는 이렇다. 1) '악의 무리'가 쳐들어온다. 2) 그러니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하자. 3) 사퇴하지 않는 진보정당 후보들은 '악의 무리'에 동참하는 자들이다. 이게 선거운동의 거의 전부였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약 35%의 유권자를 '적폐'로 규정한 셈이다.

최근 일련의 대응으로 봤을 때, 현재 문 캠은 '공포의 동원 캠페인'을 가장 잘하는 사람들로 꾸려졌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공포의 동원 캠페인'은 적폐 세력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발휘할 때는 그럭저럭 먹힐 수 있다.(승리는 절대 못하고 최대 약 45%정도까지는 동원된다) 그런데, 적폐세력이 사라졌을 때도 같은 컨셉의 선거운동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탄핵에 적극 동참했던' 상대 경쟁후보에게도 과거 공포의 동원 전략을 적용하는 것. 그게 바로 '적폐연대론 전략'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안철수를 지지하는 약 35%의 유권자를 '적폐'로 규정한 셈이다.

'적폐연대론'은 여러가지로 부적절하다.

• 첫째, 안철수와 김성식, 박지원은 군부독재 세력이 아니다. 안철수는 벤쳐 기업가, 김성식은 CA(제헌의회) 그룹과 진보정당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박지원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비서실장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적폐연대'라고 규정하면 국민들이 보기에는 그저 황당할 뿐이다.

• 둘째, 적폐연대론은 오히려 '반문 정서'를 활성화시켜주는 접근이다. 일반 유권자가 보기에 '거부감-혐오감'을 강화시켜서 결과적으로 안철수 후보 선거운동을 해주는 꼴이다. 내 주변에도 문재인 후보를 돕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이런 논조로 글을 쓰는 분들을 많이 봤다. 캠프의 기조가 그러니 당연하다. 그런데 그런 글을 쓰면 쓸수록 그 분들은 의도와 무관하게 '안철수 후보 선거운동'을 해주는 셈이다.

• 셋째, '혁신된 보수' 유권자의 존재를 완전히 간과하고 있다. 새누리당-반기문-안희정-안철수로 흘러간 유권자의 다수는 탄핵을 찬성했던 '혁신된 보수' 유권자로 봐야 한다. (*헌재의 인용 이후에도 탄핵을 반대한 유권자는 약 10%에 불과하다.) 진보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듯 보수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진보가 전부 주체사상파가 아니듯, 보수도 전부 꼴통 박근혜 찬양론자가 아니다.

그러나, '적폐연대론'은 보수 내부의 이런 차이를 전면 무시한다. 그것은 마치 진보 일부에 주체사상파가 있다는 것을 빌미 삼아 냉전보수가 진보 내부의 차이에 둔감한 것과 같은 오류이다. 적폐청산론은 적폐세력과 경쟁할 때 유효한 담론이다. 안철수-국민의당은 적폐세력이 아니다. 물론 조갑제같은 사람도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조갑제 같은 사람이 안철수 지지기반의 중심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 후보의 '유권자를 비난하는' 방식의 선거운동은 과도한 접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반감을 키우는 선거운동에 다름 아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 그야말로 전면적인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세 가지를 바꿔야 한다.

• 첫째, 파격적인 인물로 '선대위원장'을 바꿔야 한다. (누가 봐도, 우와~할만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

• 둘째, 새로운 선대위원장은 기존 문 캠프를 '해체하는' 수준으로 쇄신해야 한다. 기존 문 캠프의 핵심 인물들을 대부분 바꿔야 한다. 대신, 정책과 정치를 동시에 알만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야말로 '능력중심, 탕평 캠프'를 꾸려야 한다.

• 셋째, 컨텐츠와 기조를 바꿔야 한다. 핵심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비전은 후보 자질과 연동돼야 한다.

그리고 상대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하더라도 '찌질한' 네거티브는 중단하고, 팩트가 단단하고 '자질'과 관련된 네거티브로 엄격하게 제한될 필요가 있다.

지지율 자체는 덜 중요하다. 엎치락 뒤치락할 수 있다. 오히려 진짜 위기는 최근 보여지는 '문 캠의 대응기조'이다. 캠프의 해체에 준하는 쇄신. 빠를수록 좋다. 30일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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