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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마치 '하우스 오브 카드'의 한 장면처럼 시진핑을 압박했다

  • 김수빈
  • 입력 2017.04.07 12:33
  • 수정 2017.04.07 14:12
US President Donald Trump (R) welcomes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L) to the Mar-a-Lago estate in West Palm Beach, Florida, on April 6, 2017. / AFP PHOTO / JIM WATSON        (Photo credit should read JIM WATSON/AFP/Getty Images)
US President Donald Trump (R) welcomes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L) to the Mar-a-Lago estate in West Palm Beach, Florida, on April 6, 2017. / AFP PHOTO / JIM WATSON (Photo credit should read JIM WATSON/AFP/Getty Images) ⓒJIM WATSON via Getty Images

휴양지에서 만나 만찬을 벌이고 있는 사이 미사일 59발로 1만km 떨어진 곳의 비행장을 쑥대밭으로 만들다. 오늘 미국 플로리다와 시리아에서 있었던 일을 교차편집해 보면 아마도 '하우스 오브 카드'의 한 장면 같으리라.

미국 플로리다의 휴양지 마라라고. 현지시간 오후 7시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을 가졌다. 뉴욕스트립 스테이크에 캘리포니아산 샤르도네가 곁들여졌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나라의 지도자들의 첫 대면이었다.

시리아 서쪽의 지중해 해상. 현지시간 오전 3시 40분. 두 척의 미군 구축함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9발을 발사됐다. 토마호크는 홈스에 위치한 샤이라트 비행장을 정확히 타격했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지 내 움직임이 가장 적을 때인 새벽 시간을 골랐으며 주로 항공기와 격납고 등의 인프라를 겨냥했다. 트럼프 행정부 최초의 대규모 군사 행동이었다.

당시 플로리다의 현지시간은 오후 8시 40분.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찬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시진핑 일행은 8시 51분에 마라라고 리조트를 떠났다.

시진핑과의 만찬이 끝나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난 후인 오후 9시 40분경 트럼프는 시리아 공격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다.

이날 트럼프의 메시지는 그가 평소 전하던 것과는 완전히 느낌이 달랐다. 시리아의 신경가스 공격 사건에 대한 감성적인 측면을 건드리면서 그가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처음으로 '신(god)'이란 단어까지 썼다:

"아사드는 무고한 남성, 여성 그리고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신경가스의 사용은) 천천히 진행되는 잔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심지어 아름다운 아기들까지 이 야만적인 공격으로 잔혹하게 살해됐습니다. 어떠한 신의 아이들도 이러한 공포에 시달려서는 안됩니다."

이어 트럼프는 자신이 시리아의 샤이라트 비행장에 대한 선별타격을 군에 지시했음을 밝혔다. 그리고 시리아 내전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세계의 모든 국가들에게도 협력을 요청했다:

"아사드의 행동을 바뀌기 위한 지난 수년간의 시도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것도 매우 극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중략) 오늘밤 저는 모든 문명국가들에게 시리아의 학살과 피바다를 끝내는 데, 그리고 모든 종류의 테러를 종식시키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입장과 정확하게 대구를 이룬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하여 지난 20년간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모두 실패했다고 말한 바 있다.

늘 행복해 보이는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도 오늘 시리아를 보면서는 그리 행복하지 못했으리라.

시리아와 북한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를 거치면서 제대로 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걸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사드의 시리아 정부군은 2013년에도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국제적인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중동전문가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당시 오바마가 '레드라인'을 수차례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군사행동을 취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의 별다른 변화도 얻어내지 못했고 북한의 핵 기술 향상을 용인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가 이러한 상황을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 레버리지로 활용할 생각을 안했을 리 없다. 시리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하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트럼프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물론 북한에 대한 선별타격은 시리아에 대한 공격과는 차원이 다른 결심을 필요로 한다. 북한의 핵전력은 철저히 요새화돼 있어 토마호크와 같은 정밀유도무기로도 타격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북한은 또다른 초강대국 중국과 국경을 연하고 있어 공격을 할 경우 그 여파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간 국제사회가 머뭇거리고 있던 시리아 문제에 놀랄만큼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이번에 보여주었다. 같은 결정을 북한에 대해 결코 내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인남식 교수의 평가다:

"그동안 수위를 높여오며 자기 백성 학살을 지속했던 아사드를 미국이 이렇게 신속하게 타격한 것은 놀랍다. 물론 아사드 정부 전복에 직접 나선 군사작전은 아니지만 트럼프의 전격 군사공격은 지난 몇년간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오바마는 물론 국제사회가 손놓고 보고 있었던 지난 6년이었는데... 어떻든 행동하는 미국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트럼프 행정부를 다르게 볼 여지가 생겼다."

트럼프는 이미 수차례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이 돕지 않으면 미국 혼자서도 한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명분만 쌓이면 북한에 대해서도 군사적 옵션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을 트럼프는 시진핑과의 첫 만찬과 시리아 공격을 동시에 치르면서 보여준 셈이다.

아마도 시진핑은 만찬장을 떠났을 때쯤 방금까지 만찬을 같이 하고 있던 사람의 지시로 그간 미국의 속을 썩이고 있던 국가에 대해 최초로 대규모의 공격을 개시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것이다.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것이 북한을 두고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벌일 협상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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