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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전쟁이 나면 어떡하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일 년에 몇 번쯤은 전쟁상황에 대비하여 민방위 훈련을 경험하게 된다.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기거나 정해진 대피소로 줄을 지어 이동하는 것은 늘 그것이 최선의 안전인가 의심이 들긴하지만 수십년간 변하지 않은 규칙인 걸 보면 특별이 이의를 제기한 이도 없는 것 같다. 또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귀청을 찢을 듯한 사이렌이다. 이 순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우리 학교의 아이들에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소통을 소리에 의지하는 시각장애 아이들에게 그 시간은 또 하나의 장애, 의사소통의 장애가 발생하는 순간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 안승준
  • 입력 2017.04.07 08:31
  • 수정 2018.04.08 14:12
ⓒjakkapan21 via Getty Images

세계 유일의 슬픈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일 년에 몇 번쯤은 전쟁상황에 대비하여 민방위 훈련을 경험하게 된다.

시각장애 학교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제는 친근하기까지한 라디오의 특유한 아저씨 목소리가 나오면 정해진 수칙에 따라 대피훈련을 한다.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기거나 정해진 대피소로 줄을 지어 이동하는 것은 늘 그것이 최선의 안전인가 의심이 들긴하지만 수십년간 변하지 않은 규칙인 걸 보면 특별이 이의를 제기한 이도 없는 것 같다.

또 하나 변하지 않은 너무도 익숙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귀청을 찢을 듯한 사이렌이다.

대피훈련이 최소한의 자기방어라는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지독할 정도로 시끄러운 그 소리는 자연스레 우리의 몸동작을 그대로 멈춰 있게 만들어 버린다.

그런데 이 순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우리 학교의 아이들에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소통을 소리에 의지하는 시각장애 아이들에게 그 시간은 또 하나의 장애, 의사소통의 장애가 발생하는 순간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물론 아랫배 힘 잔뜩 넣고 발성을 끌어올려 대화를 한다면 몇 마디 나누는 것마저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으나 실제 전쟁상황에서 인솔교사의 호통과 당황한 아이들의 큰소리들이 사이렌 소리와 경쟁을 벌인다면 그 소리들 중에 우리에게 명확한 정보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을 해 본다.

화재대피 훈련도 그닥 다르지 않은 상황인데 소화전이 울리고 소방차의 사이렌까지 가세하는 순간이면 평상시 익숙하던 장소에서도 방향감각 찾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그것이 만약 실제 상황이라면 당황과 긴장 흥분 따위의 감정들과 뒤섞여 우리의 대피가 성공할 확률은 몇 배는 더 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반대로 청각장애인들에겐 이 모든 알림의 신호들은 무용지물에 가까운 것이어서 정확한 상황파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못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차분히 지켜보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들도 종래에는 정확한 사태파악을 할 수는 있겠지만 한시가 급한 실제상황이라면 정보의 습득이 즉각적이냐 그렇지 않냐의 차이는 적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진대피 훈련 때도 그 밖의 재난상황을 가정한 훈련에서도 우리의 목숨과 관련한 훈련상황들은 정말 우리를 위한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특히 지진이나 화재상황에서 엘리베이터의 사용이 극도로 제한되는 것은 거동이 불편한 몇몇의 친구들에겐 '거기 가만히 있어!"라는 어딘선가 들어봄직한 잔인한 메시지로 작용하기도 한다.

민방위 훈련도 화재대피 훈련도 지진대피 훈련마저도 아이들에겐 그저 수업 한 시간 빼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서 깔깔대며 장난치는 그저 즐거운 시간인 것 같다.

그러나 핵실험이나 지진 가능성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여객선조차 마음대로 탈 수 없는 이 나라의 교사는 그 시간 그 아이들의 웃음이 마냥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온갖 다양한 소리들과 알림방식들 중에서 민방위 훈련이나 소화전은 아직도 그런 소리만 가져야 하는 것일까?

조금 더 침착하한 소리로 자연스럽게 대피를 도울 수 있는 보편적인 알림 방식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시각장애인도 청각장애인도 안전할 수 있는 권리 그것은 평상시에나 전쟁시에나 국가에서 당연히 보장해 주어야 하는 최소한의 책임임에 분명하다.

화재시나 지진 발생시 엘리베이터의 이용이 제한되는 것 또한 우리가 교육 받은 것처럼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첨단이란 이름의 소재들과 설계들이 휠체어 탄 장애인의 대피 방법 하나 만들어 내지 못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관련 지식이 별로 없는 나의 생각만으로도 건물외벽 쪽의 환기 가능한 엘리베이터라면 지금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전문가의 손길이 닿는다면 해결 못할 영역은 아니리라고 확신한다.

대피용 엘리베이터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르신들을 포함한 이동 약자들의 대피소 접근성 또한 쉽게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안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또한 국민의 안전보호는 국가가 존재하는 최우선적인 의미라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비상시 소수 약자의 대피와 안전에 대한 연구는 많이도 부족했던 것 같다.

전 국가를 슬프게 하고 전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세월호가 다시 뭍으로 올라왔다.

전으로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지만 전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만은 꼭 막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주변 그리고 우리들 모두 안전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곳은 없는지 샅샅이 살피고 고쳐나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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