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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날 저장고'가 또 하나 생겼다

  • 강병진
  • 입력 2017.04.05 16:20
  • 수정 2017.04.05 16:22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의 영구동토층에 있는 국제종자저장고. www.croptrust.org

북극점에서 1300㎞ 떨어져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스피츠베르겐섬의 한 산악지대. 이곳에는 이른바 ‘최후의 날 저장고’가 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고도 불리는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SGSV)다. 유엔 세계작물다양성재단이 주도해 만든 이 저장고엔 자연 재해나 핵전쟁 등 불의의 세계적 대재앙이 닥치더라도 후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소중한 종자를 물려주기 위해 현재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온 식물 종자 88만여종이 보관돼 있다.

2008년부터 영구동토층에서 외롭게 종자를 지켜오고 있는 이 저장고에 최근 소중한 이웃이 하나 생겼다. 이 이웃이 자리잡은 곳은 같은 산에 있는, 20년 이상 버려진 석탄 폐광이다. 지난 3월27일 문을 연 이 저장고는 그러나 종자 저장고가 아니다. 서적, 문서, 오디오, 비디오 등 디지털 지적재산을 보관하는 데이터 저장고다. 이름은 북극세계보관소(Arctic World Archive)다. 특히 정부나 연구 기관, 기업이나 개인들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이 디지털 도서관의 저장 방식은 놀랍게도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이다. 디지털 데이터를 특수 개발한 감광성 필름에 담아 저장한다. 기본적으로 QR코드로 저장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디지털 기록 보관소로 쓰인 스발바르제도의 버려진 광산 내부. 피클 제공

왜 이런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 보관했을까? 무엇보다 일단 완성된 필름은 디지털 데이터처럼 해킹을 당할 위험이 없다. 데이터가 필름에 새겨져 있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해커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방식의 장점은 또 있다. 장기 보존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날로그에 비해 디지털은 쉽게 기록하고 저장할 수 있지만, 저장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게 단점이다. 플로피 디스크(FD), USB는 길어야 10년이고 CD롬 DVD 같은 광디스크는 수십년, 아무리 보관을 잘해도 100년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디지털 기록 보관업체 피클(Piql)의 아날로그 방식을 이용하면 적어도 500년 동안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최대 1000년까지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 고객이 된 브라질과 멕시코의 문서보관소 관계자가 팻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편리한 디지털의 취약성 드러내는 사례

이 저장고의 첫 고객은 브라질과 멕시코다. 브라질 국립문서보관소는 헌법 등을, 멕시코 보관소는 잉카시대 이후의 역사적 추억이 담긴 담은 문서 등을 맡겼다.

아날로그방식 기록 보관소의 등장은 첨단 보안기술들로 겹겹이 둘러싸인 디지털 기록들이 실제론 얼마나 보안에 취약한지를 역설적으로 잘 드러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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