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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인물들이 시도했을 법한 창업 아이템 3가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역사 속 위인들의 행적을 찬찬히 뜯어보다 보면 그 기질이 뛰어난 사업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다. 위인은 민심을 읽은 후, 앞으로 올 세상을 정확히 파악해 자신의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모아 대업을 이룬다. 명사업가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 뒤, 그것에 자신의 비전을 결합해 조직을 만들고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역사 속 위인들이 지금 세상에 태어났다면 아마도 창업으로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만약 역사 속 인물들이 IT 기술이 대세인 현재에 다시 태어났다면 어떤 종류의 창업을 했을까를 책을 통해 상상해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건, 기술 자체보단 그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일이다.

1. 세종대왕 : 빅데이터에 기반한 전자정부

정치인의 새로운 시도도 '창업'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분명 세종대왕은 그 중 맨 앞자리에 놓일 인물이다. 조선 시대에 벌써 '빅데이터에 기반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시도한 분이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은 재임 당시 토지 1결당 일정하게 10두의 세금을 정하는 공법을 시행했는데, 이처럼 새로운 세금 정책을 실시하기에 앞서 '여론 조사를 통한 보완' 과정을 거친다. 진정 이 제도를 백성들이 찬성하는지, 결점은 무엇인지를 백성들에게 '직접' 듣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게 1430년 3월부터 5개월간 전국에서 의견을 낸 사람의 수는 무려 17만 명에 달했다. 요즘에도 만 명 단위의 여론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점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빅데이터'라 불릴 만한 양의 정보가 조선 조정에 모였던 셈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13년에 걸쳐 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 삼아 당초 구상했던 공법을 보다 실생활에 알맞게 보완하는 데 성공한다. 저자에 의하면 요즘 논의되는 빅데이터 활용 기준에 적용해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만약 세종대왕이 지금 시대에 정치 지도자가 되었다면 누구보다 먼저 '빅데이터에 기반한 전자정부'를 구축하지 않았을까?

"빅데이터 활용에 있어 네 가지 기준을 준수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600년 전쯤 우리는 그것을 훌륭히 해냈다...조선 시대 세종대왕 때 일이다...세종대왕은 방대한 양(Volum)의 빅데이터를 모아 필요한 것을 고르고, 글과 음성 등 다양한 형식(Variety)의 데이터가 한 가지 주제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정리했다. 그리고 13년이라는 기간 동안 흘러가는(Velocity) 백성들의 의견을 부지런히 모았으며 반대 혹은 전혀 다른 목적으로 쓰이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했다. 끝으로 위정자의 입맛에 맞게 데이터가 조작되거나 결과 값이 부풀려지지 않았는지를 걱정해 진실한(Veracity) 정보인지 끝까지 확인했다." (책 '제 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 고평석 저)

2. 신개 : 어학 학습 어플

"10년을 공부해도 외국어 왕초보! 중요한 건 실전 회화!" 어학원이나 외국어 화상 채팅 서비스 업체의 광고가 아니다. 무려 조선 세종대왕 시절 사역원(조선시대 외국어 통•번역 기관)에서 근무하던 신개의 생각이다. 당시 외국어라고 하면 으레 '중국어'를 의미했는데, 그는 사역원 관리들이 10년씩이나 중국어를 공부해놓고도 실제 중국에서 두어달 살다 온 사람보다 실력이 뒤떨어지는 현실을 개탄하며 모름지기 외국어란 '음식을 먹는 것처럼 일상 생활에서 사용해야' 실력이 는다고 주장하였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외국어 학습의 ABC는 똑같았던 것이다.

그런 그가 IT기술을 활용해 창업을 한다면 제일 먼저 구상했을 사업은 무엇이었을까. 다름 아닌 '어학 학습 어플'이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간편해야 하고, 생각날 때마다 익힐 수 있어야 하며, 한시도 몸에서 떼어놓지 않는 물건을 활용해 '음식을 먹듯이 일상생활 속에서' 외국어를 쓰는 게 포인트니까 말이다. 그러기엔 모바일 기기를 통한 학습만큼 좋은 게 없다. 실제 '듀오 링고' 같은 외국어 교육용 앱도 이미 나온 바 있다. 신개의 어학 학습 관련한 구상이 당시엔 묻혔지만, 수백 년의 세월이 흘러 다양한 방식의 외국어 교육법과 사업으로 활용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교육용 앱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언어를 익힐 수 있게 고안된 앱들이다. 그 과정은 모국어 습득 과정과 유사하다. 생활 속에서 말하기, 듣기, 더 나아가 읽기와 쓰기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배우는 게 모국어다. 흥미를 유발시키는 요소도 많았다. 부모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고, 할머니가 동화도 들려주었다. 일방적인 배움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듀오링고(duolingo)'는 희망적이다...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하는 게 듀오링고의 노하우다." (책 '제 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 고평석 저)

3. 명나라 무역상 : 큐레이션 사업

명나라 무역상들은 그 누구보다 '선택'의 귀재들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머나먼 타국에 다시 오기까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싣고 갈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팔릴 만한' 물건인지를 제한된 시간 안에 빠르게 판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명나라 물건들 중 무엇이 가장 외국인에게 통할지, 거꾸로 외국 물건 중 무엇이 자기네 나라 사람들에게 팔릴지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그들의 '안목'은 더욱 깊어져 갔다. 순간의 선택이 억만금을 좌우했으니 당연 그리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이 유럽인들에게 가져가 어마어마한 히트를 친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케첩'이다. 명나라에 있던 수많은 물건과 특산물 중 무역상들이 날카로운 안목으로 고른 케첩은 유럽인의 식탁을 넘어 지금도 전 세계인의 냉장고에 하나씩은 들어 있는 필수 식료품이 되었다.

이런 명나라 무역상들이 다시 이 세상에 온다면 하게 될 사업이 무엇일지는 눈에 선하다. 큐레이션 사업이다. 실제 큐레이션 사업은 IT기술이 발달하고 '디지털 퍼스트'인 산업과 사람이 늘어날수록 각광 받고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엄청난 정보들 중 무엇이 정말 내게 가치 있고 필요한 정보인지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 장벽과 제한된 시간 속에서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했던 그들이 인터넷 환경 속에서 정보에 대한 '니즈'를 정확하게 캐치해낸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디지털 시대의 '케첩'이 무엇이 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에 더욱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수만 킬로미터의 험한 뱃길을 마다하지 않고 다닌 무역상이야말로 선택으로 예술의 경지에 오른 자들이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부의 크기가 극에서 극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18세기가 한참 지나도록 중국에서 무역상들에 의해 인기리에 유럽으로 운반된 제품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케첩'이다...지금처럼 멀리 떨어져서도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통신 수단이 없었기에 무역상의 선택은 무척 중요했다. 당시 케첩에 열광했던 유럽의 소비자들은 그런 점에서 무역상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책 '제 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 고평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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