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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플라자합의 임박, 경제정책 확 바꿔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을 일주일가량 앞둔 가운데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 실태를 조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필자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오래전 플라자합의가 뇌리를 스쳤다. 1985년 9월 22일 프랑스와 독일, 일본, 미국, 영국 등 선진 5개국 중앙은행 총재가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만나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며 이것이 순조롭지 못할 때에는 정부의 협조개입을 통해 목적을 달성한다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이것을 플라자합의라 한다.

  • 국민의제
  • 입력 2017.04.03 13:35
  • 수정 2018.04.04 14:12
ⓒJonathan Ernst / Reuters

글 |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을 일주일가량 앞둔 가운데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 실태를 조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필자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오래전 플라자합의가 뇌리를 스쳤다.

1985년 9월 22일 프랑스와 독일, 일본, 미국, 영국 등 선진 5개국 중앙은행 총재가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만나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며 이것이 순조롭지 못할 때에는 정부의 협조개입을 통해 목적을 달성한다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이것을 플라자합의라 한다.

이 합의로 독일 마르크화는 1주 만에 달러화 대비 약 7%, 엔화는 8.3% 각각 오르는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났고, 이후 2년 동안 달러 가치는 30% 이상 급락했다. 1995년 이후 일본 및 독일 등 선진국제경제가 장기불황을 겪게 되었으나, 미국경제는 저물가 아래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했고 이에 따라 미 달러화는 다시 강세로 전환하게 되었다. 미국 공화당의 회심의 일격이었던 것이다.

필자는 트럼프가 복잡한 국내정치상황을 제2 플라자합의로 반전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미국의 경제가 월스트리트 중심으로 펼쳐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제조업을 포기하고 금융업을 중심으로 삼아 경제를 운영하다 2008년 투기금융의 폐해를 맞았다. 그래서 다시 제조업으로 돌아오려 했다. 그래서 제조업을 리쇼어링(reshoring)하려 하였으나 본토로 돌아온 '아디다스' 사례처럼 모든 공정을 자동화하여 고용인원은 십 수 명에 불과하였다.

이미 세계경제 특히 제조업의 흐름은 바뀌었다. 그러자 공화당 출신 대통령은 방향을 바꾸어 과거의 성공사례를 다시 매만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패권은 아직 녹 쓸지 않았다.

어느 나라가 아직도 말기도 아닌 제국의 명을 어길 수 있을까? 저 매서운 경제운영력과 군사력을 가진 미 행정부의 패문(牌文)을 무시할 수 있는 용기는 머지않아 대등한 지위에 오를 수도 있는 중국조차 아직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도 중국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북한 핵실험을 핑계로 사드를 배치하는 계획을 세우긴 했어도 양국의 경제교역관계는 쉽사리 급변침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국이 저울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만만한 상대를 고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치도 국정농단의 폐해로 혼돈상태다.

여태 한국은 전통적으로 침묵의 외교정책을 펼쳐왔다. 우리는 조그만 나라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니까 무조건 패싱 해달라는 자세였던 것이다. 이제 그런 침묵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어느 나라가 한국의 경제력을 보고 패싱 하려 하겠는가. 꿈 깨라. 이미 경제대국이다.

그렇다고 패문을 침묵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외교가 있다. 이제 적극적으로 말하는 외교 특히 경제외교를 펼쳐야 한다.

한국은 경제대국에 속하면서도 이중노동구조를 활용하여 원가를 절감하는 기업경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덩치는 경제대국인데 운영방법은 개도국의 그것이다. 일본은 플라자 합의로 인한 충격을 이기기 위해 격차사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그 정책을 버리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한국은 정말 짧은 시간에 비정규직이 정규직 수를 추월하고 임금격차 수준도 일본이 도달하지 못했던 40%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사회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어도 수출기업들은 비정규직 확대와 임금저하를 통해 일본보다 잘 버틸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타격을 받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압박을 견뎌낼 거다. 대신 사회는 동란상태에 빠질 것이다. 이성적인 촛불이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이 점을 통상외교에서 활용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어느 때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혁파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통령후보들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걸고 국민에게 선택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경제의 이중적 구조가 사라질 것이다. 즉 소셜덤핑 구조가 없어지면 미국과의 무역불균형도 많이 완화될 것이다. 한국이라는 맹방이 건전한 사회경제를 이루는 것을 미국은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무턱대고 부인한다고 무턱대고 패싱 해달라고 한다고 들어줄 미국이 아님을 한국의 정책당국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통한 소셜덤핑을 즉각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미국에 전해야 한다. 이에 대해 대선후보들의 연명을 받아 전달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글 |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로 90년대 이후 노동자경영참가, 상가 및 주택임대차, 금융채무자권리보호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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