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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 14주기②] 볼수록 보고싶다...장국영의 인생영화5

  • 김태우
  • 입력 2017.04.01 09:14
  • 수정 2017.04.01 09:15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지도 어느덧 14년. 강산이 바뀌어도 한 번은 바뀌었을 세월이지만, 그는 여전히 모두에게 그리운 이름이다.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훌쩍 떠나버렸기에 그와의 이별은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쉽게 받아들이가 힘들다. 시간은 빠르게도 흘러가지만, 장국영은 여전히 14년 전 그 순간에 멈춰있다. 화려하게 빛났기에 더욱 어두컴컴한 하늘로 올라간 우리의 별. 볼수록 더 보고싶은 장국영을 그의 인생영화와 함께 추억해본다.

#영웅본색(1986)

장국영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홍콩 느와르의 전설적인 작품. 메가폰을 잡았던 오우삼 감독 역시 '영웅본색'을 통해 홍콩 영화계의 대표 감독으로 떠올랐다. 범죄 단체의 조직원인 형 송자호(적룡)와 경찰관인 직업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 송자걸 역을 맡은 장국영은 '영웅본색'으로 스타 배우의 입지를 굳혔다. '영웅본색'의 인기는 가히 신드롬급이었다.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와 롱코트는 아시아 각국에서 품귀 현상을 빚었고, '영웅본색'의 인기로 홍콩 영화는 아시아 영화 시장 전체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무명 시절 한국을 두 번이나 찾기도 했던 장국영을 국내에 알린 것도 '영웅본색'이었다. 국내에서는 1987년 최초 개봉,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이후 재개봉관으로 이동하고 비디오까지 출시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로 영화관에서 재상영되기도 했다. 장국영이 직접 부른 주제곡 '당년정'은 해외 노래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당시 한국 노래방에 수록되는 등 장국영의 인기는 그야말로 수직상승했다.

#천녀유혼(1987)

장국영의 인생작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순박한 청년 영채신과 아름다운 처녀귀신 섭소천의 아름다운 로맨스를 그린 '천녀유혼'에서 장국영은 순수한 영혼을 지닌 가난한 서생 영채신 캐릭터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장국영, 혹은 영화의 팬이 아닐지라도 '천녀유혹' 속 장국영과 왕조현의 수중 키스신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영화의 명장면이다.

사극, 공포, 무협, 멜로까지 골고루 어우러진 '천녀유혼'은 '영웅본색'과 더불어 홍콩영화의 정점을 상징하는 작품. 장국영이 있었기에 홍콩 영화의 황금기가 있었다.

#아비정전(1990)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끝내 그 바람을 이루지 못하는 고독한 인물 아비를 연기한 장국영의 매력은 '아비정전'에서 더욱 무르익었다. 생전 장국영 역시 "'아비정전' 속 아비가 나와 가장 많이 닮은 인물"이라고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비정전'에서 속옷 차림으로 맘보춤을 추던 모습은 장국영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결정적 명장면이다.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부유하듯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비를 가리키던 '발 없는 새'라는 말은 장국영이 허망하게 떠나간 후 그의 삶을 비유하는 수식어가 됐다.

#패왕별희(1993)

중일전쟁 시대 청데이(두지)와 단샬루(시투), 두 경극배우의 사랑과 우정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패왕별희'는 장국영 연기력의 정점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문화대혁명에 이르는 중국의 격동기 속, 결국 파국에 이르는 두 남자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영화에서 장국영은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사랑하고, 질투하고, 이별하고, 절망하는 청데이로 분한 장국영은 비주얼과 연기로 파격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제는 볼 수 없어 아쉽기만한 장국영의 천재적인 연기력까지, '패왕별희'는 장국영이 남긴 최고의 유산이라 할만하다.

'패왕별희'는 첸카이거 감독에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골든글로브상 등 최고의 영광을 안겼다. 청데이를 연기한 장국영 역시 '패왕별희'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해피투게더(1997)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는 아주 간단한 스토리 속에 인간과 동성애, 그리고 시대상까지 녹여냈다. 왕가위 스타일의 정점을 보여주는 '해피투게더'는 영화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 중 한편으로 기억된다. 늘 사랑에 있어서는 약자의 편을 연기했던 장국영은 '해피투게더'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늘 상처만 주는 자유로운 영혼 보영 역으로 색다른 변신을 꾀했다. 사랑의 시소게임에서 마침내 승자가 된 장국영은 밉지만,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보영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양조위와 잔잔하지만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그려낸 장국영을 추억하기에 '해피투게더'는 안성맞춤이다. 매력으로 충만하지만, 반대로 늘 어딘가 공허했던 보영은 장국영이 생전 맡았던 캐릭터 중 최고로 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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