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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양은 올리고 지방은 낮추는 마법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헬스클럽에서 다이어트 상담을 받으면 어떤 트레이너나 똑같은 말을 한다. 고객님, 체지방은 줄이시고 근육은 키우셔야겠네요. 말은 그럴싸하다. 게다가 누구나 탄탄하고 슬림한 몸매를 가지고 싶어한다. 하지만 몸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실제로 초보자들의 경우 운동을 시작하면 체지방이 줄고 근육량이 느는, 이른바 '린매스업' 시기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기는 오래 가지 못한다. 보디빌더들이 일부러 살을 찌우고 다시 빼는 걸 반복하는 건 그래서다. 대다수의 보디빌더들이 이러한 벌크업-커팅 사이클을 굳이 택하는 건, 순수하게 근육만 키우거나 지방만 빼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아주라
  • 입력 2017.03.31 11:56
  • 수정 2018.04.01 14:12
ⓒNikolas_jkd via Getty Images

헬스클럽에서 다이어트 상담을 받으면 어떤 트레이너나 똑같은 말을 한다. 고객님, 체지방은 줄이시고 근육은 키우셔야겠네요. 말은 그럴싸하다. 게다가 누구나 탄탄하고 슬림한 몸매를 가지고 싶어한다. 하지만 몸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실제로 초보자들의 경우 운동을 시작하면 체지방이 줄고 근육량이 느는, 이른바 '린매스업' 시기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기는 오래 가지 못한다. 보디빌더들이 일부러 살을 찌우고 다시 빼는 걸 반복하는 건 그래서다. 대다수의 보디빌더들이 이러한 벌크업-커팅 사이클을 굳이 택하는 건, 순수하게 근육만 키우거나 지방만 빼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근육은 지방을, 정확히 말하자면 몸무게를 따라간다. 근육의 에너지 소모가 아무리 뇌나 간보다 작다 해도, 우리 몸은 원래 빈곤한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항상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 한다. 따라서 몸무게가 줄면 근육은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만 남고 줄어든다.

지방이 줄면 근육이 깎여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체지방율을 낮게 유지하면서 근육을 키우는 건 반드시 한계가 있다. 그러나 누구나 겪는 린매스업을 경험한 초심자들은 자신들의 짧은 경험에 비춰 이 한계 대해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다. 뭐가 됐든 운동을 시작하면 숨만 쉬는 것보다는 더 움직이니까 지방은 빠지고, 평소에 써본 적이 없던 힘을 쓰니까 근육은 커진다. 체지방이 줄면서 근육량이 느는 건 초심자들이 살아가면서 이때까지 이 정도의 자극조차 단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이 마법같은 효과는 절대 반 년을 넘기지 못한다. 식단 조절 없이 운동만 하면 건강한 돼지가 되는 건 이 때문이다. 근육을 키우면 지방도 같이 붙게 마련이니까.

이렇게 말하면 근육과 지방이 정말 쌍둥이 형제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붙어다니는 것만은 아니다. 우주비행사가 좋은 예다. 우주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우주비행사는 분명히 체지방이 어느 정도 있을 텐데도 근육이 빠지고 골다공증이 온다. 즉, 근육은 뼈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움직일 때 드는 힘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따라 커지거나 작아진다는 말이다.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움직일 때 힘이 들지 않으니 근육의 입장에서는 힘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크기가 줄어든다. 우리 몸은 극단적으로 효율을 추구하는데, 근육은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많이 드니까. 반면 지구에서는 몸무게만큼의 중량을 끌고 다녀야 하니 근육에 힘이 필요하다.

유산소 운동으로 몸무게가 줄어들 때 근육이 없어지는 이유도 이와 똑같다. 근육을 에너지로 써서 빠지는 게 아니라, 근육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더 이상 필요 없으니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 없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근육이 줄어든 상태로 다이어트를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문제가 생긴다. 몸은 이미 밖으로 새는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한 상태인데, 갑자기 예전과 같은 에너지가 들어오니까, 남는 만큼이 군살로 가는 건 당연하다. 식단 조절과 유산소만으로 다이어트를 했더니 요요가 왔다더라 하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근육이 없는 상태로 지방이 붙으면 체형은 훨씬 빨리 망가진다. 어쨌거나 지방의 부피가 근육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요요가 오는 것도 억울한데 괜히 라인까지 망가지니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다행히 근육은 하루 스트레스의 평균을 느낄 만큼 똑똑하지 않다. 근육은 하루에 받는 중력 스트레스 중 최대로 큰 스트레스에 적응하고자 한다. 즉, 하루 종일 앉아있다고 해도 1시간만 짬을 내서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근육은 여기에 맞춰 크려 한다. 식단 조절을 하는 남자라면 근육을 붙이는 게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근육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육이 커지거나 하지 않는 건, 지금까지 당신이 했던 근력운동이 근육을 키우기는커녕 크기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에도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루 종일 눈알을 굴린다고 해서 눈을 움직이는 근육이 커지지 않는 것처럼, 하루 종일 키보드를 두드려도 손가락에 붙은 근육이 굵어지지 않는 것처럼, 강도가 낮은 운동은 근육을 만들어주지도, 유지시키지도 못한다. 당신의 눈과 손가락 근육은 그저 최소한의 형태와 최소한의 기능만을 유지하는 강도로 움직일 뿐이다.

정말로 지방을 태우면서 근육을 얻는 운동을 하고 싶다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스쳐 지나가며 보았던 '쉽고 빠른' 근력운동은 전부 버려야 한다. 근력운동이라고 알고 있던 그 수많은 운동들은, 제대로 걷는 것만큼의 효과도 없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제대로 된 결과를 얻고 싶다면 '이걸로 충분하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공포 다이어트]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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