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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우리 역사에서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이상하고 야릇한 말로 인하여 친일은 미워하되 친일파는 미워하지 않는, 독재는 미워하되 독재자는 미워하지 않는, 고문은 미워하되 고문 기술자는 미워하지 않는, 광주 학살은 미워하되 명령자는 미워하지 않는, 사자방 비리는 미워하되 이명박은 미워하지 않는 그리고 이에 슬그머니 끼어들어 국정농단은 미워하되 농단을 저지른 박근혜는 미워하지 않는다는 괴상하고 지랄 같은 분위기가 유령처럼 스며들고 있습니다.

  • 장호준
  • 입력 2017.03.31 10:25
  • 수정 2018.04.01 14:12
ⓒ뉴스1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이 참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죄를 지은 것이 사람인데 어떻게 죄를 미워하면서 그 죄를 지은 사람은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내게 있어서는 죄와 잘못이라는 것의 개념은 다릅니다. 죄는 의도를 가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저 사람의 것을 뺏어야지 하고 계획을 세워서 소매치기를 한 것, 또는 내가 저 사람을 죽여야지 하고 자동차로 들이받는 것은 죄입니다. 하지만 과속 운전 중 빗길에 미끄러져 사람을 들이받은 것, 길가에 떨어진 지갑을 슬쩍 집어 넣은 것은 잘못입니다. 그만 실수를 저지른 것입니다.

그렇기에 실수로 인한 잘못은 용서가 가능합니다. 나도 실수를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죄는 용서해서는 안 됩니다. 용서해 주면 같은 죄를 또 짓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사에서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이상하고 야릇한 말로 인하여 친일은 미워하되 친일파는 미워하지 않는, 독재는 미워하되 독재자는 미워하지 않는, 고문은 미워하되 고문 기술자는 미워하지 않는, 광주 학살은 미워하되 명령자는 미워하지 않는, 사자방 비리는 미워하되 이명박은 미워하지 않는 그리고 이에 슬그머니 끼어들어 국정농단은 미워하되 농단을 저지른 박근혜는 미워하지 않는다는 괴상하고 지랄 같은 분위기가 유령처럼 스며들고 있습니다.

얼만 전에 어떤 기자라는 자가 "박근혜를 용서 할 수 있는가?"라고 내게 물어 볼 때 나는 "용서 할 수 없다." 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용서란 완전히 지워버리고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민족의 역사와 국민 앞에 의도를 가지고 죄를 저지른 박근혜를 용서한다는 것은 역사와 국민이 당한 모욕과 수치, 분노를 모두 지워버리고 잊어버리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그렇게 용서 해 버린다면 역사는 또 다른 국정농단을 불러 올 것이며 국민은 또 다시 같은 고통 속에 다시 빠지게 될 것이기에 나는 박근혜를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용서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박근혜가 저지른 죄도 미워해야 하고, 더러운 의도를 가지고 죄를 저지른 박근혜도 미워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포토라인을 무시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는 박근혜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생각합니다.

"죄도 미워하고 죄를 저지른 사람도 미워하라! 그리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똑같은 꼴을 다시 당하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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