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고양이로 점령된 이 일본 섬의 이야기는 복잡하다 (사진)

  • 김태성
  • 입력 2017.03.31 09:34
  • 수정 2017.03.31 09:50

'고양이 섬'으로 알려진 아이노시마 섬에 서식하는 고양이

동물 사진가 앤드루 마르틸라는 '고양이 섬'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순간 꼭 가봐야겠다고 결정했다.

마르틸라는 자기 파트너 해나 쇼와 고양이가 함께 등장하는 초상화 전문가다. 그래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 두 사람, '키튼 레이디(Kitten Lady)'라는 고양이 구조 단체까지 조성한 이 두사람이 '고양이 섬'을 찾아 나선 건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수많은 고양이가 포식자 걱정 없이 주인 행세하며 사는 '고양이 섬'에 대한 관심은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늘고 있다. 한 예로 무리를 지어 다니는 아오시마 섬의 고양이 사진이 때때로 소셜미디어에서 퍼지며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더 끌어모았다.

현재 일본엔 11개의 '고양이 섬'이 있다. 쥐잡이로 지역인이나 낚시꾼들이 고양이를 섬에 옮긴 결과다.

산책 중인 아이노시마 섬의 고양이

마르틸라와 쇼는 작년 11월에 후쿠오카 근교에 있는 아이노시마 섬을 방문했다. 총 1.3 제곱미터도 안 되는 이 작은 섬마을엔 약 500명의 주민과 수백 마리의 고양이가 공존한다. 섬의 별명은 '고양이 천국'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섬에 도착해 발견한 건 천국과 멀었다.

마르틸라는 허프포스트에 보낸 이메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처럼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그렇게 많은 고양이가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는 자체가 특별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섬에 대해 모르는 게 있다. 많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가 병에 앓고 있다는 사실이다. 치료 가능한 병인데도 말이다."

방문객들로 인해 먹이가 충분한대다가 거세 안 된 고양이가 넘치므로 그 수가 느는 건 당연하다. 쇼는 Paw Culture에 수의사는 물론 고양이 관리에 대한 아무 방책이 없는 이런 상황에서 "끊임없는 출생-조기 사망-출생의 연속"이라고 설명했다.

해나 쇼가 아이노시마 섬에 서식하는 고양이 새끼를 안고 있다.

쇼는 어른 고양이들의 건강은 괜찮아 보이나 새끼들 사망률은 매우 높다고 했다.

"섬에 서식하는 고양이 중의 약 3분의 1이 상부호흡기감염을 앓는 새끼들이었다."

"눈과 코가 딱지로 덮인 새끼들이 따뜻한 곳에 모여 함께 지냈다."

상부호흡기감염을 앓고 있는 아이노시마 섬의 새끼 고양이

일본 타임스의 2014년 기사에도 '고양이 섬'에 대한 비슷한 내용이 담겨있다. 고양이 연구자인 아키히로 야메인은 새끼 고양이들도 많이 죽고 있지만, 어른 고양이도 비좁은 섬에서 짝을 독차지 하기 위한 싸움과 영역 다툼으로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마르틸라에 의하면 섬 주민들은 고양이 문제에 대해 수의학 해결책보다는 "자연에 맡기자"는 태도다.

마르틸라도 야생에서 서식하는 동물이 병으로 죽는 건 자연 원칙의 일부라는 걸 인정한다. 그러나 섬이 고양이로 가득한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의 탓이라는 사실도 지적했다. 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양이 수는 이미 인간의 개입으로 그 방향이 정해졌다. 문제는 아무에게도 유익하지 않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거다."

아이노시마 섬의 세수하는 고양이

마르틸라는 미국도 고양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일본만 비판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사실 일본의 '고양이 섬' 상황은 섬에 따라 차이가 많다. 약 3,000마리가 사는 토고노시마 섬에선 정부의 '생포, 거세, 복귀' 프로그램이 시행 중인데, 조심스럽게 생포한 고양이를 거세와 수의학적 치료로 돌본 후 자연에 돌아가게 해 주는 사업이다.

적절한 거세는 고양이의 무제한 증가를 방지하고 영역 싸움이나 짝짓기로 인한 스트레스도 완화한다. 토코노시마 섬에서 거세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토끼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마르틸라는 '고양이 섬' 방문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덧붙였다.

"아름다움과 비참이 공존하는 그런 곳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나 자신도 좀 더 현실적인 기대감을 지니고 아이노시마 섬을 방문했으면 했던 마음이었다."

아래는 마르틸라가 섬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의 인스타그램웹사이트에 더 많은 사진이 있다.

아래 슬라이드는 옆으로 밀면 된다.

아래 슬라이드는 옆으로 밀면 된다.

 

*허핑턴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일본 #고양이 #동물보호 #라이프스타일 #동물 사진 #동물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