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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총학생회장 후보가 말하는 '내가 커밍아웃한 이유'(인터뷰)

ⓒ백승목 후보 제공

2015년 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시작으로 성 소수자가 학생 대표로 나서는 과정에서 커밍아웃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이예원 33대 고려대 동아리 연합회 부회장 △한성진 31대 KAIST 학부 부총학생회장마태영 28대 연세대 총여학생회장 △장혜민 24대 계원예술대 학생회장 외에 가장 최근에는 성공회대 32대 총학생회장에 단독 출마한 백승목 후보가 지난 22일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공개적인 커밍아웃을 했다.

이 자리에서 백 후보는 "숨기고 부인하고 싶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숨기지 않은 채로 출마하고 싶다"며 "누구도 차별받지 않으며 평등하게 받아들여지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아래는 백승목 후보와 허핑턴포스트의 일문일답. 성공회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는 30일까지 진행되며, 당일 개표를 거쳐 당선 여부가 가려진다.

- 성 소수자들이 학생 대표로 출마하는 일이 2015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지?

사실 그 전에도 학생 대표 중 성 소수자는 존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커밍아웃은 나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것뿐이니까. 그래서 '이게 그렇게 대단한(관심을 받을 만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 소수자도 이성애자와 같은 사람이고, 여느 때처럼 사람이 학생 대표로 출마한 것이다. 성 소수자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

- 커밍아웃 과정이 궁금하다.

중학생 때부터 고민이 있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씩 말하기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때부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부정하는 게 조금은 있었다. 제 정체성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게 아니라. 내가 성 소수자라고 이야기했을 때 나를 바라볼 사회적 시선들. 뭔가 나쁜 사람 혹은 속된 말로 더러운 사람으로 치부해버릴까 두려웠다. 여전히 이 사회는 너무나 이성애자 중심이고, 동성애자를 희화해서 소비하거나 이상한 존재로 생각한다. 자신들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으니까. 커밍아웃했을 때 내가 직접적으로 받아야 할 차별과 혐오가 두려웠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15년 2학기 전공강의 시간에 교수가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당시만 해도 주변에 조금씩 커밍아웃만 했었지 직접적으로 활동을 한 건 아니었다. 그때 받았던 충격이 굉장히 컸다. 당시에는 학내에 성 소수자 커뮤니티도 없었는데, 연대를 위해 필요하겠다 생각해 모임을 만들어 2월부터 1대 대표를 맡았다. 그렇게 성 소수자 인권활동에 첫걸음을 뗐다. 저에게 있어 커밍아웃은 학생 사회에 던지고 싶은 고민을 풀어가는 과정이었다.

- 커밍아웃 후 일상에서 달라진 게 있다면. 혹시 힘든 부분은 없는지.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 페북 친구요청이 엄청나게 밀려 들어오고, 모르는 분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다. 저로 인해서 힘을 얻었다는 분도 계시고. 사실 대단한 일도 아닌데, 앞으로 이 사회에서 커밍아웃이 좀 더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커밍아웃은 앞으로 제 일상의 연속이 될 텐데, 전보다는 좀 더 자신감 있고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힘든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가족들이 많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22일 성공회대 중앙선관위가 주최한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공개적인 커밍아웃을 한 백승목 총학생회장 후보(왼쪽)

- 주요 공약들이 궁금하다. 특히 다양성과 관련한 공약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

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안하려 한다. '대학 사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존재하며, 우리는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하고, 어떤 것이 차별인지'. 더 나아가 '우리가 어떠한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하는지' 제시해주는 가이드라인을 생각하고 있다. 다른 대학에서도 인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서울대는 학생총회에서 의결된 상태이고 연대랑 카이스트는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고 들었다.

두 번째는 '성 중립 화장실'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다. 성 중립 화장실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다.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우리 학교에서도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되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다.

세 번째는 학내 대표자들을 대상으로 반성폭력, 성 평등 교육을 하는 것이다. 공동체의 대표자라면, (성폭력/성차별 사건이 벌어졌을 때) 어떤 것이 문제인지 알고 있고 그 사건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감수성 함양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장애시설 개선이다. 학내에 계단이나 난간에 지지대가 없는 곳들이 정말 많다. 화장실도 장애인들을 위한 지지대가 없는 곳이 많고.

- 여전히 '나에게도 성 소수자를 싫어할 권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그것은 '권리'가 아니라 '차별' 또는 '폭력', '혐오'라고 생각한다. 성 소수자는 틀린 게 아니라 그저 성적 지향이 다른 것뿐인데. 왜 함께 사회를 살아가는 존재의 존엄성을 부정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성애자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과 똑같다. 당연히. 이성을 좋아할 수 있고, 동성을 좋아할 수 있고, 양성을 좋아할 수 있고,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할 수 있고. 오롯이 개인의 선택이고, 성 소수자란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수많은 정체성 중 하나일 뿐이다.

- 동성결혼 법제화 등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대선주자들의 정책은 '없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대부분의 대선주자가 '사회적 합의'를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면서,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해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만 했고. 그런데 '인권'이 '합의'할 문제인가? 왜 항상 성 소수자는 '나중'으로 미뤄져야 하는가? 성 소수자는 단지 숫자가 적어서 소수인 게 아니라 이 사회에서 '소수자' '약자'로 정의해버렸기 때문에 소수자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간으로서의 권리/존엄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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