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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식당을 고르는 기준

내가 중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매우 단순하다. 여러 중식당이 보내온 광고지의 메뉴를 죽 훑어보며 글자 서너 개만 찾는다. 바로 덴뿌라 또는 고기 튀김이다. 메뉴에 이게 있으면 기본을 갖춘 중식당으로 간주해 거기에 주문을 넣는다. 내 경험에 따르면 이는 꽤 타율이 높은 방식이다. 의외로 탕수육만 알고 덴뿌라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탕수육에서 소스가 빠지는 대신 반죽 자체에 짭조름한 간이 된 음식이다. 제대로 반죽해 잘 튀기면 어지간한 고급 요리 이상으로 맛있어서 나는 꽤 좋아한다.

  • 홍형진
  • 입력 2017.03.28 07:32
  • 수정 2018.03.29 14:12
ⓒ한국관광공사

내가 중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매우 단순하다. 여러 중식당이 보내온 광고지의 메뉴를 죽 훑어보며 글자 서너 개만 찾는다. 바로 덴뿌라 또는 고기 튀김이다. 메뉴에 이게 있으면 기본을 갖춘 중식당으로 간주해 거기에 주문을 넣는다. 내 경험에 따르면 이는 꽤 타율이 높은 방식이다.

의외로 탕수육만 알고 덴뿌라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탕수육에서 소스가 빠지는 대신 반죽 자체에 짭조름한 간이 된 음식이다. 제대로 반죽해 잘 튀기면 어지간한 고급 요리 이상으로 맛있어서 나는 꽤 좋아한다.

근래엔 덴뿌라가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일본식 튀김으로 통용되지만 예전에는 아니었다. 중식당의 고기 튀김을 덴뿌라라고 불렀으며 여기에 소주 한 잔 걸치는 게 우리 아버지 세대에선 표준이었다. 이 글의 덴뿌라는 그 맥락에서 사용됐음을 알린다.

근래엔 이걸 파는 중식당이 그리 많지 않다. 세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이 구역의 장삼이사답게 멋대로 추측해보자면, 음식의 특성상 1) 튀김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하거니와 2) 대량으로 준비해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후딱 조리해서 내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탕수육은 튀김 퀄리티가 떨어져도 소스로 덮어버리면 그럭저럭 커버되지만 덴뿌라는 그게 불가능하다. 반죽이 별로여도 망하고, 튀기는 실력이 떨어져도 망하고, 제때 튀겨서 내지 않아도 망한다.

실제로 탕수육은 같은 업소에 주문해도 튀김 퀄리티가 계속 변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때는 갓 조리된 좋은 튀김이 오지만 형편없이 눅눅한 놈이나 몇 번을 다시 튀겼는지 알 수 없는 놈이 걸릴 때도 적지 않다. 그러니까 일종의 복불복인 셈이다. 그냥 소스를 떡칠해서 '고기다! 와~' 하면서 먹는 거다.

하지만 덴뿌라는 아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퀄리티의 평균은 높고 편차는 작다. 해서 난 메뉴에 덴뿌라를 내건 식당에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를 보낸다. 인기가 많지 않음에도 이걸 메뉴에 내건다는 건 튀김 요리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고, 자연히 다른 음식(include 탕수육)도 괜찮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량 생산을 상대적으로 덜한다는 은근한 신호(sign)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우리나라 중식당은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팔아서 먹고 산다고 한다. 이연복 사부가 명성을 얻은 뒤 몰려든 손님도 처음엔 다들 그것만 주문했다지 않나. 하지만 나는 탕수육보다 덴뿌라를 한결 선호한다. 중식당에서 고기 튀김을 제대로 맛보고 싶으면, 혹은 그 업소의 실력을 가늠하고 싶으면 당연히 이걸 주문해야 한다.

탕수육의 찍먹과 부먹을 두고 논란이 많다. 둘 중 하나만 꼽으라면 한결 민주적인 찍먹의 손을 들어주곤 하지만 사실은 둘 다 사문난적이다. 고기 튀김에 소스가 웬 말인가? 그건 우리의 미식을 위해 한 목숨 희생한 수많은 네발짐승에 대한 모독이다.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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