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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999'의 원작자 마쓰모토 레이지는 "나는 영생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 박수진
  • 입력 2017.03.27 06:23
  • 수정 2017.03.27 06:36

“터널을 지날 때 우주를 본 듯했다.”

26일 일요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은하철도999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마쓰모토 레이지(79)가 '은하철도999'가 만들어진 순간을 이야기했다.

마쓰모토 레이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살에 만화가가 되기 위해 도쿄로 올라왔다. 돈이 없어서 편도행 열차를 끊었다. “그 열차가 바로 은하철도999였다.” 큐슈와 혼슈를 연결하는 해저터널 간몬터널에서 마쓰모토는 “우주를 나는 열차를 상상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의 공간이었던 우주를 작품으로 실현한 것이다.

1977년부터 소년 만화잡지에 '은하철도999'연재를 하며 이름을 얻었던 그는, 기계공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가난한 집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다. 기계공학자의 꿈은 ‘스스무’라는 동생이 이뤘고, 만화가는 그 이름을 '우주전함 야마토'의 주인공 이름으로 갖고 왔다.

'은하철도999'는 1978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일본대중문화개방조치’(1998년) 전이었던 1981년 MBC를 통해 ‘특선만화’로 한국인에게 처음 선보였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곧 정규편성되었다. '은하철도 999'의 세계관은 작가의 후속작인 '우주해적 캡틴 하록', '천년여왕'에서도 공통적으로 전개됐다.

'은하철도999'는 ‘영원한 생’을 얻기 위한 철이의 여행이 보여주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수수께끼 같은 메텔의 존재 등으로 수많은 해석을 낳았다. 마쓰모토는 “메텔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철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면서 “메텔은 라틴어로 ‘어머니’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메텔이 입은 옷에 대해서는 “여행 중 많은 생명이 죽음을 당하는데 애도의 의미를 담아 처음부터 상복을 입은 것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마쓰모토는 '은하철도999'를 “청춘에 대한 송가”라고 정의했다. “메텔은 청춘을 상징하는 인물이고 철이가 보는 환상이기 때문이다.” 그는 혹시 영생을 얻을 수 있는 기계 몸으로 바꿀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답했다. “영생을 산다면 대충대충 살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한정된 시간을 사는 것이다. 시간은 꿈을 배반하지 않는다. 꿈은 시간을 배반하면 안 된다.”

'우주전함 야마토'의 군국주의적 해석 논란에 대해서는 “당시 일본에서 가장 큰 배가 야마토였는데 그 배가 하늘을 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에 가져온 이름”이라며 “어떤 나라의 사람이든지 탈 수 있는 우주전함을 상상”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는 원작자의 바람에 따라 성사되었다. 마쓰모토는 어린시절 살던 고향에 한국인들이 많았다며, 한국인 친구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했다. “한국인 친구 집에 저녁초대를 받아 식사를 했다. 그곳에서 매운 마늘과 고추장을 울면서 먹었는데, 다음날 만난 친구가 엄마가 감동해서 운 줄 알고 고맙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은하철도999' 두 번째 버전의 메텔 역을 맡은 성우 송도영도 당시의 추억을 회고했다. “90년대 처음 이 작품을 더빙했을 때 비행기도 아닌 기차가 하늘을 나는 장면에 경이롭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는 송씨는 재능기부로 전시장 내 오디오 가이드도 녹음했다. 탄생 4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은하철도999전’은 원작의 스토리보드, 메텔과 철이를 테마로 한 다양한 원화를 전시하고 직필원고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5월1일까지. 문의 02-338-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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