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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혼란을 틈타 푸틴의 러시아가 중동을 넘어 북아프리카를 넘보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7.03.26 12:42
MOSCOW, RUSSIA - MARCH 24, 2017: Russia's President Vladimir Putin looks on at a meeting with a candidate in the 2017 French presidential election, France's National Front President Marine Le Pen at the Moscow Kremlin. Mikhail Klimentyev/Russian Presidential Press and Information Office/TASS (Photo by Mikhail KlimentyevTASS via Getty Images)
MOSCOW, RUSSIA - MARCH 24, 2017: Russia's President Vladimir Putin looks on at a meeting with a candidate in the 2017 French presidential election, France's National Front President Marine Le Pen at the Moscow Kremlin. Mikhail Klimentyev/Russian Presidential Press and Information Office/TASS (Photo by Mikhail KlimentyevTASS via Getty Images)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최근 워싱턴에서는 러시아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 러시아 정책이 어떤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워싱턴과 미국 언론들이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정치적 수사에만 집중하고 있는 지금, 러시아는 관심이 한 곳에 쏠린 것을 이용하고 있다. 다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만 주목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러 전선에서, 특히 중동에서 외교 정책 목표를 밀어붙이고 있다.

러시아로선 그럴만도 하다. 한때 푸틴-트럼프의 사이는 브로맨스라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애매모호하고, 쌍방 관계를 생산적으로 재개할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보인다. 푸틴은 세계 질서 속에서 러시아의 자리를 굳건히 하기 위해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향후 정책에 대해 혼란과 우려를 느끼고 있다. 러시아 관련 이슈에 대해 대통령과 수석 고문들이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혼란스러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과 후에 트위터와 공개 발언을 통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가 임명하는 내각 요인들과 고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와 유럽 정치인들을 만나고 난 뒤 트럼프 본인도 러시아가 크림 반도 등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을 그만 둘 때까지 계속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새로운 길로 나아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미 의회에서 양당 모두 매파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크렘린 대변인은 ‘매카시스트’라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현재 상황에서 트럼프가 지명한 후보 중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꾀하는 것으로 보이는 인물을 미국 상원이 인준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주요 행정부 수장으로 임명된 이들도 지난 2달 간 러시아를 향해 날카로운 발언을 했다. 니키 헤일리 U.N. 대사는 “우리는 러시아를 결코 믿어선 안 된다”고 했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러시아 군사 협력 발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심지어 대통령조차 1월에 푸틴과 통화할 때,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대한 공개 논의를 시작하자는 푸틴의 제안을 거절한 것 같다. 트럼프는 러시아에게 유리한 ‘나쁜 거래’라고 말했다.

그래서 러시아 고위 공직자와 분석가들은 트럼프 정권은 잘해봤자 러시아 정책에 의견 합의를 보지 못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워싱턴 양당의 다수를 차지하는 매파와 동의할 것이라고 상정하고 있다. 미국측에서 긍정적 접근이 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러시아는 지정학적 위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가 전통적으로 영향력을 놓고 다투었던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등 접경국들에 대한 압력은 계속 유지할 것이고, 곧 있을 프랑스와 독일 선거에서 러시아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 낼 방법을 모색하겠지만, 러시아의 대외 정책 야망이 향할 곳은 아무래도 중동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18개월 전에 시리아에 군사 개입을 개시한 결과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알레포와 시리아 주요 인구 밀집 지역들을 다시 손에 넣었다. 이란과 헤즈볼라가 지상병력을, 러시아가 공중지원을 제공하여, 아사드는 시리아 영토 전부를 탈환하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기세다. 앞으로 관리하고 분쟁을 외교적으로 억누르는데 있어, 러시아는 주요 무력 브로커이자 빼놓을 수 없는 조력자다.

리비아 반군의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

리비아 내전에 서구가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자 러시아는 리비아 반군의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을 지원하고 나섰다. 하프타르는 과거 카다피에게 충직했으나 반체제 인사가 되어 미국에서 20년 동안 살았고 U.N.의 지원을 받는 리비아의 정부에 반대한다. 러시아의 도움으로, 리비아 동부에 기반을 둔 하프타르의 군대는 국가를 전복하고 친 러시아 군사 정권을 확립할 수도 있다. 작년 말에 하프타르는 모스크바에 가서 세르게이 라프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났으며, 1월에는 러시아의 쿠즈네초프 장군 항공모함에 타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비밀 전화회담을 했다. 하프타르가 승리한다면 러시아는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미국의 실패의 덕을 보게 될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것을 가리켜 자신의 ‘최악의 실수’라 했다.

리비아와 시리아 사이의 공간에서도 러시아의 영향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이집트는 러시아 국영 원자력에너지 기업 로사톰에게 지중해변의 다바에 지을 원전 건설을 맡겼다.

이런 프로젝트는 건설비가 수십억 달러 들어갈 뿐 아니라, 러시아 기업들이 여러 해에 걸쳐 유지 보수와 안전 관리를 해야 하므로 양국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게 된다. 러시아는 이집트 상대 무기 수출도 늘려가고 있다. 이집트는 세계 최대 무기 시장 중 하나이며, 지금도 미국에게서 받는 안보 원조금이 10억 달러가 넘는다. 이집트가 미국과의 관계를 격하시킬 것 같지는 않지만, 동시에 러시아와의 사이를 긴밀하게 해서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음은 명확하다.

이집트와 러시아의 관계가 강해지며, 푸틴과 러시아 군은 시간낭비 없이 곧 새로운 우정을 활용했다. 러시아 특수 부대가 이집트 서부의 기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면상의 이유는 리비아 내 작전 지원이다.

아마도 지켜봐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러시아가 지중해 동쪽의 두 비 아랍 군사 세력인 터키 및 이스라엘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일 것이다. 두 나라 모두 오랫동안 미국의 동맹이었다. 2015년 말에 터키가 러시아 비행기를 격추시켰고, 작년 12월에 주터키 러시아 대사 안드레이 카를로프가 앙카라에서 살해 당하긴 했지만, 푸틴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시리아 관련 회담에 미국을 배제하면서도 터키는 포함시켰다. 또한 쿠르드 족 문제로 터키를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해 왔는데,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은 시리아 내 쿠르드 족 전사들과 협조한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팔레스타인 이슈, 러시아와 이란의 관계 때문에 문제가 많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달에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푸틴을 만났고, 이들은 자주 통화한다고 한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전투기가 시리아 영공을 함께 날아다니므로 직접 대화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러시아가 작년에 이란에 판매한 S-300 대공 방어 시스템과 같은 정교한 러시아제 무기를 이란이 구입하는 것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여야 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로선 이스라엘은 제재 때문에 유럽에서 얻어올 수 없는 투자와 하이 테크놀로지의 원천이며, 이스라엘에는 러시아 어를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주: 소련 붕괴 후 100만명 이상의 러시아 유대인이 이스라엘로 이주했다]도 매력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트럼프와 러시아의 관계를 수사하며 혼란에 빠져 있는 동안, 러시아는 새 출발의 희망을 버리고 전세계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중동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러시아의 야심을 꺾고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결과는 앞으로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리폴리부터 테헤란까지, 러시아의 군사, 정치, 경제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국은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중동에서 다른 세력에게 밀려 2인자 역을 해야 할 수도 있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 게재된 매튜 로잔스키(우드로윌슨센터 케난연구소 소장)의 글 While Washington Investigates Russian Meddling, Moscow Is Expanding Its Global Influence를 번역, 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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