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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갈 수 있는 책방 길 11

  • 박수진
  • 입력 2017.03.26 12:29
  • 수정 2017.03.26 12:33

김언 시인이 추천한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이근화 시인이 추천한 박상순의 '러브 아다지오' 중에서 무엇이 좋을까?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동네책방 ‘위트앤시니컬’에서 백현종(22)씨가 한참 동안 고민을 한다. 책꽂이에는 듬성듬성 시인들이 직접 추천한 시집 목록이 붙어 있다. “대형 서점과는 달리 책들이 거의 한 권씩 있어요. 특별한 책처럼 느껴진다고 할까요? 시집 고르는데 추천 목록이 있어 좋고요.” 고심 끝에 백씨는 두 권을 다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그는 시끌벅적한 대형 서점보단 작은 책방들을 더 즐겨 찾는다고 했다.

백씨처럼 동네책방을 좋아하는 시민들을 위해 서울시 산하 서울도서관이 '책방산책 서울'을 발간했다. 홍대 앞, 연남동, 이대 앞, 해방촌, 이태원, 경복궁 등 11개 동네의 개성 있는 책방들을 소개한 책이다. 책방 주변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도 함께 담았다.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사라지는 동네책방을 살리기 위해 발굴한 콘텐츠다. 온·오프 라인의 대형 서점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는 동네책방만의 숨은 매력과 ‘걷는 도시 서울’의 강점을 결합해 만들었기 때문에 모든 길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지역 놀이터 같은 ‘망원 책방길’, 인디 문화의 발상지인 홍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홍대앞 책방길’, 가장 오래된 서점부터 가장 세련된 서점까지, 책방의 다양한 층위를 체험할 수 있는 ‘경복궁 책방길’까지 각각 다른 개성을 담고 있는 책방길은 시민들이 직접 발굴했다. 지난해 11월 온라인으로 모인 시민 150명이 동네책방 운영자와 함께 재미와 전문성을 중심으로 완성한 코스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늘 다니던 길인데 책방 하나 발견한 것만으로도 느낌이 새롭네요. 데이트 코스로도 좋겠어요.” 추리소설을 전문으로 파는 이대 뒷골목 동네책방 ‘미스테리유니온’은 김성연(21)씨에게 보물 같은 장소라고 한다. 책방을 나오면 펼쳐지는 오픈형 갤러리를 감상하는 재미와 골목 구석에 숨은 맛집, 카페를 찾는 즐거움은 덤이다. “요즘 종이책을 잘 안 읽었는데, 서점에 오면 꼭 한두 권은 사게 되더라고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책들이 많거든요.”

동네책방 ‘위트앤시니컬’을 운영하고 있는 유희경 대표는 동네책방의 매력으로 ‘고르는 즐거움’을 꼽았다. “제가 직접 발로 뛰어 큐레이션한 책들을 손님들이 몇 시간이고 골라 사가죠. 다 읽고 또 오면서 단골이 되고요.” 이런 단골손님이야말로 서점 운영의 가장 큰 버팀목이라며 유 대표는 고마워했다.

'책방산책 서울'은 서울시 청사의 시민청 안에 있는 ‘서울책방’과 동네책방들에서 살 수 있다. 11개 책방길이 담긴 지도는 서울시 관광 사이트 ‘비지트 서울’, ‘서울스토리’ 사이트(링크)에서 보면 된다.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다양한 개성이 있는 11개 책방길이 시민들에게는 책 읽는 즐거움을, 동네책방에는 새로운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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