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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심' 권하는 사회

물론 문재인 전 의원이 반란군 수장을 미화할 목적으로 발언하지 않은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고, 해당 사실을 언급하는 데에 있어 워딩상 실수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은 이 이후 더욱 점입가경으로 흐른다. "군대도 안 갔다 온 이재명, 안희정이 그런 말 자격이 있는가"라는 이야기가 SNS를 뒤덮으면서, 이 슬픈 현실에 나는 펜을 들게 되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은 각각 대학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국가보안법으로 수감되는 바람에, 어린시절 공장 직공으로 일하다 산재를 입는 바람에 군대에 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배경을 보건대 이들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저열하다 할 수 있다.

ⓒ뉴스1

안악희(징병제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 JPD 서울지부장)

참 이상한 일이었다. 발단은 문재인 전 의원의 군 시절에 관한 회고에서 시작되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문재인 전 의원은 대학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군에 강제 징집되었다. 박정희 정권은 당시 "좌경화"된 "학생운동가"들을 "정신차리게" 한다는 이유로 군에 강제 입대시켰다. 그는 워낙에 체격이 좋고 인물이 출중해서인지, 특전사로 배치받았고 그곳에서 꽤 성실한 군생활을 보냈다고 한다.

문제는 그가 군 시절을 회고하면서 훗날 반란군 수장이 되는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사실을 밝히면서부터다. 이 사실은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과 계엄군 피해자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아울러 현재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으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되었다.

물론 문재인 전 의원이 반란군 수장을 미화할 목적으로 발언하지 않은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고, 해당 사실을 언급하는 데에 있어 워딩상 실수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은 이 이후 더욱 점입가경으로 흐른다. 각각의 인물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선정적인 비난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군대도 안 갔다온 이재명, 안희정이 그런 말 자격이 있는가"라는 이야기가 SNS를 뒤덮으면서, 이 슬픈 현실에 나는 펜을 들게 되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은 각각 대학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국가보안법으로 수감되는 바람에, 어린시절 공장 직공으로 일하다 산재를 입는 바람에 군대에 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배경을 보건대 이들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저열하다 할 수 있다. 심지어 그 당시에는 누구나 군대를 가는 것도 아니었다. 2013년 기준으로 징병검사의 현역 판정율은 91퍼센트에 달하지만, 1986년 당시 현역 판정율은 51퍼센트에 불과했다. 물론 현역 입영 대상자들 중에 국가고시나 해외유학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를 생각해 보면 전체 20대 남성들 중 채 절반도 안되는 사람들만 군대에 갔다는 이야기다. 요컨대, 현재 50대 이상인 세대들은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보다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문재인 후보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 실린 특전사 시절 사진

어째서 이런일이 벌어졌을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그만큼 한국의 징병제가 엉망진창이라는 데에 있겠다. 내가 해외에서 징병제에 관해 외국의 사회운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여지없이 "그래도 군대에 가면 먹을 것도 주고 돈도 주고 의료 혜택도 줄 텐데 그러한 것들을 반박하고 징병제를 비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한국의 징병제가 사실상 노예제처럼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란다. 이런 제도가 어떻게 21세기 시민사회에서 돌아갈 수 있느냐고 재차 묻는다.

군대를 경험한다고 해서 반드시 국가관이 투철하다거나 안보관이 충실할 것이라는 믿음은 이미 20세기에 깨졌다. 오히려 군대에 대한 민간의 통제와 무력사용보다는 상호 이해와 협력이 국제 평화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수 차례 검증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퇴역장성들은 국방부의 예산 증액과 국무부와 국제 개발처(USAID)에 관한 예산 삭감을 두고 반발했다. 전쟁은 어디까지나 국제 분쟁에 해당하고, 국제 정치에 있어 군사는 어디까지나 그중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전쟁은 최대한 피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협력과 화해에 관해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전혀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수많은 정치인들이 군복을 입고 군부대를 찾는다. 그 중에 군 복무 경험자가 있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마치 현역 때 모습을 재현하려는 듯, 현역 장병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자신을 그들과 같은 사람으로 동일시하길 원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러한 장면은 유권자들 중 병역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군부심"을 충족시켜 준다. 이런 감정적인 자극은 해당 후보가 안보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과 상관이 없다.

군부심 중독에 반대한다

나는 사람들이 사소한 "군부심"에 중독되는 것을 반대한다. 군부심은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킨다. 군부심은 상대방을 바라볼 때 "이 사람이 나와 같은 군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만을 판단하게 한다. 또한 군부심에 가득 찬 사람들이 눈 먼 국가주의가 쥔 칼을 가져다가 함부로 휘두르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는 솔직하게 우리 스스로를 인정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한다. 군대에 다녀왔다고 해서 군대의 모든 것을 아는 것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예비역들은 병영 부조리의 오랜 방관자로 존재해 왔다. 군대를 다녀왔느냐 안 다녀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 군대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관해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 왔는가, 얼마나 징병된 젊은이들의 목숨값과 처우에 관해 관심이 있었는가, 얼마나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에 간 병역거부자들의 응당 돌려받아야 하는 인권에 관해 관심이 있었는가가 더 중요하다. 군사주의적인 제스쳐는 앞으로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한 제스처가 아니다. 앞으로는 모두가 전쟁이나 군대가 아닌 평화를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군대에 다녀왔든, 다녀오지 않았든.

* 이 글은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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