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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의 판매 방식이 어쩔 수 없이 변경됐다

  • 김태우
  • 입력 2017.03.24 10:47
  • 수정 2017.03.24 10:58

지난 2월, 청소년'만'을 위한 콘돔 자판기가 한국에 최초 등장했다.

서울 신논현과 이태원, 광주 총장로 등에 설치된 이 자판기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콘돔을 판매하는 것으로, 2개에 1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책정됐다. 이 자판기를 기획 제작한 '인스팅터스'의 박진아 대표 YTN에 "경제, 사회문화, 심리적 이유 등으로 콘돔을 구매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것"이라며, 청소년의 콘돔 접근성과 피임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자판기를 설치하게 됐다고 전한 바 있다.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는 설치된 지 불과 1달여 만에 판매 방법을 바꿔야 했다. 별다른 인증 없이 구매자의 '양심'에 맡겼던 기존 판매 방식과 달리, 현재는 자판기를 운영 중인 매장 점주에게 연락 후 직접 콘돔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 바뀐 규칙은 신논현에 위치한 자판기에만 적용됐다.) 그 이유가 참 씁쓸하다.

바로 "비양심" 때문이다. 인스팅터스의 박진아 대표는 허핑턴포스트에 "신논현이라는 위치 특성상, 취객이 자판기를 걷어차는 경우도 있었고, 성인들이 비양심적으로 콘돔을 뽑아가는 일이 너무 잦았다"며, 신논현 자판기의 판매 방식이 변경된 이유를 밝혔다. 이 내용은 인스팅터스의 트위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판기에서 콘돔을 구매할 때 인증할 필요가 없었던 이유는 콘돔을 '성인용품'이라고 치부하는 판매자들이 청소년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스팅터스는 청소년들이 별다른 제약이나 인증 없이도 안전한 성생활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자판기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성인들의 양심이 필요했다. 청소년이 아니면 자판기를 운영 중인 매장을 통해서나 다른 경로를 통해 콘돔을 구매하도록 장려했다. 이 기본적인 규칙이 지켜지지 않자, 박진아 대표는 "성인들의 구매를 막으려면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성인의 양심을 믿었는데, 이를 악용한 게 슬픈 마음이다. 성인들이 양심을 지키고 구매만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양심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며 심경을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자판기를 운영한 해당 매장 점주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인스팅터스는 현재 기존 판매 방식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한편, 박진아 대표는 지난 22일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헌정한 기고문을 허핑턴포스트에 보내왔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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