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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성분 분석기의 진실

다이어트 혹은 운동을 통해 우리가 얻고 싶은 좋은 결과는 뭘까? 보통은 '지방이 줄고 근육이 늘어나는' 게 제대로 된 결과라고들 한다. 그래서 불티나게 팔린 장비가 있었으니, 바로 체성분 분석기다. 체지방률뿐만 아니라 근육량이나 수분 공급 상태는 물론이고 어느 부위의 지방을 몇 그램 빼야 하는지까지 숫자로 딱딱 찍혀 나오는 기계라 믿을 만해 보인다. 그러나 당신이 모르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체지방률을 측정하는 도구 중에 체성분 분석기의 정확도가 가장 떨어진다는 것이다.

  • 아주라
  • 입력 2017.03.24 10:22
  • 수정 2018.03.25 14:12
ⓒGiorez via Getty Images

다이어트 혹은 운동을 통해 우리가 얻고 싶은 좋은 결과는 뭘까? 보통은 '지방이 줄고 근육이 늘어나는' 게 제대로 된 결과라고들 한다. 그래서 불티나게 팔린 장비가 있었으니, 바로 체성분 분석기다. 체지방률뿐만 아니라 근육량이나 수분 공급 상태는 물론이고 어느 부위의 지방을 몇 그램 빼야 하는지까지 숫자로 딱딱 찍혀 나오는 기계라 믿을 만해 보인다. 그러나 당신이 모르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체지방률을 측정하는 도구 중에 체성분 분석기의 정확도가 가장 떨어진다는 것이다.

체성분 분석기의 정식 명칭은 생체전기저항분석기(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 BIA)로, 우리 몸의 물질이 제가끔 다른 전기 전도도를 가진다는 사실에 착안한다. 지방은 저항이 커서 전류를 잘 통과시키지 않는 반면, 근육은 수분 함량이 많아 저항이 낮으므로 전류를 잘 통과시킨다. 여기까지는 좋은 아이디어 같지만, 불행히도 전기를 통한 측정에는 오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가 너무 많다.

오차를 일으키는 가장 큰 요소는 수분 섭취다. 만일 운동이나 단식 등으로 탈수가 되면 상대적으로 물의 비율보다 지방의 비율이 커지게 되고, 따라서 체지방률은 증가한다. 그러나 그 상태에서 충분히 물을 마시고 휴식을 취한 다음 1시간 뒤 다시 측정을 해 보면 체지방률은 현저하게 내려간다. 1시간 사이에 지방이 빠졌을 리는 없는데, 단지 전류 저항이 작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기계가 오차를 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체온이다. 대부분의 물질은 온도가 높을수록 전기 전도도가 높아진다. 바꿔 말해, 운동을 하거나 더운 날씨에 측정을 하면 체지방률이 낮게 나온다. 게다가 운동으로 땀을 흘리게 되면 손과 발에 닿아 있는 전극에 닿은 땀이 전기를 더 잘 통하게 만들어 체지방률은 또 떨어진다. 실제 체지방은 단 1g도 빠지지 않았는데, 이 방법만으로 체성분 분석기에 찍히는 체지방률을 10% 넘게 조작할 수 있다.

체성분 분석기를 이용하기 전에 술도 마시지 말고, 운동도 하지 말고, 물도 마시지 말고, 충분히 쉬다가 측정하라는 건 전부 이런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차가 지나치게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체성분 분석기로 체지방률을 측정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체지방률을 정확히 알고 싶다면 방법은 많다. 무게가 같다면 지방의 부피가 근육보다 크다는 점을 이용해 공기 탱크나 물탱크에 들어가서 부피와 무게를 동시에 특정하는 체적변동기록기(plethysmography)는 엄청나게 정확하다. DXA, CT, MRI 같은 의료기기도 사실 한 번 재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정확도로 따지면 체성분 분석기는 발끝에도 못 미친다. 그렇지만 이런 비싼 기구를, 하다못해 체성분 분석기 같은 기구를 꼭 이용해야만 할까?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보자. 왜 다이어트를 하려 했는지. 처음 당신에게 중요했던 건 고작 몇 프로라고 찍힌 숫자가 아니었다. 한 치수 작게 입을 수 있는지, 마음에 드는 옷을 마음대로 입을 수 있는지, 내가 정말 더 예뻐 '보이는지'였다. 결국 내가 나와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가 문제였다. 그러니, 정확한 도구는 역시 눈이다.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다이어트의 효과 비교에는 아무리 비싼 장비도 눈보다 못하다.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눈에 보이는 살을 걷어내는 것 아니었던가? 매일 거울 앞에 서서, 아니면 삼각대를 앞에 놓고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라. 그리고 그걸 매일 비교해 봐라. 매일이 힘들다면 매주, 격주, 매월 한 번씩만 해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가 중요하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집게처럼 생긴 캘리퍼(caliper)를 가지고 피하지방의 두께를 재는 것이다. 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기록하는 것에 비하면 숫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 말고는 아무 쓸모가 없다.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공포 다이어트]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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