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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경선 현장투표 결과 유출에 개입된 인물들이 드러났다

  • 허완
  • 입력 2017.03.23 21:06
ⓒ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현장투표 결과가 유출되는 과정에 다수의 지역위원장들이 개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후보간 네거티브 논란에 이어 투표결과 유포 사태까지 터지자, 당내에선 “국민들에 실망감을 줘 경선 참여 열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지역위원장 6명이 최초로 카톡에 올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경선 현장 투표 결과 유출 논란 관련 중앙당선관위 긴급회의를 마친 홍재형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과 위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벌였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2일 현장투표가 끝난 뒤,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6명의 지역위원장이 각자 해당 지역의 결과를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이 내용을 취합해서 가공해 다시 유포한 사람이 누군지 등 추가 과정은 더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로 카카오톡 대화방에 투표결과를 올린 6명의 지역위원장은 대구 ㅇ씨, 광주 ㅇ씨, 울산 ㅇ씨, 경기 ㄱ씨, 전북 ㅎ씨, 경북 ㅈ씨로 확인됐다. 당 관계자들은 “이들 6명 모두 문재인 캠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사들”이라고 전했다. 전날 카카오톡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몇가지 버전으로 유포된 현장투표 결과표에는 문 전 대표가 압도적인 우위라는 결과가 담겨있다.

다른 주자들 쪽은 강하게 반발하며 당 지도부에 책임있는 조처를 요구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광주에서 기자들에게 “당 선관위가 선거 과정을 공정하게 이끌어주시기를 바란다”고 짧게 말했다. 그러나 안희정 캠프의 강훈식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당 선관위가 ‘조작됐다’고 규정한 그 문건을 작성한 유포자를 찾아내야 한다”며 “추미애 대표도 이 사태에 사과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투표결과 유출은) 당이 신중하지 못했고 편향적이지 않느냐 의심케하는 사건으로, 엄중한 진상조사와 관련자에 대한 상당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전북 전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축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개표 참관인들이 있어 결과가 조금씩은 유출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표를 먼저 한다면 그때그때 결과를 발표해서 경선 과정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경선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선관위 양승조 부위원장은 이날 긴급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조사 뒤 선거방해 등 범죄행위가 드러나면 가차없이 형사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사에 참가한 한 선관위원은 “우선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고 윤리적·정무적으로 책임질 일인지 법적으로 책임질 일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유출이 확인돼도) 선거범죄는 당선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도 있어야 하는 것이니 조사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당도 후보도 심각성 몰라”

하지만 현장투표는 전국 250개 투표소에서 각 후보 쪽 참관인들이 개표를 참관하는 구조여서, 이번 사태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만큼 당의 경선관리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수도권의 한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앞으로 투표를 하는 참가자에게 분명히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선 신뢰도는 떨어질 게 분명하다”며 “특히 현재 당 지도부 스스로 ‘예견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보안각서라도 미리 받지 못했던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안이한 판단이 공정성과 흥행이라는 두가지 축에 심각한 균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논란에 이어 유출 사태까지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미칠 부정적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내 대선주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선거관리 경험이 있는 당 관계자는 “당내의 이전투구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들이 모여서 당에 공정한 경선을 요구하고, 동시에 경선인단의 경선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당만 아니라 후보들과 캠프도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경선 선거인단 모집 당시 “현장투표를 하겠다”고 했던 신청자와 권리당원 등 약 29만명을 대상으로 지난 22일 하루동안 전국 250개 투표소에서 현장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율은 18.05%(5만2000여명)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이 현장투표 결과를 밀봉해뒀다가, 권역별로 자동응답전화(ARS) 투표 및 순회투표 결과를 공개할 때 함께 발표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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