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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심사 결과 점수가 미달된 TV조선의 '퇴출' 여부가 내일 결정된다

  • 허완
  • 입력 2017.03.23 16:25
  • 수정 2017.03.23 16:27
ⓒTV조선

<티브이조선><채널에이><제이티비시> 등 3개 종합편성채널(종편) 채널이 재승인의 기로에 섰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4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종편 재승인 여부를 의결할 계획이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대상인 3개 종편 가운데 홀로 심사 결과 점수가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알려진 티브이조선의 재승인 여부다. 방통위는 심사 결과에 따라 티브이조선의 재승인을 거부하는 결정과 강력한 조건을 붙이고 원래 3년인 유효 기간을 1년 또는 2년으로 줄이는 등 ‘조건부’로 재승인하는 결정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조건부 재승인은 부적절하며, 심사 결과대로 의결하라”고 촉구해왔다.

지난달 24일 심사평가위원회 활동이 끝난 뒤 티브이조선만이 총점 1000점 가운데 기준 점수인 650점을 넘지 못했고, 방통위는 이에 따라 지난 22일 티브이조선을 대상으로 청문을 열었다. 청문은 방통위가 방송사업자의 재허가 또는 재승인을 거부하기 전에 실시하는 ‘최후의 절차’다. 청문을 3일 앞둔 지난 20일 티브이조선의 모회사인 <조선일보>는 2면에서 “티브이조선이 품격과 재미를 두루 갖춘 진정한 종합편성 채널로 거듭나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보도·교양·예능 프로그램을 1:1:1로 균형 편성 △상반기에 10개 이상의 새 프로그램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콘텐츠 투자 △출연자가 심의에서 법정 제재를 한 차례만 받아도 퇴출 등의 계획을 밝혔는데, 방통위쪽에도 이 같은 쇄신 계획을 적극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점수 미달로 재승인 거부 위기에 처하자 대대적인 ‘구명운동’에 나선 모양새다.

티브이조선이 내놓은 쇄신 계획은 역설적으로 종편이 그동안 얼마나 기본적인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했는지 보여준다. 편성비율, 콘텐츠 투자,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등 세 가지는 종편을 평가하는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들이다. 그러나 종편은 출범 뒤 6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보도 프로그램 위주의 편성, 막말·편파 방송, 약속한 콘텐츠 투자 미이행 등을 반복해왔다. 티브이조선은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아왔다. 지난달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시민 1만3000여명의 의견을 집계해보니, 93% 이상이 티브이조선을 ‘퇴출 1순위 종편’으로 꼽기도 했다.

아직 심사 점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티브이조선은 무엇보다도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관련 항목들에서 다른 종편에 견줘 낮은 점수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조건 이행실적 점검 결과’를 보면, 2014~2016년 사이 티브이조선의 ‘오보·막말·편파 심의조치 건수’는 383건에 달했다. 반면 채널에이는 195건, 제이티비시는 52건, 엠비엔은 58건이었다. 법정 제재를 받은 건수도 티브이조선(53건)이 채널에이(32건), 제이티비시(17건), 엠비엔(9건)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 같은 실태는 감점의 형태로 반영되는 정량적 평가뿐 아니라 심사위원들의 정성적 평가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TV조선 2014년 11월23일 보도.

방통위가 여지껏 방송사업자의 재허가 또는 재승인을 거부했던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난 2004년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이었던 <아이티브이>가 재허가를 거부당해 문을 닫은 일 정도가 사례로 꼽힌다. 반면 아이티브이의 후신이랄 수 있는 <오비에스>는 지난해말 재허가 기준 점수에 미달했는데, 방통위는 청문 절차를 거쳐 “1년안에 자본금 30억원을 확충할 것”이란 취지의 조건을 붙여 재허가를 내줬다. 때문에 방통위가 이번에도 티브이조선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 점수에 미달한 티브이조선에 대해 방통위가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조건부 재승인을 해준다면, 이는 전형적인 부정심사 사례로 판정될 것”이라며 원칙에 따라 재승인 거부를 결정할 것을 방통위에 촉구했다. 조건부 재승인이 결정되면 무엇보다 두 차례나 종편의 문제점을 눈감아준 방통위에 비판이 집중될 전망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만약 방통위가 조건을 붙여 재승인해준다면, 그 조건이 과연 실효성 있는 것인지 제대로 점검할 것인지 등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종편 감시보다 방통위 감시가 더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전체 방송 정책의 큰 틀 속에서 종편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바꿔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종편이 누려온 다양한 특혜들을 거둬들이는 것이 첫번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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