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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11개가 '어떤 물질을 방출하는지' 실험해 보았다

ⓒSadeugra via Getty Images

여성이 평생 사용하는 생리대 개수가 1만1400여 개쯤 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생리대가 얼마나 안전한지 모른다. 관련 연구가 이뤄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정말 안전한 것인지 몰라 찜찜하지만, 생리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냥 쓰고 있는 게 대다수 여성의 현실이다.

사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의 관심은 '무'(無)에 가까웠다. '영업비밀'이라는 게 기업의 입장이라면, 정부의 입장은 '제대로 심사해서 통과시켰으니 문제없다'를 되풀이하는 것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 기업 반응

기업들은 영업비밀이라며 생리대 성분을 공개하지 않는다. 김영일 유한킴벌리 홍보부장은 “의약외 제품인 일회용 생리대는 원료부터 제조까지 일련의 과정을 식약처에서 사전 점검·관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경향신문 2016년 6월 3일)

* 정부 반응

강주혜 식약처 대변인실 연구관은 “일회용 생리대는 품목별로 포함된 물질 및 소재에 대해 독성자료 등을 통해 안전성 및 품질을 확인한 후 허가하므로 별도로 전 성분 표시를 하지 않으며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16년 6월 3일)

일각에서 생리대의 부작용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는 “유해하다는 주장만 하지 말고 ‘사이언티픽 에비던스(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라”고 말했다. 또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신고하면 된다고 덧붙였다.(여성신문 2016년 5월 22일)

12년 전인 2005년에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생리대의 안정성에 대해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일회용 생리대가 의약외품으로 지정된 1971년 이후 생리대가 안전 기준에 맞게 생산되는지 검사하는 '수거 검사'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진 적이 없다."

"미국 FDA가 각종 피부 부작용에 관해서까지 생산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에는 일부(포름알데히드와 색소, 형광물질, 산/알칼리) 기준만 있을 뿐 다른 유해 물질에 관한 규정은 없다."(노컷뉴스 2005년 9월 26일)

놀라운 것은... 12년 전 상황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식약처(식약청의 변경된 명칭)의 생리대 안전성 검증은 그 이후로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식약처가 2012년 만든 자료에는 '생리 기간 중 발생하는 피부 질환은 사용자의 사용습관이 중요한데, 대부분 교체 시간과 관련이 있다’며 사용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또 '생리대가 생리통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는 언급 정도로 안내돼 있다.(여성신문 2016년 5월 22일)

이런 상황에서 '생리대 방출물질'에 대한 실험 결과가 하나 알려졌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최근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형 생리대 5종 △팬티라이너 5종 △면 생리대 1종 등 총 11개 제품을 대상으로

'체온(36.5도)과 같은 환경의 20L 밀폐공간에서 어떤 물질이 방출되는지?'

를 주제로 실험해 보았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니..

- 약 200종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방출됐으며

(중형생리대 방출량은 평균 4,185ng/ 팬티라이너는 평균 7,468ng 등)

* ng는 '나노그램'으로 10억분의 1을 의미

- 이중 20종의 독성화합물질(벤젠/스티렌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발암성 1군 물질이자 생식독성인 벤젠은 면생리대 7ng/ 중형생리대 1ng/ 팬티라이너 1ng 등)

(스티렌은 면생리대 24ng/ 중형 생리대 2~5ng/ 팬티라이너 1~4ng)

여기서 더 나아가 '10개 생리대를 각각 착용한 상황'을 적용하면 공기 중에 노출되는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의 농도는 2만4,670~24만7,520㎍/㎥으로 측정됐다는 것. 이 실험 결과는 21일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하는 '여성건강을 위한 월경용품 토론회'에서 발표됐다. (* ㎍는 '마이크로그램'으로 100만분의 1을 의미)

김 교수는 “우리가 숨 쉬는 공간인 다중이용시설 실내 관리 총휘발성유기화합물 기준(500㎍/㎥ 이하)과 비교하면 수십 배 이상 높은 농도에 장시간 노출되고 있는 셈인데, 500배 가까이 높은 제품도 있었다”며 “생리대와 피부 사이의 공간이 좁은 만큼 더 진한 농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한국일보 3월 22일)

이번 실험을 통해 유해물질이 나왔다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휘발성이 강하고, 즉각적인 피해 유발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외음부에 즉각 노출되는 만큼 위해성에 대한 신중한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는 "여성위생용품이 직접 닿는 신체 부위는 일반적인 피부처럼 화학물질의 노출을 효율적으로 막지 못한다. 게다가 여성 외음부는 해부학적으로는 물론 의복류에 의해 폐쇄된 조건이기 때문에 화학물질이 존재할 경우 노출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며 "이 때문에 여성위생용품 함유 화학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여성위생용품이 사용되는 신체 부위의 유해물질 흡수가능성에 대한 정량적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 여성위생용품에 함유된 화학물질의 관리는 유해성에 근거해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며 "검출된 물질 중 발암원성과 생식독성이 의심되는 것들이 많다는 점을 볼 때 좀 더 적극적인,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베이비뉴스 3월 22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정부도 관련 방안을 논의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안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다양한 화학물질이 검출될 수 있지만 위해성은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며 “지난해 9월부터 시중 판매 생리대의 성분을 분석하고 위해성 평가 시험법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한국일보 3월 22일)

유한킴벌리 관계자도 “파라벤 처럼우려가 계속되는 물질은 사용하지 않는 걸로 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연구결과에 대한 안전성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며 기업들도 함께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베이비뉴스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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