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제인 오스틴은 왜 알트라이트의 아이콘이 되었나

제인 오스틴 팬의 삶은 가끔 정말 짜증날 때가 있다. 남학생들은 오스틴이 수준이 낮다고 조롱하고, 대중 문화는 오스틴을 로맨스 소설의 약칭으로 사용하고, 여성들이 오스틴을 좋아한다고 털어놓는 순간 고양이를 키우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등장한 모욕은 그 무엇보다도 지독하다. 알트-라이트 사상가들이 오스틴을 백인 국수주의의 상징으로 삼은 것이다. 니콜 M. 라이트가 쓴 ‘고등 교육 연대기’라는 글에 의하면 그렇다.

볼더의 콜로라도 대학교 영문학 부교수인 라이트는 1월에 밀로 이아노풀로스가 연설에서 오스틴을 슬쩍 끌어다 썼음을 눈치챘다. “빅토리아 시대 소설가라면 ‘못 생긴 여성이 섹시한 여성보다 페미니스트가 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건 보편적인 진실이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알트-라이트 ‘동조자’인 이아노풀로스가 오스틴의 시대를 틀렸다는 점이라고 라이트는 지적한다. 섭정 시대의 작가였던 오스틴은 빅토리아 시대가 시작되기 20년쯤 전에 사망했다.

그러나 이아노풀로스는 언급하는 레퍼런스를 별로 주의깊게 다루지 않는다.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보편적 진실’은 ‘재산이 많은 독신남이라면 분명 아내를 원할 것’이다. 이것은 진지하게 한 게 아니라 부드럽게 비꼬는 문장이다. 오스틴은 철학 논문의 언어를 패러디하여 저 단순한 가정을 조롱한 것이다.

오스틴이 당시의 얄팍한 사회적 관습을 향해 던지곤 하던 통렬한 위트가 간과되는 일은 흔하다. 그러니 알트-라이트들이 오스틴의 작품을 잘못 이해하고 피상적인 교훈을 얻어낸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라이트는 오스틴과 알트-라이트가 겹치는 부분을 더 깊게 파고들어, 여러 알트-라이트 포럼의 글들을 정독한 결과 오스틴의 의미에 대한 일반적 해석을 발견했다. “1) 성적 순수함의 상징, 2) 사라진 백인 전통 문화의 지도자, 3) 여성의 열등함의 규칙을 증명하는 예외”가 그것이다.

오스틴은 19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한 결혼 플롯 소설들을 썼다. 당시는 순결과 유리한 결혼이 중상 계층 여성들의 주된 목적이었다. 그래서 오스틴은 혼전 순결과 전통적 결혼의 가치화의 상징으로 차용되곤 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녀들은 원나잇스탠드를 하지 않고 정착한다. 자신의 길을 헤쳐나가지 않고 남편을 중심으로 자신의 삶을 구성한다. ‘엠마’나 ‘맨스필드 파크’ 같은 소설에서 등장 인물은 거의 100% 백인이며, 그들의 사회적 만남은 명백한 계급, 공유하는 문화에 따른다.

백인으로만 구성된 가부장적 국가의 목가적 특성을 주장하기 위해 오스틴을 사용하는 것은 우스꽝스럽지만 앞뒤는 맞는다. 백인 여성을 이용해 지독한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은 차별주의자들이 써먹는 가장 오래된 수법 중 하나다. 연약한 백인 여성들의 안전과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백인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구 역사상 아마 가장 유명한 여성 작가일 오스틴과 오스틴의 캐릭터들은 쉽게 이 목적에 동원 된다. “셰익스피어와 비할 수 있을 정도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일한 여성 작가인 오스틴은 물론 이런 논쟁에 끌려들어오는 작가이기도 하다.” 가우처 대학 영문학 부교수 줄리엣 웰스가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문학 평론가들은 오스틴의 백인성, 소설에 드러나는 명백한 인습적 도덕을 비판할 수 있고 또한 비판해왔다. 하지만 이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전기 작가 폴라 번이 2014년에 주장했듯, ‘맨스필드 파크’가 식민지 노예제도와 흑인 차별을 간접적이지만 날카롭게 규탄했다는 증거가 본문에 상당히 등장한다. 미완성 소설 ‘샌디튼’에서는 ‘반 물라토’로 묘사되는 서인도 상속녀가 등장하지만 대사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신부감으로 아주 훌륭한 처녀로 등장한다.

오스틴을 알트-라이트의 아이콘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오스틴의 책을 아예 읽지 않았거나 대충 읽은 게 분명하다. 오스틴의 작품을 순결한 청혼, 로맨틱한 결혼,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영국 사회와 연결짓는 우리의 문화에 의존해 오스틴이 이런 가치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백인 국수주의자들은 그녀의 작품들이 지금도 사랑받는 큰 이유가 그런 가치들을 영리고 미묘하게 공격해왔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는 것이 좋겠다.

허핑턴포스트US의 Jane Austen Has Become An Alt-Right Icon, Somehow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문학 #제인 오스틴 #알트라이트 #극우 #네오나치 #이상한 뉴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