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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자랑, 유력 야당 후보의 발목을 잡다!

상대적 진보 성향 후보가 자신이 군 경력에서 보수 후보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나서며 보수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고 한 건 실은 문재인 후보가 처음은 아니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당시 아들 부시 대통령에 맞섰던 존 케리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도 지금 문재인 후보처럼 자신의 군경력을 강조하는 선거 캠페인을 펼쳤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과는 대폭망이었다. 왜 때문에 존 케리의 군경력 강조 선거캠페인은 실패했을까? 출발은 우연이었다.

  • 바베르크
  • 입력 2017.03.21 11:55
  • 수정 2018.03.22 14:12
ⓒReuters

1. 들어가며

문재인 후보는 일종의 안보 컴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 하도 북한에 유화적일 거란 의심을 받는,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이다 보니 뭔가 자신도 안보 잘 할 수 있다는 걸 계속 어필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다. 전에도 썼듯이, 나는 문재인 후보가 젊은 시절 군복무 경력을 강조하거나 군부대를 방문하는 등의 이른바 안보 행보를 할게 아니라 안보 관련 정책과 국방 현안에 관한 입장에서 자신의 안보관을 또렷이 보여주어 불안해 하는 보수층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2. 문재인 후보의 전두환 표창 논란

그런데, 문재인 후보가 그런 이른바 안보 행보를 하다가 최근에 저지른 헛발질이 지난 일요일(3월 19일) KBS의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 중에 특전사로 군복무한 걸 보여주는 사진을 갖고 나와 "내 인생의 사진"이란 코너에서 당시 여단장이던(나중에 군사반란과 내란을 일으킨 군사독재자이자 광주학살을 저지른) 전두환한테 표창받은 것까지 그만 자랑스러운 톤으로 말해 버린 것이다. 문재인 후보 반대자들은 이런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당장 그 자리에서 토론 중이던 최성 고양 시장이 그런 표창장은 버렸어야 한다는 취지로 비판했고, 국민의당은 문재인 캠프에서 전두환 표창받은 것은 가짜 뉴스라고 했다는 것을 끄집어 내 문재인 후보를 비판했으며, 문 후보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서는 중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군다나 문 후보가 복무한 특전사가 광주 민주화운동 때의 잔혹한 진압으로 악명 높아졌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민주당의 호남 경선이 코 앞인 상황에서 문 후보가 전두환 특전사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장 받은 것을 강조했다는 것은 한껏 좋게 보아줘봤자 경솔했다고 할 수밖에 없을 듯 싶다.

2004년 7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존 케리 대통령 후보가 경례를 하고 있다.

3. 문재인이 처음이 아니다 - 군대 자랑하다 폭망한 존 케리 이야기

그런데, 상대적 진보 성향 후보가 자신이 군 경력에서 보수 후보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나서며 보수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고 한 건 실은 문재인 후보가 처음은 아니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당시 아들 부시 대통령에 맞섰던 존 케리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도 지금 문재인 후보처럼 자신의 군경력을 강조하는 선거 캠페인을 펼쳤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과는 대폭망이었다. 왜 때문에 존 케리의 군경력 강조 선거캠페인은 실패했을까?

출발은 우연이었다.

존 케리가 참전한 베트남전에서 그의 전우였던 제임스 라스만은 2004년 미국 대선 초기에 서점에서 우연히 존 케리의 자서전을 발견하고 집어든다. 그에겐 존 케리가 무척이나 잊을 수 없는 전우였기에. 이 자서전에서 케리는 월남전에 참전해 그가 고속정(Swift Boat)을 타고 베트콩들이 우글거리는 정글 속 메콩강으로 들어가 싸우던 시절을 회상. 그리고 그때 적에게 공격받아 자신도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 메콩강에 빠져 죽을뻔한 전우를 구해주고 그 공로로 무공훈장을 받은 일화를 소개한다. 그런데, 바로 존 케리에 의해 목숨을 건진 전우가 이 케리의 자서전을 서점에서 집어 들고 읽던 제임스 라스만이었다! 오랫동안 케리와 연락이 끊어져 있었던 그는 케리 캠프측에 자신이 바로 케리 덕분에 생명을 건졌던 사람임을 알린다.

오!!! 이보다 더 좋은, 우리 후보님이 국가안보 맞춤형 후보란 걸 자랑할 미담이 있을까!!! 미국 민주당의 존 케리 캠프는 이 미담을 활용해 그 해 여름 전당대회에서 케리가 후보로 확정될 때 극적으로 케리 덕에 목숨을 건졌던 이 옛 전우 제임스 라스만을 등장시킨다. 그리고 두 전우는 감격적인 포옹을 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완전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고. 심지어 케리는 후보 수락을 하며 "나는 복무를 명받았습니다(I'm reporting for duty)"라며 군대식 경례까지 하였다.

특히나 당시 상대 후보인 아들 부시 대통령이 나중에 대통령이 되는 아버지와 상원의원이던 할아버지의 빽으로 베트남전에서도 베트남으로 배치 안 되고 주 방위군으로 미국서 지낸터라 전장에서 전우를 구하고 그 무공으로 훈장까지 받은 존 케리의 스토리는 민주당 지지자들로 하여금 필승카드를 잡았다고 느끼게 할 수도 있겠다. 실제 케리가 제임스 라스만의 목숨을 구해 주었음이 처음 알려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초기인 아이오와 주 당원 집회에서부터 민주당의 당심(黨心)은 말하자면 케리에게 모이기 시작했다. 그가 부시를 꺾을 수 있을 후보로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케리 발목을 잡을 줄이야! 이렇게 케리가 자신의 군경력을 선거운동의 전면에 내세우자 미국 공화당측은 이를 흠집내기 위한 흑색선전을 개시하였다. 이들은 "진실을 위한 고속정 참전용사들(Swift Boat Veterans for Truth)"이라는 괴단체를 내세워, 케리가 실은 무공도 세우지 않았고 자해를 했다는 헛소문까지 퍼뜨렸다.

그런 건 마타도어라 치부하겠지만 케리한테 정말 아팠던 것은 그렇게 무공을 세운 케리가 베트남에서 돌아와선 반전(反戰)운동에 나선 것까지 재조명된 것이었다. 이런 반전운동 가담 사실도 말하자면 전장에선 열심히 싸웠지만 부도덕한 전쟁임을 깨달아 전쟁 반대에 앞장 섰다고 변명할 수는 있는 일이라고 백보 양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웃픈 일은 반전운동에 가담한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부도덕한 전쟁을 계속 중인 당시 미국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전장에서의 공로로 받은 무공훈장을 던져서 버리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존 케리는 자신이 받은 무공훈장을 던지는 척하면서 실은 남의 훈장을 던졌던 것까지 드러나고 만다. 케리는 언젠가 자신이 받은 무공훈장을 이렇게 다시 써먹을 생각을 했던 것이라고나 할까.

이 모든 난리는 케리가 자신의 군경력을 선거운동의 메인 테마로 잡은 탓이었다. 어찌 보면 누구도 그러라고 한 적이 없었고 그건 캠프의 결정이 아닌 후보는 본인인(웃음) 존 케리 자신의 결정이었다. 존 케리 미국 민주당 후보는 2004년 미국 대선 본선에서 이렇게 자신의 군경력 관련한 각종 루머와 논란에 시달리다 자멸하여 결국 어이 없게도 아들 부시 대통령에게 참패하고 만다.

4. 맺음말 - 제발 "이름만 바꾸면 당신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아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고 함상에서 승리 선언(Mission Accomplished)까지 했던 이라크에서 어처구니 없게도 미군이 수니파 반군의 게릴라전에 걸려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사상자를 내던 시점에 치러진, 진보가 질 수 없고, 져서는 안 되는 대선을 존 케리는 정말로 어처구니 없게도 상대의 실정이 아닌, 자신의 군경력을 뽐내다가 말아먹은 것이었다.

이 스토리가 올해 우리나라의 장미 대선에서도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말했다는 "이름만 바꾸면 당신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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