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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여단장의 표창장, 박근혜 대통령의 훈장

나는 정년을 맞기 직전인 2014년 7월 우리 교육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습니다. 훈장 수여자는 당연히 그때 대통령직에 있었던 박근혜였구요.

  • 이준구
  • 입력 2017.03.21 06:49
  • 수정 2018.03.22 14:12
ⓒKBS

문재인씨가 특전사 복무 시절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고 말해 '동네북' 신세가 되었다네요.

아니 누가 여단장이었든 간에 좋은 일 해서 표창장 받았으면, 그걸로 끝이지 여단장이 누구였는가가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요?

더군다나 당시의 전두환씨는 군사정변을 일으키기 전의 평범한 지휘관의 한 사람이었을 뿐인데요.

문재인씨의 정적들은 그런 표창장이라면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상식을 결여한 것 아닌가요?

그 상은 전두환씨 개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단지 군 복무를 모범적으로 했다는 이유로 받은 것인데 왜 버려야 합니까?

누가 지휘관이었든 간에 모범적인 행위를 한 장병은 상을 받아야 마땅한 일인데요.

나도 이와 비슷한 개인적 경험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정년을 맞기 직전인 2014년 7월 우리 교육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습니다.

훈장 수여자는 당연히 그때 대통령직에 있었던 박근혜였구요.

그 훈장을 받은 직후 내 친구 하나가 나더러 농담을 하더군요.

박근혜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이라 받지 않겠다고 거절할 줄 알았다구요.

농담이었지만 평소에 그렇게 비판을 많이 했으면서도 그가 수여하는 훈장을 받았느냐는 뜻이 다소 섞여 있었겠지요.

솔직히 말씀 드려 내가 우리 교육에 과연 훈장을 받을 정도로 많은 기여를 했는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내가 정말로 고매한 인품의 소유자라면 그런 이유를 들어 훈장을 고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도 평범한 사람의 하나이고 훈장을 준다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어 그냥 받았습니다.

그러나 훈장을 누가 수여했는지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될 필요가 없었습니다.

누가 훈장을 받든 당시의 대통령이 당연히 수여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일 아닙니까?

누가 훈장을 수여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일입니까?

나더러 한 말이 농담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누가 진심으로 그런 말을 했더라면 나도 가만 있지 않았을 겁니다.

더군다나 군 복무나 교육처럼 정권과 아무 관계가 없는 맥락에서 훈장이나 표창장을 받는 것은 누가 수여하는지가 문제될 것이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누가 수여하는지가 문제되는 것은 수여하는 사람의 개인적 이익에 봉사하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훈장이나 표창장을 받은 경우에 한정된 일입니다.

그 경우에는 수여하는 사람도 문제가 되고 받는 사람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4대강사업에 공로를 세웠다고 MB에게서 훈장을 받았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정권의 사적 이익에 봉사하고 그 대가로 대통령에게서 그걸 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에게는 충성을 바쳤을지 몰라도 국익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는데 그 행위에 대해 훈장을 수여하는 행위 그 자체가 부당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다른 얘기지만 내가 받은 훈장과 관련해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2014년에 어떻게 훈장을 받을 수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블랙리스트니 뭐니 해서 내편, 네편 가르는 게 한창이었을 때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누가 봐도 네편이 분명했던 나에게 어떻게 훈장이 돌아왔느냐는 거지요.

난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건 분명한 사무착오였을 것이다."라고 스스로 웃어 넘깁니다.

혹은 어떤 공무원이 나 때문에 사후적으로 윗사람에게 혼이나 나지 않았을까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야, 이 친구야 그런 사람에게 훈장을 주자는 공문을 만들면 어떡해?"라는 질책 말이지요.

하여튼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군 복무나 교육 같은 일과 관련된 훈장이나 표창장이라면 누가 그것을 주는지가 전혀 의미 없는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공연히 그런 구실로 정적을 깎아내린다면 그런 일 하는 사람이 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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