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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초 만에 살펴보는 사드 성능 보고서'의 오류

'부산-경남으로 향하는 미사일은 위치 파악조차 못한다'는 것은 약간 억지 주장에 가깝다. 애당초 그 지역으로 낙하 중인 탄도미사일이면 실제 최대 도달고도가 어쨌든 사드 기지 범위를 벗어나기 전에 사드의 요격권 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드가 한반도 방어용이 아니라 괌이나 일본, 심지어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중국이나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괌이나 일본은 둘째 치고 제주도로 날아가는 미사일도 요격 못할 미사일이 한반도 방어용이 아니라니, 상당한 모순 아닌가?

  • 홍희범
  • 입력 2017.03.20 09:57
  • 수정 2018.03.21 14:12
ⓒHandout . / Reuters

최근 오마이뉴스 등 일부 매체에서 사드의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열심히 보내고 있다. 모든 무기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그 문제를 지적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뭐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고의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고의는 아닐지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내용을 쓴다면 그것은 자칫 지적이 아니라 선동이 될 수 있다. 뭔가를 반대하려면 제대로 반대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올라온 '100초 만에 살펴보는 사드 성능 보고서'를 보고, 아래와 같은 오류들을 금방 발견했다.

1. 사드, 날씨가 나쁘면 요격 장담 못한다?

"바람이 강하거나 먼지가 있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미사일 요격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분명 이 대목이 미 국방부가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들어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지구상 그 어떤 무기도 악천후에는 일정 수준 효율이 떨어진다. 인간 그 자체부터 최첨단 항공모함까지, 악천후는 일정수준 운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사드라고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이냐인데, 문제의 미 국방부 보고서에 이들이 인용한 부분에 그 정확한 수준은 안 나와 있다.

필자가 시간이 없어서 전부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이들이 인용했다고 밝힌 대목에서 악천후에 대한 언급은 매우 원론적인데 그친다. 분명 악천후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는 써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정량화된 악영향 -예를 들어 어느 정도의 강수량에서 요격 효율이 몇 %떨어지는지-이 있는지에 대한 대목이 없다. 그저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등 악천후가 있으면 인원과 장비의 운용 효율을 떨어트린다' 정도의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지구상 그 어떤 요격체계도 바람이 강하거나 먼지가 있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요격의 효율은 떨어진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말하면 그냥 총으로 멈춰있는 표적을 쏠 때에도 악천후 때에는 명중률이 떨어진다. 문제는 그 떨어지는 수준이 도저히 못쓸 정도인지, 약간의 비효율을 감수하고 쓸 수 있을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인데 해당 기사에는 그 수준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악천후는 요격미사일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해당 기사가 언급한 보고서에도 '적의 탄도미사일 운용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부분이 명시되어 있다. 실제로 걸프전 등 많은 실전에서도 탄도미사일 발사가 악천후로 취소되거나 발사되었어도 악천후로 인해 명중률이 저하되는 등의 상황은 결코 드물지 않다.

2. 요격 실험은 악천후 때문에 취소됐다?

필자가 보기에 악천후로 인해 취소된 요격실험은 단순한 미사일 요격효율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수많은 제반 여건 때문인지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사일 요격은 그냥 미사일과 표적만 갖춰지면 덮어놓고 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탐지 센서와 각종 설비가 운용되어야 하며, 사실 기상에 예민한 것은 바로 이런 부수장비들이다. 이것들이 악천후 상황에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게다가 최근의 탄도미사일 요격은 항공기에서 표적을 발사한다. 그런데 악천후면 표적을 발사하는 항공기의 운용에 지장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위에서 언급했듯 날씨에 따라서는 탄도미사일 자체가 실전에서 발사되지 못할 경우도 드물지 않다.

즉 악천후로 요격실험이 취소되었다면 그 원인이 미사일의 요격효율을 은폐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그냥 '악천후 때문에 취소됐다=요격효율 물타기용이다'라는 논리는 그닥 과학적이지 못하다.

3. 사드, 지상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한 적이 없다?

사드가 지금까지 수송기에서 '낙하된' 미사일만 요격했다며 지상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한 일이 없으니 실험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고 비난하는데, 실제로 지상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한 일은 없다. 하지만 이것도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무지의 소치다.

사드가 시험에서 요격하는 미사일을 수송기에서 떨어트리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의 글을 쓴 분은 마치 그냥 떨어지기만 하는 표적을 사드가 맞추는 것처럼 왜곡했다. 사실은 전혀 다르다. 표적 미사일이 그냥 수송기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수송기에서 낙하된 뒤 로켓을 점화해 진짜 탄도미사일처럼 상승해 날아가기 때문이다. 즉 지상에서 발사되지 않았을 뿐이지, 발사 자체는 이뤄진 것이며 표적용 미사일이 보여주는 퍼포먼스 자체도 지상에서 쏜 것과 동일한 수준을 보여준다.

오히려 수송기에서 발사된 미사일 표적의 요격은 지상 요격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된 지상 지점에서의 발사보다 고속으로 이동하는 수송기에서의 발사가 발사위치 특정을 통한 요격 난이도 감소가 더 어렵다. 즉 더 요격이 어려운 방식이라는 이야기이다.

사실 미국이 수송기에서 표적을 발사하는 이유는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긴 사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을 지상에서 쏘면 미사일의 궤도상에 사람이 사는 곳이 안 나올 수 없다. 즉 안전 문제 때문에 바다 위만 지나게 해야 하는데, 망망대해 바다 위에서 미사일 사거리에 맞게 다양한 발사 지점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배를 개조한 시험 발사선을 쓸 수도 있지만, 이래서는 짧은 시간에 다양한 사거리에서 표적을 발사하기도 어렵다. 그 때문에 미국은 상륙함을 개조한 시험 발사선은 단 한 척만 운용하고 있다.

4. 사드가 북한 미사일 추적도 제대로 못한다?

미사일이 사드 기지를 넘어가면 탐지 범위에서 사라진다고 주장하는데,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애당초 어느 레이더건 미사일이건 지상에 고정되어 운용되면 '음영지대', 탐지와 요격이 제한되는 범위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배치되는 사드는 겨우 1개 포대다. 음영지역에 따른 한계가 분명히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사 내에서 주장하듯 '부산-경남으로 향하는 미사일은 위치 파악조차 못한다'는 것은 약간 억지 주장에 가깝다. 애당초 그 지역으로 낙하 중인 탄도미사일이면 실제 최대 도달고도가 어쨌든 사드 기지 범위를 벗어나기 전에 사드의 요격권 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당 기사에서 그래프 등으로 마치 노동 미사일이 부산에 도달하려면 사드 요격범위를 통과하지 않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설령 노동의 최대 도달고도 자체는 사드의 요격범위보다 높다 쳐도 낙하 단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사드 요격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부산-경남권에 도달한다는 가정은 다소 억지가 있는 듯하다. (애당초 해당 그래프나 각종 미사일 도달고도등에 대한 데이터 자체도 오류가 적지 않아 보인다. 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필자도 전문 분야는 아닌 만큼 따로 언급하지는 않을까 한다)

물론 제주 등 부산보다도 더 남쪽에 있는 먼 표적을 공격하는 미사일이라면 사드가 요격에 실패할 현실적인 가능성은 있다. 이 정도 거리의 표적을 공격하는 탄도 미사일은 실제로 사드 요격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발견된다. 지금도 사드가 한반도 방어용이 아니라 괌이나 일본, 심지어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중국이나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괌이나 일본은 둘째 치고 제주도로 날아가는 미사일도 요격 못할 미사일이 한반도 방어용이 아니라니, 상당한 모순 아닌가?

애당초 북한을 상대한다면 사드가 제주도로 가는 미사일을 막아야 할 이유는 그닥 절실하지 못하다. 제주도도 우리 영토이니 방어하는 것이 원론적으로 옳은 일이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북한이 상대라면 가장 중요한 방어대상은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미군의 증원병력과 물자가 수송되고 집결할 부산 및 영남 일대이다.

5. 마지막으로

솔직히 필자도 시간이 없어 더 자세한 반론은 쓸 겨를이 없다. 게다가 필자는 탄도미사일 방어 전문가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불과 10여분의 사이에 상당한 오류들이 발견되는 판이다.

"문제는 워낙 사드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양측 모두 사실보다 감정을 앞세운다는 점입니다. 이래서는 토론이 되지 않죠. 신뢰도 높은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해당 기사에는 이런 대목이 버젓이 달려있다. 문제는 해당 기사 자체도 사실보다 감정을 앞세워 사실관계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솔직히 객관적인 성능 문제 외에도 사드에 대해 반대하고 싶다면 충분히 반대할 근거는 얼마든지 있다. 이런 식으로 '불편한 진실이 또 불편한' 기사를 쓰는 것은 결국 사실보다 감정을 앞세워 토론이 되지 않는 현상을 지속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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