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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국무장관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은 하나도 새롭지 않아서 새롭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판문점을 방문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 한 북한군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판문점을 방문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 한 북한군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은 한국을 방문하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수사적인 표현 외에는 아무런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 20년간 우리는 북한에 대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틸러슨 장관은 17일 윤병세 외교장관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문제 접근법이 전임 오바마 행정부와는 완전히 다를 것임을 천명했다. "분명히 말한다.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은 이제 끝났다. 우리는 외교적, 안보적, 그리고 경제적인 모든 형태의 조치를 모색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외교부 브리핑 룸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내외신 공동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략적 인내'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기존의 제재는 유지하면서 북한이 먼저 변화를 선택하도록 기다리겠다는 접근법이었다. 북한이 국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전력 개발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전략적 인내는 최종적으로 실패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다면 틸러슨 장관이 말하는 새로운 대북 접근법이란 무엇일까? 틸러슨의 답변은 이렇다:

"우리가 지금 모색하고 있는 것에는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으로 승인한 제재조치가 있다. 중국도 그런 제재에 찬성표를 던졌다. 모든 안보리 결의안 제재조치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중국도 자신이 찬성한 제재조치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동맹국들도 북한에게 도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놀랍게도 '실패한 지난 20년의 노력'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틸러슨 장관이 아직까지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제재 조치를 최대한으로 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정도. 결국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혀 새로운 생각이 아니다.

[관련기사] 미국은 여전히 어떻게 하면 북한을 움직이게끔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그러나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증대에 항상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데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 미국의 '2차 제재' 등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북 압박에 협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난 틸러슨 국무장관

이번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이 여전히 북핵 문제 해결의 목표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로 삼고 있다는 것도 '지난 20년의 실패한 대북 접근법'과 다를 게 없다.

"우리의 변함없는 목표는 한미 양국이 이미 천명해왔고, 유엔 안보리결의에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 즉 CVID 방식으로 북핵을 폐기한다는 것입니다." 윤병세 외무장관은 틸러슨 장관에 앞서 먼저 성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권의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북한은 이미 핵을 포기했던 리비아의 카다피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을 목격했다. 북한이 CVID를 수용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관련기사] 이것은 당신이 지금껏 들어본 중 가장 기이한 북핵 해법일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핵 동결' 협상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북한이 워싱턴까지 핵을 투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 그제서야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의미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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