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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을 인터뷰하러 갔던 기자들에게 벌어진 기묘한 일

  • 허완
  • 입력 2017.03.16 13:48
  • 수정 2017.03.16 13:53
Turkish President Tayyip Erdogan prepares for an interview in New York City, U.S. September 19, 2016.  REUTERS/Brendan McDermid       TPX IMAGES OF THE DAY
Turkish President Tayyip Erdogan prepares for an interview in New York City, U.S. September 19, 2016. REUTERS/Brendan McDermid TPX IMAGES OF THE DAY ⓒReuters

지난 주, 터키 앙카라 시장은 나를 비롯한 십여 명의 언론인들을 텔레비전 앞에 녹색 벨벳 안락의자들을 나란히 놓아둔, 창문 없는 방으로 데리고 가서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말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AP 등 주요 언론 기자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고위 공무원들을 인터뷰하러 앙카라까지 온 것이었다. 그러나 콧수염을 기른, 에너지가 넘치는 멜리 괵첵 시장의 생각은 달랐다.

괵첵은 11개 서구 주요 매체에서 온 기자들에게 “IS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인조, 가짜 조직이다.”고 말했다. IS는 사실 이라크의 알 카에다를 계승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 번만 말한 게 아니라 세 번 반복했다. 세 번이나 말했다면 진실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고 괵첵은 말했다.

그때쯤 나는 우리가 에르도안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나를 비롯한 기자들은 복잡한 이야기의 터키 정부측 입장을 들으러 앙카라까지 간 것이었다. NATO 회원국인 터키는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무슬림 동맹국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미-터키 관계는 악화되었다. 터키 정부가 7월에 실패한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성직자 펫훌라흐 귈렌을 미국이 인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터키 공직자들은 펜실베이니아에서 망명 상태로 살고 있는 귈렌이 쿠데타의 배후라고 단호하게 주장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대지는 못했다.

에르도안은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터키 정부 비판에 있어 국내 언론인들보다 더 자유로운 해외 기자들 앞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워싱턴의 홍보 담당 이사 애덤 섀런이 지난 달에 나와 다른 기자들에게 연락해 에르도안과 터키 고위 공직자들의 인터뷰를 제안했을 때, 가능성이 낮아보이긴 했지만 미국 기자들이 터키 공직자들과 마주앉아 귈렌에 대한 증거를 댈 수 있는지 확인할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귈렌에 대한 터키 정부의 주장이 빈정거림과 음모론이 아닌 사실에 기반한 것이었음이 밝혀질까 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터키 정부가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펫훌라흐 귈렌.

거의 23년 동안 앙카라 시장직을 맡고 있는 괵첵이 회의를 주재했고, 괵첵의 팀은 기자들을 부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그들은 에르도안, 총리, 외교부 장관, 군 참모 총장, 국가 정보부장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초청장을 보냈다. 자세한 일정표도 보내왔다. 항공료와 숙식 일체를 부담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내 출장비는 허핑턴포스트가 댔다.)

시장의 고문인 오누르 에림은 이스탄불의 PR 전문가 아르다 사이니어를 동원했다. 사이니어는 섀런에게 2만 달러를 주고 이번 행사 계획을 맡겼다. 사이니어는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고 “아주 아주 적은 돈”만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이틀을 보냈다. 첫 날 저녁 괵첵은 자신의 접대 시설에서 우리와 만났다. 그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리는 의미에서 여성 기자들에겐 붉은 장미를 한 송이씩 주었다. 우리에게 작년 7월 15일의 실패한 쿠데타의 ‘미공개 영상’을 보여주게 되어 즐겁다고 말했으며, 영상이 너무 잔인해 여성들은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사이니어가 점심 식사 중에 말했다.

기자들은 점점 더 안절부절 못하게 되었다. 초청한 측에서는 우리가 만날 요인들 중 정보부장을 빼고 법무부 장관으로 대체했다. 법무부 장관과의 약속은 계속 미뤄졌다. 사이니어는 귈렌에 대한 증거를 모을 시간이 필요해서라고 말했으나 그 주장은 꽤나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대통령과 총리 사무실 관계자들은 터키에서 활동하는 우리 동료들에게 대통령과 총리 일정에 우리와의 만남은 들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루가 거의 끝나갔고, 오전에 메흐메트 심세크 부총리를 만난 것을 제외하면 우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 묘와 재개발된 앙카라 슬럼가를 관광하며 그 날의 거의 전부를 보냈다. 쿠데타 때 손상을 입은 의회 건물도 보았다. 우리의 의회 가이드 사미 악군은 파괴된 모습을 미래 세대에게 보여주려고 보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에게 폭탄으로 파괴된 대국민의회를 보여주었고, 의회 앞 땅에 구멍이 난 것도 보여주었다. 원래 구멍이 더 깊었지만 쿠데타 후 8개월 동안 눈과 비가 와서 좀 메꿔졌다고 했다.

인터뷰는 어떻게 되었는지 묻자 사이니어는 인터뷰를 하게 될 거라고 했지만 언제 할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사진은 멜리 괵첵 앙카라 시장이 지난 2016년 6월 AFP와 인터뷰 하는 모습.

괵첵은 녹색 벨벳 안락의자와 TV가 있는 아래층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의자 옆마다 디저트 접시가 하나씩 있었다. 24분짜리 영상은 과연 잔인했다. 시장은 화면 옆에 앉아 해설을 했다. 자신이 쿠데타가 있었던 날 밤 TV에 18번 나왔다는 말도 했다. 영상이 끝나자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이 IS를 만들었다는 이론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이스탄불에서 일하는, 괵첵의 스타일에 익숙한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자 메훌 스리바스타바는 다른 기자들이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해주려 했다.

“지진에 대한 당신의 이론을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스리바스타바가 시장에게 물었다.

“물론, 기꺼이 대답하겠다. 터키에는 두 종류의 지진이 있다. 저절로 일어나는 평범한 지진, 계기가 있어 일어나는 지진이 있다.” 괵첵에 의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손을 잡고 걸프 만에서 해안 단층을 따라 배를 몰며 에너지를 이끌어 내 진도 7.4의 지진을 ‘촉발시켰다’고 한다. “그들은 감당할 수 없었다. 원자 폭탄처럼, 땅 안의 에너지가 폭발해 지진으로 변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 괵첵은 귈렌과 추종자들이 터키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지진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괵첵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나에게는 세계 최대의 정보 서비스가 있다. 구글이다. 구글에선 뭐든 찾을 수 있다. 나는 터키에서 구글을 가장 잘 사용하는 사람이다 … 구글에게 감사하고 싶다.”

워싱턴의 PR 전문가 섀런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비날리 일디림 터키 총리.

우리는 다음 날 일디림 총리를 인터뷰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가 끝날 무렵 뉴욕타임스의 가디너 해리스는 일디림 총리에게 시간을 내주어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우리가 에르도안 및 다른 고위 공직자들도 인터뷰할 수 있을 거라는 약속을 받은 사실을 아는지 물었다.

일디림 총리는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불과 이틀 전에야 우리를 만나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심섹, 법무부 장관 베키르 보즈닥, 에르도안의 매체 담당 이브라힘 칼린에게서 연락을 들을 수 있었다. 사이니어는 일디림 총리 측에서 요청해 법무부 장관과의 만남이 급히 주선되었다고 말했다.

터키 공무원들은 우리가 짐작한 대로의 말을 했다. 쿠데타 이후에 정부가 단속한 것을 옹호했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하려던 폭력적 시도 이후 미국은 터키를 불공평하게 비난하고 버렸다고 말했다.

그들의 불만도 상당 부분 이해가 갔다. 시리아에서 미국은 쿠르드 족을 무장시키고 훈련하여 PKK와 관련이 있는 IS와 싸우게 했다. 쿠르드 족은 터키 군을 몇 번 공격한 적이 있으며, 작년엔 자살 폭탄 공격으로 경찰 11명을 죽이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이 귈렌에 대한 터키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이 2001년 9월 11일 테러의 배후에 있다고 말했을 때, “우리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터키 군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다.” 심섹의 말이다.

이 모든 주장은 기자들이 에르도안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면 보다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아래 사람들로부터 들었다. 그리고 오바마가 문자 그대로 IS를 만들었다는 음모론자로부터.

마치 미국에 있는 것 같았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I Went To Turkey To Interview The President And (Almost) All I Got Was A Meeting With A Conspiracy Theoris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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