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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가 '여성혐오' 발언 처벌하기로 한 사연

ⓒgettyimagesbank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젠더 폭력'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유럽연합 가운데 젠더 폭력을 '범죄'로 규정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벨기에다.

2년 전부터 벨기에는 '세계 최초'로 젠더 폭력을 범죄로 규정한 '벨기에 성차별 관련 법'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리스벳 스티븐스 벨기에연방 양성평등 연구소 부대표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온라인 젠더기반폭력 근절을 위한 해외전문가 워크숍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벨기에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스티븐스 부대표는 "벨기에서는 젠더폭력을 처벌하는 법을 2년 전부터 세계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 때문에 헌법재판소까지 갔지만 결국 합헌 결정이 났고, 현재 법이 시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 법에 따라 젠더폭력을 저질렀을 경우 최대 징역 1년, 1000유로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스티븐스 부대표는 "성에 기반한 경멸발언,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 성별을 이유로 능력에 제한을 두는 무시발언을 통해 1인 이상이 모멸감을 느꼈고, 공적인 장소에서 명예에 훼손을 입었다고 느낄 경우 법을 어겼다고 볼 수 있다"며 "법이 시행되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법이 인용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벨기에의 한 대학 '창녀콘테스트'를 꼽았다. 그는 "한 대학에서 가장 창녀 같은 여성을 뽑은 콘테스트를 열었고, 실제 1등으로 뽑힌 여성이 학교에서 자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며 "이와 함께 벨기에에서는 해양생물이나 벌레에 여성을 비유하는 단어 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의 여성을 비하하는 '맘충'이라는 단어 역시 이 법안에 따르면 충분히 규제 대상이 된다며 "벨기에에서 이 법안을 도입한 이유는 이같은 발언을 하면 감옥에 보낸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발언을 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그 전에 충분히 양성평등에 관한 교육을 받아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엘 이보넷 주한EU대표부 부대사는 EU에서 벌어지는 젠더기반 폭력에 대한 피해액을 산출했을 때 그 규모가 300조에 달하는 등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EU의 한 기관이 EU에서 젠더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를 계산해본 결과 한국돈으로 300조에 달했다"며 "수치 자체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지만, 실제 조사에 참가한 EU 여성 3명 중 1명은 젠더기반 폭력에 이미 노출된 것으로 나타나 이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함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EU 등 우리 사회에 깊숙히 뿌리내린 젠더기반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올바른 정보제공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칼 밀러 영국 씽크탱크 데모스 소셜미디어 분석 센터장은 "정부나 관계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극단적인 커뮤니티가 점차 커지고 그들만의 이데올로기를 형성, 다른 커뮤니티까지 오염시키지 않도록 막거나, 이것이 옳지 않다는 충분한 정보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표현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허용하지는 않는다

하나 오웬 휴마 필란드 보건복지국립연구원 부장도 "양성평등에 딴지를 거는 집단이 핀란드에서도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의 경우 대부분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다"며 "최대한 정부 쪽에서 올바른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보넷 부대사 역시 "유럽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며 "유럽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키려고 하지만 한도는 분명히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밀러 센터장은 "젠더기반 폭력을 범죄화하는 법을 만든다고 해서 온라인 상의 젠더폭력이 멈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회 기저에 있는 여성혐오에 대해 생각해야만하고, 온라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젠더기반 폭력문제가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될 수는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스티븐스 부대표는 "양성평등이라는 전쟁은 수년 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100년 혹은 그 후를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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