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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성공이 불행의 시작이 된 아네모네피쉬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대성공으로 인해 아네모네피쉬의 관상용으로서의 수요가 급증하고, 연간 1백만 마리 이상의 엄청난 남획이 이뤄져 여러 나라의 곳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기도 했다. '니모를 찾아서'가 '니모를 잡아서'로 바뀐 것이다. 가족을 되찾는 영화가 이산가족을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와는 달리 수족관에서 기르던 아네모네피쉬는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도 말미잘에 다시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존이 어렵다.

  • 장재연
  • 입력 2017.03.15 10:57
  • 수정 2018.03.16 14:12

[바다생물 이야기] 아네모네피쉬

흥행 대박 영화의 주인공

영화 '니모(Nemo)를 찾아서' 덕분에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바다생물이 아네모네피쉬다. 아네모네피쉬는 약 30여 종이 있는데,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은 영어로는 펄스 크라운 아네모네피쉬, 우리말로는 흰동가리, 또는 영어를 직역한 '광대어'라고 한다.

영화가 대성공을 거둔 덕분에 어디서나 니모(Nemo)라고 하면 쉽게 통한다. 아네모네피쉬 중에서도 가장 예쁘고 행동도 귀여워, 영화사 픽사의 오디션에서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False Clown Anemonefish ⓒ장재연

바다 말미잘의 맹독을 견디는 아네모네피쉬

아네모네피쉬는 언젠가 소개할 담셀피쉬의 일종으로 세계 각지의 바다에 널리 분포되어 살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대서양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바다 말미잘(아네모네)에 공생하며 살아간다고 해서 그런 이름으로 불린다. 말미잘은 보기에는 예쁘고 보드랍게 보이지만 촉수가 있고 독성이 강한 물질을 내뿜기 때문에 다른 물고기들은 접근하지 못한다. 사람들도 쏘이면 매우 아프고 물집이 생겨 며칠 동안 가려움과 통증으로 고생한다.

일반인들은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상어가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데, 내 경우도 상어와 수백 번 조우했지만 항상 가까이 오지 않고 도망쳐서 안타까웠지 덩치가 매우 크고 공격성이 있다는 상어들조차 단 한 번도 공격 비슷한 태도조차 취한 적이 없다. 그러나 초기에는 사진을 찍다가 부주의해서 말미잘에 쏘여 고생한 적은 여러 번 있다. 그래서 지금도 스쿠버 다이빙할 때마다 가장 조심하는 것은 상어가 아니라 말미잘이다.

아네모네피쉬가 아무 탈 없이 말미잘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비결로 몸 표면이 단백질이 아니라 당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말미잘이 물고기인 줄 모른다는 설도 있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규명되지 못한 듯하다. 아네모네피쉬도 처음에는 말미잘의 촉수를 몸 여기저기를 닿게 해서 차츰차츰 적응하는 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부드럽고 예뻐보이지만 독이 있는 말미잘. 그와 공생하는 아네모네피쉬(Pink Anemonefish) ⓒ장재연

만만하지 않은 성질의 아네모네피쉬

아네모네피쉬는 종에 따라 주황색, 노란색, 붉은색, 검은색 등 색깔이 다양하다. 몸통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눈에 잘 띄는 흰색 무늬를 갖고 있거나, 콧등부터 꼬리까지 등쪽으로 흰색 무늬를 갖고 있다. 니모(펄스 크라운 아네모네피쉬)는 주황색 몸통에 3개의 흰색 무늬를 갖고 있고, 가운데 것은 보는 방향에 따라 한글의 모음 'ㅏ', 'ㅓ'의 모양을 하고 있다.

아네모네피쉬 중에서도 몇 종은 성질도 꽤나 급하고 괄괄해서, 다이버들을 빤히 쳐다보다가 어떤 때는 다이버들의 핀이나 마스크를 통통 치며 공격하기도 한다. 바다생물들이 예민해지기 마련인 알을 낳았을 때만이 아니라 보통 때도 그런 행동을 하곤 한다. 몸통도 작은 것이 다른 바다생물들은 다 피하고 도망가는 사람에게 대들 때면 어이가 없기도 하고 몹시 심통 부리는 귀여운 어린아이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Tomato Anemonefish ⓒ장재연

Spinecheek Anemonefish ⓒ장재연

Clark's Anemonefish ⓒ장재연

Orange Anemonefish. 체구가 작은 수컷이 알을 돌보고 있다. ⓒ장재연

신비하고 오묘한 가족생활

아네모네피쉬는 한 마리의 암컷과 여러 마리의 수컷이 함께 가족을 이루고 산다. 그러나 수컷 사이에는 엄격한 위계가 있어서 암컷은 가장 높은 순위의 수컷하고만 짝짓기를 하는 1부1처제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아네모네피쉬는 암컷이 죽거나 없어지면 가장 높은 순위의 수컷이 암컷으로 성전환을 하고, 두 번째 서열이던 수컷이 최상위 수컷이 되어 암컷의 짝짓기 파트너가 된다.

암컷은 알을 낳아야 하기 때문에 체구도 가장 크고 성질도 가장 공격적이다. 수컷의 경우에는 짝짓기 파트너가 아니면 체구도 아주 작거나 아예 어린 물고기로 남아서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 불필요하게 체구가 커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수컷 사이의 불필요한 싸움도 피하고 외부의 천적으로부터 주목을 받지 않으려는 영리한 생존 정책으로 보인다. 생물의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지혜롭고 절묘하며,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아네모네피쉬 가족. 가장 체구가 큰 것이 암컷 ⓒ장재연

성평등 육아를 실천하는 아네모네피쉬

물고기는 알을 낳고는 전혀 돌보지 않는 것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불가피하게 그렇게 행동하는 종들도 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입안이나 주머니에 넣고 끔찍하게 보호하는 종류도 있고, 알 주변을 떠나지 않고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물고기도 있다. 아네모네피쉬도 자기가 사는 말미잘 아래 바닥에 알을 낳고 부화할 때까지 6-10일 동안 열심히 보살핀다. 재미있는 것은 알을 돌보는 것은 아빠 아네모네피쉬라는 것이다. 암컷도 어쩌다 알을 돌보기는 하는데 아주 짧은 시간뿐이라고 한다. 사람과 달리 많은 종류의 바다생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성평등을 실천하고 있는 듯싶다.

아네모네피쉬 알들은 쉽게 보이는 경우도 있고, 말미잘이 조류에 따라 너울너울 움직일 때 살짝살짝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운이 좋아 시기가 딱 맞으면 부화 직전의 아네모네 알의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사진으로 찍어 확대해 보거나 좋은 렌즈로 촬영하면 알 안의 두 눈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음날 가보면 언제 있었나 싶게 단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고 모두 부화해서 사라지고 없기도 한다. 알을 낳고 부화되는 시기는 달의 주기와 관련이 깊은데, 주로 보름이나 그믐에 알을 낳는다.

말미잘 아래의 아네모네피쉬 알 ⓒ장재연

부화 직전의 아네모네피쉬 알 ⓒ장재연

'니모를 잡아서'로 변질된 니모의 인기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대성공으로 인해 아네모네피쉬의 관상용으로서의 수요가 급증하고, 연간 1백만 마리 이상의 엄청난 남획이 이뤄져 여러 나라의 곳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기도 했다. '니모를 찾아서'가 '니모를 잡아서'로 바뀐 것이다. 가족을 되찾는 영화가 이산가족을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아네모네피쉬는 인공양식이 용이해서 굳이 자연산을 잡아 공급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 영화의 주인공으로 훌륭한 연기를 통해 대성공을 거두고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게 된 것이 오히려 생존의 위협으로 돌아왔다. 영화의 줄거리와는 달리 수족관에서 기르던 아네모네피쉬는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도 말미잘에 다시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존이 어렵다.

생선요리 재료나 횟감의 경우에도 양식은 외면하고 꼭 자연산만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산만 좋아하고 찾으면 결국 바다의 환경과 생태 파괴는 심각하게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는 육식의 경우에 '제 먹거리는 제 손으로 직접 차리는(kill-your-own-dinner)' 방식을 택해서 자연스럽게 제한을 두었다고 하는데, 환경부담이 너무 큰 현대 사회에서 자기 취향을 만족시키려고 자연산만 고집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은 아닌 듯싶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장재연의 환경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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