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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인더를 위한 변명: 게이 데이팅 앱에서는 정말 일생의 사랑을 만날 수 없나?

게이 데이팅 앱 '그라인더'는 최근 5년간 게이로서의 내 존재에 골칫거리였다. 내가 2012년에 처음으로 그라인더를 다운 받았을 때와 다름없이, 진정한 오래가는 사랑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근사한 키스들은 좀 했지만, 그라인더에서 찾은 사람과 3번 이상 데이트를 하지는 못했다.

즉석에서 만나서 섹스하는 앱인데, 뭘 더 기대하겠는가? 안 그런가? 그라인더는 올해 3월 25일이면 등장한지 8년이 된다. 오직 섹스 상대만을 찾는 앱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라인더는 당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내 친구 중 최소 2명은 그라인더를 통해 파트너를 만났다. 한 명은 작년에 그라인더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하기 까지 했다. 그라인더의 로맨티스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라인더에서 사랑을 찾는 것에 대해 걸리는 점이 있다. 친구와 가족들, 아이와 손주들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 모든 게 육체적 아름다움에 달려있는 곳에서 당신의 남자 친구를 만났다는 걸 알리고 싶은가? 이걸 고려해 보라: 온갖 합법적/불법적 약물에 취한 채 댄스 플로어에서 첫 눈에 반하는 것이 맨정신으로 전화를 보다가 첫 눈에 욕정을 느끼는 것보다 나은가?

나는 과거에 그라인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많이 냈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라인더가 없을 때나 지금이나 나의 섹스 횟수는 형편없이 낮다. 최근 5년간 나는 그 이전의 20년이나 마찬가지로 많은 멍청이들을 만났지만, 게이 남성들과의 최악의 경험은 오프라인에서 만났던 남성들과 있었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방콕의 DJ 스테이션에서 내 손을 잡고 드러낸 자기 페니스에 댔던 남성을 포함해서 말하는 것이다).

단점을 보자면 그라인더의 시대에 게이 로맨스는 생명 유지 장치를 달고 있는 셈이다. 데이트는 죽었고, 새로운 게이 세대에서 대화의 기술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게 그라인더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무너져 가는 커뮤니티에서 그라인더가 인기를 얻은 것일까?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 전반적으로 그렇듯, 그라인더는 시간 낭비, 차별, 잔인함을 부추긴다. 오프라인에서의 데이트보다 자존감에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쇼핑 리스트나 다름 없는 기준을 가지고 로그인하는 남성들이 많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요구 사항을 가지고 있다. 서로 치근덕거리고 목적도 생각도 없는 대화를 나누지만, 많은 사용자들은 결국 혼자 잠든다.

그렇다면 머리없는 몸통 사진들을 그렇게 많이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체육관에서 말하는 것처럼(그라인더 프로필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곳을 꼽자면 화장실, 체육관, 엘리베이터 순일 것이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그리고 얻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작은 도시에 산다면 그라인더는 당신을 사랑/욕정 게임에 밀어넣는다.

대도시에 사는 게이들이 그라인더를 비웃기란 쉽다. 그들에겐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무지개 깃발을 보기 힘든 작은 도시에 사는 게이라면, 그라인더는 다른 게이들을 만나는 생명선과도 같을 수 있다. 그라인더가 있는데 금요일 밤에 로스 앤젤레스의 애비(주: 유명 게이 나이트클럽)에 갈 필요가 있나?

잘난 척하는 도시 사람들이 그라인더를 얼마든지 비웃어도 좋지만, 그들이 대도시에서 가장 잘나가는 바나 클럽에 가면 그라인더에서 봤던 얼굴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데이팅 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남성이 있다면 그는 아마 플립 전화기를 쓸 것이다.

그라인더는 여행을 보다 게이 친화적으로 만들어 준다.

게이 바들은 계속 사라지거나 '섞인' 곳이 되어간다. 그라인더는 게이 남성들이 새로운 도시에 갔을 때 다른 게이 남성들과 만나는 방법이 되었다. 그리고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페이크 GPS를 쓰면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만날 약속을 잡아둘 수도 있다.

안 맞는 점을 더 빨리 알 수 있다.

여러 번 데이트하고, 몇 달, 몇 년 동안 만나고 나서야 당신이 'your'와 'you're'도 구분 못하는 인종차별, 연령차별주의자를 만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될 수도 있다. 그라인더의 'About Me' 섹션 덕분에 상대를 만나기도 전에 걸러낼 수 있다.

그라인더는 진실을 말하게 한다.

가짜/오래된 프로필 사진과 가짜 나이는 피할 수 없다. 완전히 거짓으로 꾸며낸 프로필도 있다. 그렇지만 그라인더는 여러 사용자들의 진짜 모습을 끌어내는 것 같긴 하다. 자신의 페티시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페니스에 대한 집착, 보통은 낯선 이들에게 오프라인에서 드러내지 않는 여러 가지 성적 이끌림을 밝히는 곳이다.

그라인더 이전에는 대부분의 만남이 바와 클럽에서 일어났다.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잠자리에 같이 들어갔다. 그라인더가 생긴 이후로는 미스터리가 대부분 사라졌다. 우리는 상대가 좋아하는 체위를 밝힌 다음에 상대의 이름을 알게 되고, HIV 양성인지에 대해서도 직접 만났을 때보다 적극적으로 밝힌다. 지식은 힘이다... 그리고 더 안전한 섹스다.

안 맞는 짝을 영영 버리기 더 쉽다.

나는 최근 온라인에서 만난 남성과 데이트를 했다. 처음엔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그가 데이트 내내 예전 연인에 대한 악몽을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나는 간과했다. 예전 연인은 최소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이긴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게이 커뮤니티에서 흑인 남성을 대상화하는 것에 대한 대화로 넘어가자 상황이 이상해졌다. 그는 흑인 게이 남성으로서의 나의 경험에 대해 인종차별을 어설프게 화이트스플레이닝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아시아에서 특권을 누리는 백인 이민자로서 경험한 시도와 고난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자 나는 이게 끝이라는 걸 알았다. 전화 번호나 이름을 주고받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 블록하는 것만으로 깔끔하게 다시는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있었다.

놓칠 뻔한 사람을 잡기 좋은 곳이다.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가 엄청나게 매력적인 남성을 목격하는데, 어떤 이유로든 그에게 접근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게이 바와 클럽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된 슬픈 이야기다. 하지만 그라인더의 시대인 지금은 우리가 집에 혼자 돌아갔다고 해도 다 끝난 게 아니다.

로그인을 했을 때 꿈속의 남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 당신은 밤새 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마침내 할 수 있게 된다. 얼굴을 마주보고 거절당할 위험도, 머리를 써야 한다는 압력도 없다. 서로 끌린다면 그저 '안녕'하고 인사만 건네도 사냥꾼이 드디어 사냥감을 잡을 수 있게 된다.

라스트 콜의 절박함은 안녕!

라스트 콜 이후의 게이 바는 전통적으로 지구에서 가장 비극적인 곳 중 하나였다. 불이 켜지기 직전이 되면 사람들은 줄어들고, 남성들은 마지막으로 누구든 건져보려고 눈높이를 상당히 낮춘다. 결코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

그러나 그라인더가 있는 지금은 댄스 플로어나 바에서 누군가와 이어지지 않았다 해도, 가게가 문을 닫고 무슨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는가? 우리는 이제 꼭두새벽의 절박함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 그라인더가 정말 좋을 때가 이럴 때다. 새벽 3시에서 6시 사이에 일생일대의 사랑을 찾을 수는 없을지 몰라도, 늦은 밤의 상황은 그라인더 전보다는 훨씬 낫다.

글 쓰는 사람에겐 무한한 소재를 제공해 준다.

그라인더가 현실 세계에서 나와 정말 잘 맞는 짝과 만나는 것에 미치지는 못한다고 나도 인정하지만, 데이트 이야기를 즐기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라인더 만큼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곳도 없다. 이야기를 얻으러 실제 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도, 그라인더는 집 밖으로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성 생활을 개선해 주었다. 옷을 잘 차려 입을 필요조차 없다.

허핑턴포스트US의 In Defense Of Grindr: Is It Really The Worst Place To Meet The Love Of Your Lif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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