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박근혜의 마지막 도박

지금 박근혜는 형사처벌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박근혜 입장에선 어떻게 하건 다음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는 수 외엔 길이 없다. 이를 위해 박근혜는 자기를 교주로 떠받드는 광신도들을 더욱 흥분시키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의 자택 복귀의 변은 향후 전개될 사건들에 대한 강한 암시이자, 지지자들에 대한 총동원 명령이다.

  • 이태경
  • 입력 2017.03.14 07:11
  • 수정 2018.03.15 14:12
ⓒ뉴스1

역시 박근혜였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여주는 박근혜는 이번에도 우리들의 상상력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결정에도 불구하고 삼성동 자택 수리미비를 이유로 청와대라는 국가시설을 사흘 간 무단점유하던 박근혜는 12일 저녁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온 후 대변인격인 사람을 시켜 탄핵인용 이후 최초의 메시지를 대외에 공표했다. 메시지는 아래와 같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박근혜 "진실은 밝혀질 것"...헌재 결정 사실상 불복)

단 4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박근혜의 메시지를 요약하면 "잘못한 것이 없지만 임기를 못 마쳐 유감이다. 박사모 등 나를 끝까지 지지한 국민만 고맙다. 끝까지 정치적, 사법적으로 싸우겠다"정도가 될 것이다. 박근혜가 탄핵인용 이후 천명한 메시지의 유일한 장점은 비문(非文)이 적다는 것 하나뿐이다.

나는 이토록 명명백백한 증거 앞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압도적 탄핵소추와 특검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결정 앞에 일체의 범행 인정도, 어떠한 반성도, 최소한의 책임의식도 담기지 않는 메시지를 내놓는 박근혜에게 할 말을 잃었다.

박근혜는 도대체 왜 저러는 것일까? 물론 박근혜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음모이며 자기는 억울하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탄핵기각을 확신했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박근혜는 자기만의 세계에 사는 사람이니 자신을 희생양으로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지금 박근혜는 형사처벌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박근혜 입장에선 어떻게 하건 다음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는 수 외엔 길이 없다. 이를 위해 박근혜는 자기를 교주로 떠받드는 광신도들을 더욱 흥분시키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박근혜가 제발로 검찰조사에 응하지 않음은 물론 1심 판결 후엔 감옥 안에서 단식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부당히 수난 당하는 어린 양 박근혜의 처지에 가슴이 찢어진 광신도들은 자해를 비롯한 온갖 극단적 행동(이미 세명이 목숨을 잃었다)을 할 것이다. 이때 박근혜 측에선 새 대통령에게 국민통합과 화해를 명분으로 사면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박근혜의 자택 복귀의 변은 향후 전개될 사건들에 대한 강한 암시이자, 지지자들에 대한 총동원 명령이다. 오직 자기 한 몸의 안위 외에는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는 박근혜를 위해 희생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박근혜가 목적한 바를 이룰지 나는 알 수 없다. 내가 확실히 아는 건 박근혜 사면을 결정하는 대통령이 누구건 무사하지 못할 것이란 사실이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탄핵인용 #도박 #정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