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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같이 읽으면 좋을 '성희롱' 매뉴얼 3권

학교에선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을 적당히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성희롱 예방 교육' 같은 것들 말이다. 사실 살면서 우린 훈민정음 언해본 서문을 암기한 것을 써먹을 일이 없다. 그러나 나의 행동이 성희롱인지 인지해야 할 때는 분명히 있다. 혹은 성희롱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삶 속에서 종종 맞닥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지만,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이니 직접 찾아서 익히는 수밖에 없다. 의도치 않은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고 싶은 사람과 불행한 사태가 닥쳤을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알고 싶은 사람, 모두가 읽어볼 만한 책 3권을 여기 모아보았다. 두 권은 만화책이고, 한 권은 얇지만 알찬 매뉴얼이다. 상처를 주는 일도, 받는 일도 없기를 바란다. 남자, 여자 모두가 읽어도 좋을 책들이다.

1. '당신, 그렇게 까칠해서 직장 생활 하겠어?', 박희정 저

국내에서 만든 것 중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성희롱 관련 만화책이다. 주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유일하다'는 게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아니다. 오랜 시간 한국에서 성희롱 관련 문제를 다루어 온 '한국여성민우회'의 감수를 받아 나왔기에 '성희롱' 자체에 대한 훌륭한 개론서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성희롱'이란 말이 가진 법적인 의미, 피해자중심주의가 가진 의의, '성희롱'이란 범죄가 한국의 노동 현실 속에서 가지는 사회적 맥락 등을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희롱'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 '성희롱'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런 의문점, 오해 등을 친절히 풀어 설명하고 있다. '성희롱', 특히 한국에서 다뤄지는 '성희롱' 범죄 자체에 대한 개념을 잡고 싶을 때 유용하다. 여러모로 '모두가 함께 읽는 성희롱 이야기'란 부제가 어울리는 책이다.

2. '악어 프로젝트', 토마 마티외 저

앞서의 책이 '(법으로 처벌 가능한)직장 내 성희롱'에 초점을 맞췄다면, 프랑스에서 건너 온 이 만화책은 보다 폭넓은 종류의 성희롱을 다룬다. 여성에게 길거리에서 추파를 던지다 거절당하면 무섭게 욕설을 퍼붓는 남자들, 여성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남자들, 지하철에서 여성의 엉덩이를 허락 없이 주무르는 남자들이 모두 '악어'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만화책 속에서 여성은 언제 성희롱을 당할지 모르는 불안하고 피곤한 일상을 살며, 그 속에서 남자들은 '대체 누가 악어고 누가 사람인지 도무지 구별할 방법이 없어' 결국 전부 악어로 보일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비록 프랑스에서 만든 책이지만 문화적 차이라곤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여성들의 일상이 그려져 있다. 일상 속의 성희롱 문제에 대해 '일부 남성'의 사례를 전체 남성의 속성으로 확대하지 말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이 책 권해볼 만하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도와준다. 그리고 여성이라면, 비록 완벽하진 않아도 성희롱을 당했을 때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대처 방법이 그려져 있는 부록을 챙겨보는 게 좋다.

3.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 무타 카즈에 저

일본에서 나온 책으로, 제목에서 드러나다시피 주로 직장 내 성희롱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물론 이 말이 모든 '부장님'이 성희롱을 저지르는(혹은 저지를) 나쁜 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 대부분 업무 상 위계 관계 하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를 '의도친 않았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론 성희롱인' 상황을 상사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이 범주엔 같은 직장 동료도 포함된다. 이 책은 이처럼 조심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매뉴얼 역할을 한다. 방금 직장 동료나 하급자에게 던진 (본인 입장에서) 가벼운 농담이나 시선이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점검하고자 할 때 매우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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