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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반대 집회'에서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탄핵반대 집회장의 분기(憤氣)에 황망히 가신 노인 분들에게 국가는 무엇이었나. 지금의 노년세대는 국가가 최우선이라 배우고 체화했으며, 그 신념을 상찬받는 시절들을 몸으로 겪으며 살아왔다. 그들에게 국가는 곧 자신의 정체성이며, 국가의 위기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다. 물정 모르고 탄핵반대 집회에 나간다고, 또는 돈을 받고 모인다고 비웃거나 조롱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도리어 어째서 그들은 그렇게 지난한 삶을 살아내야 했는가, 또는 어째서 그 비루한 돈이라도 받아야 생존이 가능하게 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것이 민주주의의 기반인 민중에 의한 권력 행사를 위해 필요한 방식이다.

  • 김종현
  • 입력 2017.03.11 08:02
  • 수정 2018.03.12 14:12
ⓒ뉴스1

결국 10일 헌재 앞 집회현장에서 두 사람이 사망했다. 집회에서 부상을 입었던 한 사람도 11일 숨졌다. 탄핵반대 집회장의 분기(憤氣)에 황망히 가신 노인 분들에게 국가는 무엇이었나.

지금의 노년세대는 국가가 최우선이라 배우고 체화했으며, 그 신념을 상찬받는 시절들을 몸으로 겪으며 살아왔다. 나라 잃은 시기엔 독립국가를 꿈꾸고, 전쟁의 복판에선 부강한 국가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그들에게 국가는 곧 자신의 정체성이며, 국가의 위기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다.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겨레라는 집단적 자아로 확장하고, 이를 다시 위세 높은 주권국에의 갈증으로 염원화하여 혼돈의 시기를 넘겨 온 그들에게, 국가와 겨레는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게 만드는 하나의 통합 플랫폼이었다. 생존은 그 위에서만이 보장되고 정당했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엄혹한 시기를 거치며 집단에게 충성하는 것이 곧 스스로의 존재에게 충성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가지므로써 살아남았다. 그에 따라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시대적 효용을 믿어왔다. 이러한 믿음이 공동체의 저력으로 변환되는 지름길로서 닦여지자, 반민주적 반인권적 세력들이 이를 통치이념으로 삼아 전횡을 일삼는 데에 적극 활용했다.

집권세력과 다수 민중이 동의하는 하나의 플랫폼이 큰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러한 경험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짧은 한 시대에서만 일어났다. 때문에 그 시기의 일체감이 주는 자기긍정을 옳다고 믿는 것은 그들에게 당연하다.

수십년 동안의 민주주의 교육을 거치고 시민의식에 대한 고도의 지적 사고를 훈련한 세대에게 그들은 비록 외계인에 불과하겠지만, 그리고 단지 환경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인류가 지향하는 최선을 좇는 발걸음 앞에 그들은 시대정신에 뒤처진 이들이겠지만, 우리가 한 가지 반드시 이해하고 인정해야 할 것을 그들 노년세대는 갖고 있다.

그들 또한 우리 못지 않게 스스로를 긍정하기 위해 전 생애를 달려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때로 인간에게 생사의 비중보다 더 한 가치로 다가오는 존재에의 몸부림이다. 존재하기 위해, 존재 그 자체의 경건함을 확인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누구라도 하찮은 생이 아니다. 다만 그렇게 나아가는 누군가들을 권력욕과 사욕을 위해 부려먹고 기만한 자들에게 비난이 집중돼야 한다.

물정 모르고 탄핵반대 집회에 나간다고, 또는 돈을 받고 모인다고 비웃거나 조롱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도리어 어째서 그들은 그렇게 지난한 삶을 살아내야 했는가, 또는 어째서 그 비루한 돈이라도 받아야 생존이 가능하게 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반인 민중에 의한 권력 행사를 위해 필요한 방식이다.

저 앞에 낙원이 있다며 건강한 신체를 이용해 저 혼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도주다. 껍데기를 깨고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야 한다면서 과거에 머무른 이들을 황무지에 내 던져 버리고 문을 닫는 이는 좌파가 아니라 냉혈한이다.

민주주의는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고루 주권을 나누어 주어, 최대한 많은 이들의 의지의 총합을 힘으로 치환하여, 시대의 격랑을 헤쳐가는 이념이다. 이에 진정으로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성숙을 바라는 이들이라면, 축하와 환호의 시간 속에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유명을 달리한 세 분을 기려야 마땅하다. 그들도 우리 옆에 함께 있었던, 우리들과 마찬가지였던, '사람'이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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