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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시대'를 보내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수배와 구속, 그리고 고문도 감수하면서 투쟁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작년 11월에 초등학교 4학년인 사랑하는 딸아이와 같이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면서도 참 많은 생각들이 났었다. "아, 내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와 함께, 유혈진압에 대한 두려움 없이, 그리고 계엄령에 대한 두려움 없이, 대통령을 몰아내는 시민항쟁에 동참하고 있구나~"라는 사실 자체가 매우 감격스러웠다. 이 사건을 통해 대통령은 '선출된 왕(王)'이 아니라, 단지 '5년 시한부로, 위임받은 권력'에 불과하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그리고 어쩌면 처음으로 국민적 학습을 하게 되었다.

  • 최병천
  • 입력 2017.03.10 12:25
  • 수정 2018.03.11 14:12
ⓒ뉴스1

오늘 헌법재판소가 박근혜의 탄핵을 인용하며,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했다. 게다가 헌법재판관 8명 전원 만장일치였다. 박근혜가 지명했던 헌법재판관도 파면에 찬성했다.

순간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가 떠올랐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수배와 구속, 그리고 고문도 감수하면서 투쟁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작년 11월에 초등학교 4학년인 사랑하는 딸아이와 같이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면서도 참 많은 생각들이 났었다. "아, 내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와 함께, 유혈진압에 대한 두려움 없이, 그리고 계엄령에 대한 두려움 없이, 대통령을 몰아내는 시민항쟁에 동참하고 있구나"라는 사실 자체가 매우 감격스러웠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역사의 변곡점'이 되었던 시민항쟁은 2016년 촛불항쟁이 아니어도 몇 차례 더 있었다. 1960년 4.19, 1979년 부마항쟁,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월 항쟁이 그랬다.

4.19는 이승만의 하야로 귀결되었는데, 그 이유는 고등학생을 포함하여 250여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1979년 부산-마산 항쟁의 경우 박정희 정권의 계엄령 선포로 귀결되었다. 신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한 1980년 광주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는 지역적으로 고립되며 수천명이 넘는 '피의 학살'로 귀결되었다.

그래서, 1980년 광주학살을 경험한 이후, 이 땅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광주 시민군이 마지막으로 진압되었던 '80년 광주, 5월 27일, 전남도청'의 상황을 하나의 '모델'로 상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80년 광주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혁명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80년 광주의 좌절 이후, 부당한 권력, 학살자를 몰아내는 방법은 '혁명'밖에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방법은 기만이거나 혹은 무력해 보이기만 했다. 나 역시 한때 '혁명'을 꿈꿨던 사람이다.

그러나, 여당, 야당, 그리고 전‧현직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재판관들에 의해서, 그리고 만장일치에 의해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헌법을 위반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결정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대통령은 '선출된 왕(王)'이 아니라, 단지 '5년 시한부로, 위임받은 권력'에 불과하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그리고 어쩌면 처음으로 국민적 학습을 하게 되었다.

헌재는 2014년 12월 19일,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 당시 나는 "한국의 냉전보수가 자신의 존립기반을 해산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자신의 존립기반이 사라졌기에) 한국의 냉전보수도 '곧' 망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2017년 3월 10일, 동일한 헌재 구성원들에 의해 박근혜에 대한 탄핵(=파면)이 결정되었다. 한국의 냉전보수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의 헌법체제는 1948년 이후 탄생 70여년을 앞두고, 스스로 '부당한 권력'을 몰아내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어냈다.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는, 한국의 헌법체제는 '혁명의 시대'를 보내고, '자유 민주주의 시대'를 스스로 선언하게 되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관련 기사 |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선고문을 읽어보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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