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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에 분노한 사람과 만났을 때의 상황별 대처법 3

  • 박세회
  • 입력 2017.03.10 10:21
  • 수정 2017.03.10 11:05

10일 오전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을 선고했다. 누군가는 후련한 마음이었고 솔직히 기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태극기를 흔들던 이들 중엔 슬픔에 목이 메고, 경찰의 차벽을 뚫을 만큼 분노한 분들도 있었다.

탄핵 찬성을 외치던 광화문 광장과 탄핵 반대를 외치던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동은 걸어서 7분 거리.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과장 좀 해서 크게 외치면 목소리가 들릴 수 있는 거리다. 혹시 만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광장만 위험한 게 아니다. 어쩌면 이 두 세력은 분노한 부모와 희열에 찬 자녀로 식탁에서, 오가는 이자카야의 여권과 야권으로 만날 수도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탄핵에 찬성한 사람이 탄핵 인용으로 분노한 사람과 만났을 때의 대처법에 대해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심영섭에게 물었다.

1. 분노한 부모님과 대화할 때

탄핵의 분단으로 부모와 자식의 감정이 완전히 갈린 식탁이 참 많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마주 봐야 하는 게 가족. 적어도 오늘 저녁 식탁에선 먼저 정치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게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심 교수는 "침묵이 답은 아니다"라며 "날씨나 건강 등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가벼운 이야기로 대화를 유도하라"고 권한다. 또한, 그는 절대 "당신이 잘못됐다는 메시지를 던지지 말라"고 권한다. 그분들이 듣기에는 "부모님의 인생을 폐기하라" 또는 "당신의 인생은 잘못됐다"는 메시지로 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

부모님께서 공격적으로 나오면 수긍의 제스처를 먼저 보내는 게 중요하다. 그는 "(얘기가 흘러가다 보면) 너희는 6·25전쟁을 모른다든지 더 고생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일단 '정말 고생이 많으셨죠'라는 수긍의 제스처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에 대한 공포는 부모님 세대에겐 거의 신앙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이번 헌재의 결정은 (소위 '빨갱이'들이) 박근혜를 내쫓은 게 아니라 법을 존중하자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며 "논점을 살짝 바꾸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2. 어쩔 수 없이 타인과 대화를 나눠야 할 때

가장 힘든 경우는 탄핵에 반대하는 타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다. 예를 들면 광장에서, 또는 전철에서. 이 경우에 상대방은 매우 무례하게 굴 수 있으며 욕설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몸도 마음도 약해진 이들이 무례하게 군다고 해서 무례함으로 대응하는 건 금물이다. 사회학자이자 작가인 에릭 호퍼는 "무례함은 약한 사람이 휘두르는 가짜 힘"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다만, 심 교수는 "그렇다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대화를 피하는 게 좋은 해법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심 교수는 "(탄핵 반대를 주장한 이들 중) 고령의 시민에겐 회상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회상은 그들의 삶의 원동력이다. 박정희 시절의 경제 성장, 당신들 생각에 모든 게 잘 되는 것 같던 그 시대를 통해 그분들은 '내가 잘살아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 결정으로) 자신의 시대가 끝났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라고 답한다.

다만 그는 "그들과 대화를 단절하는 것 역시 국민을 편 가르는 일"이라며 "분노만으로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순 없다는 점을 언급하고 오히려 미래에 대한 논의로 대화의 방향을 옮기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답했다.

심 교수는 또한 "(당신과)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나 역시 이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고 국민이 행복하길 바란다는 제스처"를 보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3. 매우 분노한 사람과 만났을 때

분노한 사람과 영원히 대화를 피할 건 아니지만, 분노의 원인이 되는 시점으로부터 얼마간 "혼자 있게 해주는 것 역시 배려"다.

광장이나 술집에서 매우 분노한 사람과 만났을 때는 "속상하신 건 이해가 되지만"이라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렇게 행동하시는 게 크게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말한 후 자리를 피하는 게 가장 좋다.

심 교수는 "화가 많이 난 사람은 길거리에 있는 전봇대와도 싸운다"며 "분노의 밑바닥에는 '나 때문이다'라는 자괴감이 있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던지기 위한 심리적인 투사기제(投射機制)가 싸움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화내는 것조차 잘못됐다고 봐서는 안 된다.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봐야 한다"며 "자신이 목표하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면 분노가 생긴다. (탄핵을 반대하던 이들이게) 이건 큰 좌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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