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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동일임금 동일노동 동일민낯'을 주장하는 이유

Young barista is making a coffee
Young barista is making a coffee ⓒEva-Katalin via Getty Images

대학생 김아무개(24)씨는 지난해 말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매일 ‘외모 지적’에 시달렸다. 그해 12월 시험 기간 시간에 쫓겨 색조 화장을 못 하고 매장에 출근했더니 매장 매니저가 김씨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너 일할 준비가 안 됐구나. 립스틱이라도 바르고 와. 그게 뭐냐?” 순간 말문이 막힌 김씨는 화장실에 가 허겁지겁 화장을 했다. 김씨는 “손님은 커피를 마시러 오고 나는 그 커피를 만들어 주는 일을 하는 것뿐인데 왜 내가 왜 열심히 꾸며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 10명 중 6명이 일터에서 외모와 관련해 벌점·구두 지적 등 불이익을 받아본 것으로 드러났다. 알바노조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서울 중구 명동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민낯’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꾸미기 노동’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알바노조가 2월8일부터 26일까지 편의점, 영화관, 음식점 등에서 일하는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 4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용모 단정’을 이유로 벌점이나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조’는 8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동일임금 동일노동 동일민낯’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꾸미기 노동을 강요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사진 알바노조 제공

근무 중 손님이나 고용주 등으로부터 외모 품평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98%에 달했다. “업주가 렌즈를 안 끼고 안경만 써도 ‘왜 안경을 끼냐’고 눈치를 주기도 했다”, “업주가 조회시간마다 랜덤으로 직원 한 명을 뽑아 앞에 세워두고 메이크업, 복장의 부적절함을 평가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성 알바생에 대한 외모 품평은 ‘꾸미기노동 압박’으로 이어졌다. 아르바이트할 때 ‘외모를 꾸며야 한다’고 압박을 받는 정도를 10점 만점으로 점수화했을 때 응답자 평균 5.9점 정도의 정신적 압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노조는 “여성 알바 노동자들이 꾸미기 노동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설문조사 결과, 스타킹, 머리망, 검정 구두 등 일터에서 규정한 용모 관련 물품을 구매하는 데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매달 평균 2만4600원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노조 이가현 위원장은 “똑같은 일을 해도 여성들에게만 높은 구두, 타이트한 치마, 화장 등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 외모에 대한 편견·차별이 아르바이트 노동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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