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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소개한 '데이트 폭력 방지 방법'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블랙박스 영상 뒤에 숨어 있는 숨겨진 이야기까지 철저하게 파헤쳐 시청자에게 재미, 감동, 정보까지 제공한다는 SBS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 '맨인 블랙박스'.

지난 2월 26일 방송에서는 자동차 안에서 발생한 데이트 폭력의 위기 상황과 탈출 방법을 다뤘다. 이날 방송에 나온 영상 속 데이트 폭력은 실제상황이었고, 영상 속 여성들은 차량 내·외부에서 갖가지 방법의 폭력을 당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경찰대학 이종화 교수는 데이트 폭력의 해결책을 소개하며 "감정적으로 고조된 상대방을 자극하면 안 된다"라며 "상대를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어 한 여성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여성은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을 때 진정시키기 위해 미안하다고, 헤어지지 않겠다고 했다"라며 "그 말에 그 사람은 진정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아래, "위기 상황에서 피해자를 살린 건 침착함"이라는 자막이 떴다.

방송에서는 신고 기능이 있는 시계를 소개했다. 침착하게 상황을 모면한 뒤 시계를 이용해 신고하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듣자니, 침착하기만 하면 데이트 폭력에서 쉽게 해방될 수 있을 것처럼 들린다. MC들 역시 "(가해자를) 잘 달래야 하는군요"하며 동조한다.

그러나 방송이 끝나고 난 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는 이 '침착해서 살아남은' 여성이 직접 쓴 글이 화제가 됐다. 여성은 인터뷰 내용이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편집됐다고 전하며 방송 내용에 대해 분노했다. 이 여성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한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의 원래 의도는 '침착함의 강조'가 전혀 아니었다.

제보자는 방송을 통해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과 사회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알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한다. 하지만 방송은 흥분한 남자를 진정시키고 원하는 대로 해주면 데이트 폭력을 방지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전개됐다.

(...)

"제작진은 데이트폭력을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남자를 진정시키거나 신고 기능이 있는 시계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데이트 폭력을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는 것을 방송을 통해 명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2017. 3. 7.)

아래는 이날 방송 내용과 편집 논란에 대한 트위터 반응이다.

한편 7일 '맨인블랙박스' 제작진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방송 시간이 제한적이라 편집한 것인데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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