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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을 사탄의 역사로 규정한 은혜와진리교회 목사의 설교는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 박세회
  • 입력 2017.03.07 09:56
  • 수정 2017.03.07 10:03

경기도 안양에 본당을 두고 있는 조용목 목사의 은혜와진리교회는 40여 개의 지교회와 수만여 명의 출석 교인을 가진 거대한 종파나 다름없다.

아래는 1982년 설립된 이 거대한 종파의 수장인 조 목사가 지난 1월 22일 설교한 내용 중 일부다.

"지금 국민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염려하여 밤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의하고 악한 세력의 본질과 특성은 속임수와 거짓말을 상투적으로 하고 거짓을 그들이 목적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진실을 사랑하고 거짓을 미워하는 사람을 긍휼히 여기시고 도와주십니다."

"거짓 허위·날조·기만하는 세력에게는 사탄이 역사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마귀는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니, 이는 자신이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라' 하셨습니다."

"제 것으로 한다는 말은 자기 본성에서 한다는 말입니다. 거짓은 마귀의 본성이며 본질로 변할 수 없습니다. 거짓과 술수를 행하고 그것이 드러나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의 정체를 우리가 확실히 분별해야 합니다. 그 배후에 사탄이 있는 것입니다. 사탄이 역사하고 있습니다." -은혜와진리교회(1월 22일)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도널드 트럼프를 떠올렸겠지만, 여기서부터 반전이 시작된다.

"우리나라가 이 난국을 극복하려면 거짓과 불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일어나야 합니다. 외쳐야 합니다. 힘을 모아야 합니다."

"지금은 희망적인 징조가 보이고 있습니다. 애국하는 국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서서 모이고 있습니다. 모이는 횟수가 거듭할수록 더 많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 일에 그리스도인이 앞서야 합니다. 본을 보여야 합니다."

"적화 통일하려고 군사력 증력에 광분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과 이 사악한 세력과 손잡고 있는 대한민국 내에 있는 종북 좌파들 그리고 부화뇌동하는 자들이 무력하게 되고 그들의 도모가 허무하게 되도록 하나님께 호소해야 합니다." -은혜와진리교회(1월 22일)

해당 교회는 이 설교 뿐 아니라 여러 수단을 통해 교인들의 집회 참가를 강하게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해당 교회의 본당을 찾아 취재한 뉴스앤조이는 본당 로비 '행사 안내판'에 극우 매체들의 기사가 붙어 있는데, 그 내용은 고영태의 사진과 함께 실린 '탄핵 농단의 배후'였으며, 그 옆에는 '김진태와 나라를 구하자', '에이즈 치료비 국민 부담 100%, 수조 원 달해'라는 기사도 붙어있었다고 한다.

해당 교회의 탄핵 집회 참석 강권은 무시하기보다는 하나의 사회 운동 또는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 규모와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매우 조직적이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3월 1일 11시 반 은혜와진리교회 앞에 20여 대의 전세 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으며 서울 집회 현장으로 천여 명의 신도들을 실어 날랐다고 전했다.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이 교회는 서울, 경기를 포함해 대전·대구·원주·경주 등지는 물론 중국·싱가포르·영국 등에 해외에까지 지교회를 두고 있는데, 중앙집권적인 통치 형식을 가지고 있다. 일례로 주말의 본 집회 설교는 조용목 목사가 집전하고 해당 영상이 40여 개40여개 지교회로 생중계된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인 김진호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에는 교회의 돈줄이 되는 젊은 신도들이 목사들의 극우적 선동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한 교회에서는 집회에 신도들을 동원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며 "하지만 목사가 수십 년 동안 제왕적 권력을 휘둘러온 일부 대형교회들의 경우, 장노년층 신도들을 중심으로 목사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따르도록 유도하는 일은 가능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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