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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후쿠야마: 민주주의에는 엘리트가 필요하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미국 정치학자다. 그의 가장 최근 책은 ‘정치 질서와 정치 부패: 산업혁명부터 민주주의의 세계화까지 Political Order and Political Decay: From the Industrial Revolution to the Globalization of Democracy’이다. 그는 지난 주에 캘리포니아 주 팔로 알토에서 월드포스트의 알렉산더 괼라흐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유럽을 휩쓰는 포퓰리스트 물결, ‘거짓 뉴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을 요약한다면? 세계 질서에 어떤 일이 일어났나?

놀라운 점은 전통적으로 진보적이었던 앵글로-색슨 지역에서 포퓰리스트 국수주의의 물결이 일었다는 점이다. 진보적 세계 질서에서 미국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일축해 버리는 대통령은 적어도 내가 태어난 이후로는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또 다른 문제는 그가 대통령을 할 능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준비, 캐릭터, 성격,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가 취임한 이래 그런 우려를 가시게 해준 일도 전혀 없었다…

당신은 그가 억압된 백인 시골 인구들을 대표하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는가?

음, 미국인 다수는 그를 반대하는 표를 던졌다. 그는 작은 집단으로부터 감정적 지지를 받지만, 그의 뒤에 있는 것은 결코 미국의 다수가 아니다. 그의 집권에서 내가 보기에 흥미로운 점은 공화당원들의 역할이다. 그들은 언제 “더는 못 참겠다!”고 말할까? 아직 그런 일은 없었고, 경제 상황이 괜찮은 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취임 이후 경제적으로는 좋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그걸 이용해 지지율을 올릴지도 모른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트럼프를 만나러 왔을 때, 트럼프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이 해외, 특히 곧 선거를 앞둔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유권자들 행동에 영향을 주는가?

복잡한 문제다. 한편으로는 유럽 지도자들도 물론 미국 대통령의 칭찬은 즐거워할 것이다. 반면 유럽에는 반미 정서도 상당하다. 사람들은 “우리 나라엔 트럼프 같은 사람을 원하지 않아.”라고 말한다. 그런 것이 네덜란드에서 이민을 반대하는 정치인인 헤이르트 빌더르스에겐 불리하게 작용했다. 영향이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결정적이진 않을 것이다.

이번 포퓰리즘 물결이 유럽의 제도들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나?

제도들이 잘 해오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 내러티브에는 문제가 있다. 사실 이건 유럽 유권자들이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가입국들 사이에서는 자유로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게 해주는 쉥겐 협약 같은 제도 말이다.

제도에 대한 믿음을 잃은 사람들, 국경 개방을 원하는 초좌파적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킬 해결책은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만약 내가 독일 총리였다면 나는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굉장히 집중할 것이다. 다음 세대에서는 아프리카가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유럽의 바다 국경을 확실히 관리해야 하고, 그 다음에 유럽 안의 국경을 살펴야 한다. 동시에, 이민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폴란드 인 80만 명 정도가 영국으로 옮겼다. 엄청난 숫자다.

유럽 내부에서의 이민이 대륙간 이민과 다른가?

아니다. 그건 동화일 뿐이다. EU는 정체성을 만드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아무도 나는 일단 유럽인이고, 그 다음으로 독일인이다, 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반대다!

많은 경우, 지역적 특징이 우선시 되는 반대 방향으로 갔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와 카탈루니아가 그랬다. 그러나 진정한 질문은 자주권이다. 이런 분리주의 지역들 중엔 자체적인 제도를 가진 곳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이 그리는 문화적 모습은 유토피아적이다. 엘리트들이 제도를 만들기 때문에 포퓰리즘이 존재한다. 문제는 경제적 통합의 불평등이다.

하지만 양쪽 다 그래야 되는 것은 아닌가? 나는 런던의 우버 기사가 영국 출신이든 폴란드 출신이든 상관없다. 어느 한쪽이 더 선호되는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단체는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영국인에게서 일자리를 빼앗는 폴란드인들이 분한 마음을 만들어 낸다. 경제적 세계화는 정치적 세계화의 영역을 넘었다. 우리는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독일과 그리스의 부채 논쟁이 가장 좋은 예다. 독일인들은 납세자들의 돈을 그리스로 보내야 한다는데 화를 낸다.

지난 70년 동안 비교적 다자주의가 성공적이었고 유럽은 제도를 만들려 노력했다. 이제 우린 다시 뒤로 가는 것인가?

그 당시에 바라고 초점을 맞추었던 것은 경제적 통합이었고, 이 경제적 세계화를 통해 문화들이 통합되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는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경제학만이 아니고 정체성과 문화도 중요하다! EU가 그 점에서 실패했고, 우리가 지금 후회하게 된 것이 그것이다.

현재 지리와 문화는 중요하지 않으며 자신이 세계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소수의 엘리트이다. 이 엘리트들이 세상 다른 사람들도 자기와 같이 생각한다고 믿는다면 틀렸다. 사람들 대다수는 우리가 아까 말했던 것처럼 국가적, 혹은 지역적 수준에 있다. 그걸 바꾸는 건 지극히 어렵고 오래 걸릴 것이다.

해결책은?

현재의 이 논의에 제시할 수 있는 청사진은 없다. 경제적으로 말하면 고립주의나 보호주의는 잘못된 길이다. 교육은 분명 중요하다. 세대적으로도 중요하고, 멸종되려 하는, 특히 로봇과 AI가 점점 더 많이 대체하고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도 필요하다.

더 큰 그림에서는 어떤 의미가 되나? 우리는 정치, 경제, 문화를 다 떼어놓고, 모든 국제적 개념을 국가적, 지역적 수준으로 분해해야 하는가? 아니면 모두의 마음을 돌려놓고 하나로 화합시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솔직히 그렇게 추상적인 질문에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니 예를 들어 보겠다. 미국에서는 보다 종합적인 이민 개혁이 필요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근본적으로, 이 논의에서 좌파와 우파 모두 옳은 주장을 한다. 지금 미국에 있는 약 1100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할 수는 없다. 일하고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을 미국에 남게 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반면 미국은 이민법을 집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1100만 명이 있는 것이다. 국가 신분증을 만드는 게 논리적 해결책이겠지만, 좌파와 우파 모두 정부를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런 아이디어를 밀어붙이지 않는다. 산업계 역시 이 정책을 집행하는 주체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미국 정치 시스템은 교착 상태다. 양쪽 모두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마지막 질문은 ‘거짓 뉴스’에 대한 것이다. 학자로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나?

학자보다는 오히려 시민으로서 더 신경 쓰인다. 양극화와 기존 제도에 대한 불신은 파괴적이다. 이것은 슬프지만 인터넷이 낳은 것이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읽은 것은 무엇이든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구식 뉴스 시절에는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누군가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

지금 러시아와 중국 등은 정보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사람들은 무언가를 믿고 싶어하고 사실 관계의 정확성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반면 제도는 늘 엘리트가 통제해 왔고, 인터넷의 존재 때문에 엘리트는 힘을 잃어가는 것 같다. 민주주의는 엘리트가 어느 정도 통제하지 않으면 잘 기능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도 계속 살펴봐야 한다.

허핑턴포스트US의 Francis Fukuyama: Democracy Needs Elit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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