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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를 위해 시급하다던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 조치는 수정되기까지 한 달이나 걸렸다

  • 허완
  • 입력 2017.03.07 06:48
  • 수정 2017.03.07 06: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말 무슬림 국가 출신 난민과 여행자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처음 서명했을 때, 그는 이 문제가 국가안보에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들에게 미리 통보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의 많은 관계자들과 의회의 공화당 동료 의원들도 이 논의에 끼어들지 못했다.

그러나 2월 초 법원이 트럼프의 이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의 효력을 중지시킨 이후, 트럼프 정부가 수정된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을 준비하는 데는 꼭 31일이 걸렸다. 트럼프가 첫 번째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했던 주장들, 즉 이 문제가 그만큼 급박하다는 주장이나 행정명령은 깊은 생각 끝에 마련됐다는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일례로 새 '무슬림 입국금지' 조치는 첫 행정명령 때와는 달리 향후 10일 동안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당시 트럼프는 미리 예고했다면 "나쁜 것들(the 'bad')이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사전 예고나 그밖의 공지 없이 이 조치가 즉각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주일 전에 금지조치를 발표했다면 '나쁜' 것들이 그 한 주 동안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왔을 것이다. 바깥에는 "나쁜놈들"이 엄청 많다!"

수정된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과 기존 행정명령(법원의 판결로 2월3일부로 효력이 사라진) 사이에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이 새 행정명령에 따르면 모든 난민은 120일 동안 입국이 금지되지만 시리아 난민들의 입국을 영구적으로 금지했던 부분은 사라졌다. 또 이라크를 제외해 입국금지 대상 국가가 7개 국에서 6개국으로 줄어들었다. 미국 비자와 영주권 소지자도 제외됐다.

정부의 이런 모순적 태도는 기존 행정명령에 맞서 법정 공방을 벌이는 변호사들의 입지를 강화해주고 있다. 지난주 정부가 트럼프의 의회 연설 반응이 너무 좋기 때문에 새로운 행정명령 발표가 연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는 CNN 보도는 그들에게 무기가 된 셈이었다.

"입국금지 조치가 국가안보를 위해 급박하게 필요하다고 정부가 정말 믿는다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수정된 행정명령 발표를 한 달이나 미루지 않았을 것이다."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기존 행정명령을 상대로 한 소송을 이끌고 있는 Lee Gelernt 미국 시민권연합 변호사는 지난주 이메일로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양당의 안보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국가 안보는 입국금지 조치로 지켜질 수 있는 게 아니며, 실제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조치다."

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오해하지는 말라"며 "제9 연방순회법원이 효력 중지를 결정한 이후 이 조치의 전격적 요소는 사라지게 됐으며, 우리는 결국 계획을 다시 세워야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취임 첫 주에 기존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그는 테러리스트와 미국을 해치려는 의도를 가진 인물들의 입국을 금지하기 위해 이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행정명령은 7개 무슬림 국가 출신 시민들의 입국을 90일 동안 금지시켰으며, 모든 난민은 120일 동안, 시리아 난민은 영구적으로 입국을 금지시켰다. 유효한 여권을 소지한 이들, 심지어 합법적 영주권을 지닌 사람들의 입국도 금지하는 바람에 미국 안팎의 공항에서는 혼돈과 혼란이 이어졌다.

여러 고소인과 단체들은 즉각 이 행정명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시애틀 연방법원은 2월3일 이 행정명령의 효력을 전국적으로 잠정 중단시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항소법원도 효력 중단을 해제하라는 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후 2월 중순에 트럼프 정부는 새 행정명령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공개 시점으로 2월 말을 예고했다. 그러나 일정은 계속 변동됐다. 정부는 새 행정명령이 지난주 수요일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가 이후 발표 날짜를 이번주로 미뤘다.

법무부 측 대변인은 제9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심리 연기를 요청했다.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기존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새로운, 상당히 수정된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가까운 시일"이 왔으며, 법원은 지난주 정부의 심리 연기 요청을 거부했다.

지난주 백악관 관계자는 허핑턴포스트에 법원에 의해 효력이 상실된 행정명령을 대체할 새 행정명령이 지연되고 있다는 건 틀린 말이라고 밝혔다. 새 행정명령 발표 날짜가 공식으로 발표된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백악관은 지난주 초 기자들에게 수요일에 새 행정명령 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은 화요일에 있었던 트럼프의 의회 연설 이후 변경됐다. 트럼프의 연설이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CNN에 "우리는 (새 행정명령이) 주목을 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도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트럼프가 새 행정명령에 서명한지 몇 시간 뒤에야 정부 측 변호인들은 법정에서 입장을 밝혔다. "새 행정명령은 기존 행정명령과 중대한 차이가 있다"는 것.

그러나 기존 행정명령에 반대했던 이들은 정부가 새 행정명령을 준비하는 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면서도 법정에서 패소하지 않을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립이민법센터의 Marielena Hincapié는 행정명령이 수정되어 발표된 이 모든 과정은 애초 이러한 행정명령이 필요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국가안보를 위해 정말 필요했다면 정부는 더 빨리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트럼프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고 해서 이 발표를 미룬다는 건 국가안보를 위해 무슬림 입국금지가 필요하다는 애초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Once Urgent For National Security, Trump’s Travel Ban Took Over A Month To Overhaul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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