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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개혁 시험대는 바로 우병우다

  • 원성윤
  • 입력 2017.03.06 17:16
  • 수정 2017.03.06 17:19
ⓒ뉴스1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벌인 각종 국정농단 현장에는 ‘군기반장’ 역할을 한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결론 냈다.

최씨와 박 대통령이 권력을 사유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윗선’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경우 우 전 수석이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이들을 길들였다는 것이다.

특검팀 핵심 관계자는 6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돈을 받아내는 일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좌파를 척결하는 일을, 우 전 수석은 이 과정에서 말을 안 듣는 공무원에게 매질을 가하는 일을 했다”는 말로 우 전 수석의 역할을 정리했다.

박 대통령이 이재용(49·구속)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대가로 편의를 봐준 삼성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관련해 청와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외압을 행사할 때도 우 전 수석이 깊이 관여된 정황이 밝혀졌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삼성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에스디아이(SDI) 처분 주식수를 줄이는 문제로 청와대와 공정위 실무진이 대립각을 세우던 2015년 10~12월 김재중(56) 당시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을 표적 감찰한 사실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공정위 실무진이 삼성 처분 주식수를 줄이는 데 반대 의견을 내자 청와대가 우 전 수석을 내세워 공정위를 길들이는 차원에서 김 전 소장을 찍어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해 상반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에 소극적인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5명을 솎아낸 사건과 관련해, 김종(56·구속기소) 전 문체부 2차관이 해당 명단을 최순실씨에게 전달한 뒤 우 전 수석이 똑같은 명단을 김종덕(60·구속기소) 전 문체부 장관에게 건네 인사 조처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김 전 차관이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 도움이 안 되는 공무원 명단을 작성해 최씨에게 보고했고, 이 명단이 ‘최씨→박 대통령→우 전 수석’을 거쳐 김 전 장관에게 통보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김 전 차관에게 부탁해 기존에 없던 문체부 직책을 만들어 자신의 지인을 취업시킨 정황도 포착했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우 전 수석의 인사 청탁이 있었다”는 김 전 차관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9월 <한겨레> 보도 등으로 최씨의 국정농단이 본격 알려지자 우 전 수석이 진상을 은폐하는 실무를 총괄, 운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불러 “지난해 10월 미르·케이스포츠재단 관련 비선실세 의혹이 보도된 뒤 우 전 수석의 지시에 따라 민정수석실 파견 검사 등이 ‘법적 검토’ 의견 등 대응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맞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의 세월호 수사 방해 의혹, 부인 명의의 가족회사인 ㈜정강 자금 관련 의혹 등은 특검법의 수사대상 제한과 짧은 수사기간 문제 탓에 검찰로 넘겼다. 특검팀에 고발·진정·수사의뢰된 우 전 수석 의혹은 총 16건에 이른다.

여기에는 우 전 수석이 변호사 시절 성공보수금을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 취임 이후 의뢰인으로부터 받았다는 의혹, 변호사 수임료를 신고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 등이 담겨 있다.

검찰의 우 전 수석 수사를 놓고 검찰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을 꾸렸지만 4개월 동안 수사하는 시늉만 내다 같은해 12월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조용히 수사를 끝냈다.

특검팀 수사에서는 지난해 검찰 특수팀 수사 당시 우 전 수석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김수남 검찰총장이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 전 수석 의혹을 규명해야 할 검찰이 수사 주체이자 객체가 된 모순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은 검찰을 개혁하는 작업과 같다고 보면 된다. 이번에 또다시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졸속 수사를 하면 검찰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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