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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이 여성혐오라고? 페미니즘 들먹이는 친박 집회

  • 강병진
  • 입력 2017.03.05 11:10
  • 수정 2017.03.05 11:11

“‘여성’ 대통령을 성적으로 모욕 주는 것도 모자라, 양말 신고 외투 입는 것까지 조목조목 씹어댄 언론을 절대 용서해선 안 된다. 그래서 여성단체들이 들고일어났다.”

4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16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는 보수 성향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여성’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여성 비하, 여성 혐오 등 편견이 퍼지는 것을 진심으로 우려한다”며 대통령 탄핵 과정을 여성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을 ‘여리고 착한 여성 대통령’ ‘힘없는 여자’ 등으로 표현하는 건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 등 친박 성향 카페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여성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희정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은 “대통령은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직함으로 이야기돼야 한다”며 “페미니즘 운동이 주목받자 페미니즘이 오래 고민하며 일궈온 ‘여성’의 개념을 제 구미에 맞게 정반대 의미로 훔쳐가버린 게 가장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도 “‘대통령이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표현 속에는 여성에 대한 퇴행적인 관념이 자리잡고 있고, 이런 잘못된 관념으로 시민을 동원하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날 촛불집회를 앞두고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3·8 여성의 날’을 맞아 ‘페미답게 쭉쭉간다’는 제목의 페미니즘 문화제가 열렸다. 보라색 풍선을 든 시민들은 ‘니가 그러고도 남자냐 니가 그러고도 여자냐’ 등의 각종 혐오 표현을 송판에 적은 뒤 격파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는 이름의 사전집회를 열고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라고 적힌 스티커를 나눠주는 등 탄핵반대 집회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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