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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내년까지 전세금을 떼일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 김수빈
  • 입력 2017.03.03 11:56
  • 수정 2017.03.03 11:58
1월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31일 오후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소 앞에서 한 시민이 전세 매물 전단을 보고 있다. 2017.1.31
1월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31일 오후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소 앞에서 한 시민이 전세 매물 전단을 보고 있다. 2017.1.31 ⓒ뉴스1

생각해보면 전세란 요상한 제도다. 세입자는 집 주인에게 목돈을 준다. 그리고 대가로 그 집에서 거주한다. 계약이 만료되면 집 주인은 그 목돈을 세입자에게 돌려준다. 자신의 재산을 임대해줬지만 표면적으로 집 주인이 얻은 수익은 없는 셈이다.

같은 집을 월세로 내주었을 때랑 비교해 보면 그 요상함은 더 커진다. 월세를 받으면 경과한 개월수만큼 집 주인은 명시적인 수익을 얻는다. 그럼 대체 집 주인들이 전세로 집을 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세 제도는 과거 한국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전세는 과거 금융시스템이 발달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사(私)금융의 기능을 수행하여, 집주인은 목돈 마련을 위해 집의 일부를 세놓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중략) 제도권 내 금융의 이용이 쉬워지고, 단독주택보다 아파트가 많아진 지금까지도 전세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주택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은 2년 후 돌려줘야 할 빚이지만, 집값이 계속해서 빠르게 올랐기 때문에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없었던 것이다.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해 임대인은 전세를 놓고서라도 미리 주택을 사두는 것이 이익이었으며, 은행에 대출이자를 지불할 필요 없이 큰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국개발연구원 'click 경제교육' 2014년 3월호)

전세 제도는 집값이 빠르게 오르던 시절에나 성립이 가능했던 제도다. 그러나 한국의 주택가격은 과거와 같은 쾌속 상승세를 잃은 지 오래. 전세 제도의 당위성은 희박해졌다.

그렇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여전히 집을 구하는 사람들은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한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서 주택을 살 여력이 있는 이조차도 구입을 미루고 있는 것. 집 주인들은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가격을 올린다. 과거처럼 전세금을 받아 다른 주택을 구입한 후 그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겨우 전세를 구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월세가 아닌 전세를 고수하고 있는 집 주인의 경우, 다른 주택에 돈이 묶여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에는 급기야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 내년까지 주택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높다. 공급물량이 쏟아지기 때문: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입주가 예정된 아파트는 36만9759가구로 1999년 36만9541가구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입주 물량이다. 내년엔 이보다 많은 42만589가구가 입주한다. 2년간 79만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전세금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전세 거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조선비즈 3월 3일)

게다가 깡통전세 가능성의 척도가 되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또한 상승하고 있다.

...보통 아파트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깡통전세가 될 위험이 크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1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73.3%로 지난해 12월(73.2%)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서울 전세가율은 2014년 64%에서 지난해 6월 75.1%로 고점을 찍은 후 6개월 연속 약세를 보이더니 지난달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는 전세가율이 80~90%에 육박해 매매가격 수준에 근접했다. (조선비즈 3월 3일)

깡통전세의 종착역은 경매다. 그리고 경매로 전셋집이 넘어가는 경우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다른 채권에 비해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전세권 보장보험' 제도를 신설했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집 주인이 전세금보다 먼저 갚아야 하는 빚(선순위 근저당 설정액)이 집값의 60% 이하여야만 가입이 가능한 것. 이 때문에 전체 전·월세 가구 중 여기에 가입한 사람은 3.5%에 지나지 않는다.

전세를 알아보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필히 해당 집의 근저당 설정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가능하다면 전세 보험을 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 보험 요건을 충족시키는 집 주인 중 굳이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굳이 전세를 주려고 할 사람이 몇이나 될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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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거 #전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