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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 직원의 생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이유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권리의 평등화가 진행된다 해도 인간이 가진 "특징의 차이"는 사라질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패전 직후인 1947년에 제도화된 생리휴가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유례가 없는 일본 특유의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도 "남성이 차가운 눈으로 본다" "동료에게 폐가 된다" 등 다양한 이유로 현실에서는 생리휴가를 사용하기 어렵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일본판에 실린 글을 번역한 것으로, 일본판의 2017년 기획 'Ladies Be Open'의 하나입니다.

회의실에서의 대화

2016년 말 허핑턴포스트 일본판의 직원 이도 아리사(井土亜梨沙)는 "생리통 심하다"고 고백했다. 일과 관련해 상담할 게 있다고 해서 회의실에서 만났을 때의 일이다.

"너무 아파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생리 때가 되면 자궁 내막이 벗겨져 질에서 피가 나온다. 피를 밀어내려고 할 때 자궁이 수축하거나 호르몬 균형이 무너지고 골반 내 혈액흐름이 나빠져 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구역질과 졸음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여성은 10대 무렵부터 50세 정도까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다달이 이런 통증과 불쾌감을 겪는다. 이도가 블로그에 쓴 것처럼 "몸 안에 권투선수가 살면서 반복해서 펀치를 날리는 것" 같은 일을 매달 경험하는 것이다.

남성은 영원히 이 감각을 모른다.

이도는 생리 전에 정신이 불안정하거나 컨디션이 무너지는 증상도 가끔 겪는다. 전날부터 부정적인 것만 생각하게 되고 눈물이 멈추지 않게 되는 일도 있다. 다음날 생리가 시작되면 이번에는 생리통으로 머리가 욱신거리고 몸이 쇠사슬에 묶인 것처럼 오전 내내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상사인 나에게 말하지 못했다

이도는 2016년 4월에 허핑턴포스트에 들어왔다. 미디어 업계가 아니라 부동산 업계 경력이 있는 이도는 항상 정직했으며 누구든 좋아하는 개방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생리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고 매달 고민했다고 한다.

나는 반성했다. 돌이켜 보면 분명히 그런 느낌이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언제나 동료와 웃으며 얘기하던 그녀가 창백한 얼굴이었다.

"컨디션 괜찮아?"라고 물으면 "괜찮습니다. 제 얼굴이 이상해요?"라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다.

편집부 동료들의 성격은 제각각이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도 있고, 'slack'을 통해 긴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도의 경우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다.

직장 내부에 갈등이 있는지, 우울증을 겪는 직원은 없는지 등을 주의해서 봤지만 '생리통'은 내 머리에 없었다.

이도의 '고백' 이후 다급하게 관련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아내와 여성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후생노동성이나 병원의 자료도 살펴봤다. 진땀이 날 정도의 고통으로 일에 대한 집중력이 없어진다. 회의 중에도 출혈이 무서워서 집중할 수가 없다. 스트레스도 있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사무실에서도 불안하다. 이렇게 '일'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 매달 있다는 것은 큰 사안이다. 이를 몰랐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재택근무

이도와 상의해, 생리가 심한 날은 컴퓨터 동영상 중계를 활용해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정말 힘들 때는 오전에는 쉬고 오후에 출근하거나 하루를 쉬기로 했다.

일본의 법률은 생리휴가를 인정하고 있다. 노동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생리일 업무가 현저하게 곤란한 여성이 휴가를 요청할 때에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생리휴가를 사용하는 사람은 적다. 아사히신문의 2006년 6월 9일 기사 '생리용품은 어떻게 진화했나?'를 에 따르면,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여성이 생리 휴가를 쓰는 비율은 가장 높았던 1965년에는 26%였으며, 1981년은 13%, 2004년에는 1.6 %로 나타났다. 현재도 비율은 낮을 것이다. 기사는 "휴가를 가면 (업무상) 불리해진다"는 생각 때문에 "약으로 통증을 조절"한다고 지적한다.

생리휴가

1986년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의 시행 이후 사무실에서 남녀 평등은 진전을 이뤄왔다. 허핑턴포스트 일본판 편집부 직원의 약 절반은 여성이고, 평소 기사에서도 성별과 다양한 성적 지향(LGBT)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이유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권리의 평등화가 진행된다 해도 인간이 가진 '특징의 차이'는 사라질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다구치 아사(田口亜紗)가 쓴 '생리휴가의 탄생'에 따르면, 패전 직후인 1947년에 제도화된 생리휴가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유례가 없는 일본 특유의 것이었다. 메이지 이후 서양 의학적 사고가 일본에 들어온 이후 생리기간의 여성을 "약자", "의료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노동운동의 고조와 함께 이런 제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요즘에도 "남성이 차가운 눈으로 본다" "동료에게 폐가 된다" 등 다양한 이유로 현실에서는 생리휴가를 사용하기 어렵다.

Yahoo! Japan에도 "여성 직원이 생리일에 쉬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여성 직원의 생리휴가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 직장 여성 직원 중 매월 반드시 생리휴가를 쓰는 사람이 몇 명 있습니다.

게다가 일을 마감하는 금요일이나 자료를 제출하는 월요일에 휴가가 집중돼, 다른 여성 직원의 의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생리를 얘기하자

허핑턴포스트 편집부에서 필자와 이야기 이도 아리사(오른쪽)

나는 생리의 고통을 모른다. 별로 들은 적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는 생리가 있는 날을 그저 '성행위를 할 수 없는 날'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또는 애인이 조금 울적한 날이라고만 생각했다. 나로서는 계속 '잘 모르겠는 날'이었다.

학교에서 성교육도 남녀 별도로 이뤄졌기 때문에 '여성'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

2017년 허핑턴포스트 일본판은 생리를 포함해 '여성의 몸'을 집중적으로 다뤄, 모두가 대화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우리는 '여성 사회진출'의 중요성과 효과를 지겨울 정도로 말해왔다. 기업과 정치 영역에서 여성이 많아졌고, 학계에서 여성의 활약도 눈부시다.

'여성이 일하는 사회'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런 시기에 와 있는 것 아닐까. 이를 통해 직장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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