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정미 재판관은 헌재 '8인 체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는가

8인 체제 혹은 7인 체제의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탄핵(파면)결정이 내려지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대통령 대리인단이 불복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1~2명의 재판관 공석은 대통령 대리인단이 주장하는 민사소송법 제451조에 열거된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각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법은 심리정족수를 7인으로 규정했으므로(법 제23조 제1항) 민사소송법이 열거하는 "법률에 따라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특정 신문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8인 체제에서 헌재가 내린 결정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했다는 기사를 내놓았고,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쪽에서 이 기사를 사실인 것처럼 인용하고 있다.

  • 이준일
  • 입력 2017.03.02 05:21
  • 수정 2018.03.03 14:12
ⓒ뉴스1

8인 체제 혹은 7인 체제의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탄핵(파면)결정이 내려지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대통령 대리인단이 불복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1~2명의 재판관 공석은 대통령 대리인단이 주장하는 민사소송법 제451조에 열거된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각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법은 심리정족수를 7인으로 규정했으므로(법 제23조 제1항) 민사소송법이 열거하는 "법률에 따라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특정 신문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8인 체제에서 헌재가 내린 결정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했다는 기사를 내놓았고,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쪽에서 이 기사를 사실인 것처럼 인용하고 있다. 헌법교수로 그런 판례가 있었는지 몰라서 찾아보고 분석해보았다.

2011년 7월 8일 조대현 재판관이 퇴임했는데도 국회가 후임 재판관을 몇 달 동안 선출하지 않아 재판관이 공석인 상태가 지속되었다. 어느 변호사는 이 때문에 헌법이 보장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를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다(2012헌마2).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관 후임자 임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법 제6조 제3항, 제4항).

"③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만료일 또는 정년도래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 ④ 임기 중 재판관이 결원된 경우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

다수의견(법정의견)은 퇴임한 헌법재판관의 후임자 임명과 관련하여 법에 정해진 기간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닌 훈시규정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그래도 해석상 "상당한 기간" 안에는 후임자를 지명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고, 만약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위헌적 부작위(헌법적 의무의 불이행)라는 것이 다수의견의 핵심이었다. 다만 국회가 2012년 9월 19일에 후임 재판관을 선출하여 권리보호이익이 없어져 각하한다고 설시했다. 선고일자가 2014년 4월 24일이니까 헌재가 무려 2년도 넘게 질질 끌다가 소심하게 각하한 것이다.

이런 다수의견에 대해서 당시 이정미 재판관을 포함한 4명의 재판관이 반대의견을 냈다. 아마도 여기에서 나온 소수의견을 가지고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8인 체제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네 명의 재판관들은 다수의견과 동일하게 이미 재판관이 모두 채워졌기 때문에 권리보호이익, 그러니까 청구인이 주장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호해야 할 주관적 이익은 없어졌다고 보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을 계속해야 할 객관적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다수의견에 반대했다. 요즘 대통령이 하야해도 각하하지 말고, 대통령의 헌법위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러한 행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한 명백한 헌법적 해명을 위해 헌법재판을 계속해야 하는 심판의 이익이 있다는 논리와 동일한 의미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소수의견을 내놓은 네 명의 재판관들은 재판관이 단기간 일시적으로 부재한 상태와 1년 이상(조대현 재판관이 퇴임 후 재판관 공석상태는 1년 2개월 이상 지속되었다) 장기간 상시적으로 부재한 상태를 구별하였다. 그리고 이처럼 재판관이 장기간 상시적으로 부재한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에는 위헌적 부작위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았다.

이정미 재판관을 포함한 소수의견을 현재의 상태에 적용해보면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하고 한 달 정도되었고, 이정미 현 소장 권한대행은 아직 퇴임하지 않았으므로 장기간 상시적으로 공석이 된 상태라고 말할 수는 없다. 더욱이 네 명의 재판관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다시 말해 재판관 공석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해서 곧바로 그러한 상태의 헌법재판이 위헌무효라는 주장을 할 것을 우려해서 사족처럼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부작위가 위헌임을 확인하더라도 이는 피청구인의 위헌적인 작위의무 이행 지체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확인하는 것일 뿐, 이 사건 부작위가 계속되었던 기간 동안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이루어진 헌법재판의 심리 및 결정의 효력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음을 밝혀 둔다."

재판관의 장기간 공석 상태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재판관이 공석된 시간 동안 이루어진 재판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결국 이정미 재판관을 포함한 소수의견을 요약하면 ① 재판관 공석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려면 장기간의 공석이어야 하고, ② 장기간의 공석이 있다고 해도 그 기간 동안 행해진 재판의 효력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정미 재판관이 이전에 8인 체제의 헌재가 내린 결정은 위헌무효라고 주장했다는 기사는 요즘 유행하는 "가짜기사"라고 볼 수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선고가 다가오면서 탄핵을 반대하는 쪽에서 가짜기사를 만들어 배포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의미를 강조하는 사람들조차 이런 가짜뉴스의 사회적 해악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쏟아지는 가짜뉴스들로 인해 진실을 규명하려 애쓰는 기자들의 노력이 통째로 폄하될 수는 없다. 적어도 언론시장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한다는 격언이 통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이정미 헌법재판관 #8인 체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선고 #이준일 #사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