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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자유주의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 바둑을 인간 고수보다 잘 두는 인공지능이 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 분야다. 책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가이드’(이영준, 임태훈, 홍성욱 저)에는 그러한 상황이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다. “현대 금융업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위상이란 알파고의 미래를 일찌감치 선취한 뒤다.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수십 초 만에 수백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뽑아내는 일에서부터 초단타매매 기술에 이르는 온갖 금융 업무에 전용 AI 소프트웨어가 활용되고 있고, 이 분야 기술의 발전 속도는 알파고에 웃고 우는 세인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다.”디지털 신자유주의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급속도로 미래로 달려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1. 투자금융회사 이사에 인공지능이 임명되었다.

“일반 대중은 중세를 사는데, 정보 경제의 중심부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따라잡을 수도 없는 미래를 질주한다. 그러니 이런 뉴스도 쇼와 현실을 잘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홍콩의 투자금융회사인 ‘딥 날리지 벤처스(Deep Knowledge Ventures)’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바이탈(VITAL)’을 2014년 5월 13일부로 신규 이사에 임명했다. 바이탈은 ‘에이징 애널리틱스(Aging Analytics)’라는 영국계 기업의 제품으로, 건강 분야의 시장 정보를 탁월하게 분석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책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가이드’, 이영준, 임태훈, 홍성욱 저)

투자금융회사의 인공지능 이사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한다. 어떤 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을 자동으로 승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혁신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서 금융계에서는 큰 반향이 없었다. 이미 더 뛰어난 프로그램이 사용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 세계 금융거래의 90퍼센트 이상이 전적으로 알고리즘이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책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가이드’, 이영준, 임태훈, 홍성욱 저)

2. 디지털 신자유주의는 노예노동이 떠받친다.

“디지털 신자유주의의 상층부에 돈밖에 모르는 호모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뒤섞어 놓은 사이보그들이 군림하고 있다면, 최하층부에는 삽과 곡괭이를 들고 광산에서 노예처럼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딥 날리지 벤처스의 과장 광고가 화제에 올랐던 날, 터키 소마 석탄 광산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301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대참사였다. 사고 원인은 세월호 사태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소마 광산 민영화가 2005년부터 시작되면서, 비용 절감과 이익 창출을 이유로 안전장치 설치가 무시됐다.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책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가이드’, 이영준, 임태훈, 홍성욱 저)

터키 광산 사고는 터키인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터키 정부는 끝까지 발뺌을 하는데 급급했다. 저자는 투자금융회사의 인공지능 이사와 잔인하게 착취 당하는 19세기 자본주의 수준의 광산 노동자는 별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사실은 강하게 연결된 존재라는 것이다. 디지털 산업에 필요한 각종 원료들이 광산을 통해 채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산업은 광산 노동 없이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마에서 생산된 석탄은 발전소로 공급된다. 그리고 모든 디지털 기술이 의존하는 기본적인 에너지 원천인 전기를 생산한다. 휴대폰의 원재료인 콜탄(columbite), 백금, 구리, 희토류 등의 지하 광물도 디지털 산업에 꼭 필요한 원천 자원이다.” (책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가이드’, 이영준, 임태훈, 홍성욱 저)

3. 스마트 폰 사용하는 20억 명의 흡혈귀가 존재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에 이렇게 썼다. “자본은 죽은 노동인데, 이 죽은 노동은 흡혈귀처럼 오직 살아 있는 노동을 흡수함으로써만 활기를 띠며, 그리고 그것을 많이 흡수하면 할수록 점점 더 활기를 띤다.” ‘자본’의 첫째 권이 출간된 것이 1867년이었다. 앞서 에르도안이 말했던, 361명의 사망자를 낸 영국 광산 사고가 있고 이듬해 발표된 책인 것이다. 소마 광산 2마일 지하에서 수습된 광부들의 새까맣게 탄 시체는 제자리걸음 중인 역사를 고발하고 있다. 단언컨대 디지털 신자유주의는 앙시앙 레짐(ancien regime)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20억 명의 흡혈귀가 구체제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고혈을 빨고 있다.” (책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가이드’, 이영준, 임태훈, 홍성욱 저)

대중이 디지털 문명을 누릴수록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콩코민주공화국에서는 콜탄 광산 이권을 둘러싸고 수백 만 명이 숨졌다.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는 애플 주력 상품 등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의 이유로 2010년에 광둥성 선전 공장 한 군데서만 열 명 이상의 노동자가 자살했다. 우리가 디지털을 소비하면서, 그것이 만들어지면서 투입된 노동의 가치를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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