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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갑자기 붕괴되면 일어날 법한 일 3가지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이 피살당했다. 그보다 하루 전에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 트럼프 정부를 자극시키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북한 관련 소식이 그리 유쾌하게 다가온 적이 별로 없다. 언젠가부터 늘 불안한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때로 '북한 붕괴'를 점치는 사람들과 마주치곤 한다. 전쟁 없이 체제의 내부 모순으로 저절로 북한이 붕괴되고, 북한 주민들은 현재의 정권을 버리며, 자연스레 휴전선 이북의 통치권을 우리가 갖는다는 예측은 제법 익숙해졌다. 정말 이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일까? 마침 비슷한 질문을 하며 '통일' 이후 사회상을 예측한 두 권의 소설책을 통해 '북한이 갑자기 붕괴되면 우리에게 닥칠 법한 일' 3가지를 추려 보았다. 이건 '어느 날 문득 찾아온 통일'을 상상한 이야기다.

1. 과거 북한의 군대가 암시장을 장악한다.

장강명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 북한은 바로 남한에 편입되지 않는다. 급작스런 체제 붕괴로 발생하게 될 대량 난민을 남한이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는 점과 북한 문제는 국제 사회 초미의 관심사란 점을 고려해 과거 북한 지역엔 국제평화유지군이 파견되며, 이들의 협력을 받는 '통일 과도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북한이 무너지면 가장 큰 문제는 엄청난 덩치를 지니고 있는 조선인민군의 존재다. 소설에 의하면 많은 제 3세계 국가에서 독재자가 사라진 후 그랬듯이 이들은 '군벌'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평화유지군과 통일과도정부가 충분한 장악력을 가지지 못해 무기 회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이들이 숙청을 피해 특정 지역에 자리잡아 지하경제를 지배하는 '반군'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

"김씨 왕조가 무너지고 평화유지군이 북한에 들어왔을 때, 조선인민군 일부가 무기 반납을 겁하고 소모적인 저항을 벌였다. 최고사령관도 그들 중 하나였다. 육군 대좌(대령)였던 그에게는 남들보다 뛰어난 통찰이 있었다. 그 순간 북한에서 가장 값진 자원은 량강도 기업들이고, 그 마약 공장들이 자신의 부대 근처에 있다는 것. 그 공장들을 운영하는 데에는 무력이 필수적이라는 것. 최고사령관은 군사를 이끌고 량강도 기업들을 접수했고, 유통조직을 재편했다. 수익은 연구 개발과 무장 강화에 재투자했다. 그렇게 해서 "조선해방군"이라는 신생 대기업이 생겨났다. 그는 최고경영자였고, 총참모장은 사내 벤처를 이끄는 유능한 팀장이었다." (책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저)

2. 막대한 규모의 마약, 총기류가 남한에 유통된다.

조선인민군이 '군벌'로 남아 지하 유통조직을 장악하게 되면, 이들이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한 가지 물건이 있다. 마약이다. 실제 북한은 외화를 벌기 위해 국가적으로 마약 생산을 장려한 전력이 있다. '백도라지 사업', '빙두(필로폰) 사업'이란 이름으로 진행되었었다. 만약 북한 체제 붕괴 이후 불법 물품 회수가 제대로 안 이뤄지면 지금껏 주로 중국에 수출되었던 마약류는 남한에 대량으로 불법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가 통제했던 마약 사업이 치안 공백 상태에서 민간에게 넘어가 지하에서 난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생산한 마약이 군벌이 독점한 유통망을 타고 느슨해진 휴전선 아래로 흘러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게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 쓰인 작가의 상상이다. 러시아제, 중국제, 미처 회수되지 않은 조선인민군용 총기들이 유통 품목에 포함되는 건 덤이다. 마약 거래로 조직을 키운 IS의 이야기가 '준비 안 된 흡수통일'이란 상황 설정에선 남 얘기가 아닌 이유다.

"...필로폰은 '빙두 사업'이라고 불렀다. 김정일 정권은 그 마약들이 민간에 퍼지는 게 두려웠고, 주된 수출 시장이 중국이었기 때문에 마약 공장들을 량강도와 함경도에 많이 세웠다. 함흥화학공업대학 교수들이 함흥의 나남제약과 청진의 청라제약으로 파견되어 마약 제조법을 개발하고 공정을 감독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이 국경지대 마약 밀반입 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그때부터 마약 공장 임직원들은 북한 사람들에게 마약을 팔기 시작했다. 함흥화공대 교수들은 뿔뿔이 흩어져 자기 공장을 따로 차렸다. 이것이 '량강도 기업'이다. 빙두는 그렇게 북쪽 국경지대에서 남쪽으로 내려갔고, 얼마 되지 않아 대유행이 되었다. 나중에는 단속하는 자들이 필로폰에 중독되어 있을 정도였다." (책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저)

3. 북한 주민 대부분은 가난한 비숙련 노동자가 된다.

이응준의 소설 '국가의 사생활'은 통일 이후 북한 인민들의 일상을 철저한 '비숙련 노동자'의 그것으로 그려낸다. 과거 김일성 종합 대학 철학 교수였던 이는 경비원을 하고, 평양 최고 영재 학교에서 교육을 받던 수재가 조직 폭력배의 일원이 된다.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도 과거 북한의 윤리 교사가 통일 이후 재임용에서 탈락해 햄버거 장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묘사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과거 북한 사회의 엘리트였던 이들이 달라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기존 직장을 잃고 비숙련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여기엔 통일 이후 막대하게 늘어난 재정 비용 때문에 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제대로 만들 수 없을 것이란 현실적인 상상이 더해져 있다. 북한 주민 대부분이 통일 이후 거리를 떠돌다 배급을 받고, 북한 여자들은 유흥업소에 흘러 들어가 기쁨조 흉내를 내며 남한 중년 사내들의 은밀한 욕망을 채워준다는 소설 속 상상은 남북한 모두에게 불행하게 느껴진다. 두 개의 소설 속 디스토피아를 통해 '준비된 통일'이 중요하단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작년 가을에는 북한의 아나운서였던 한 할머니가 잠실야구장의 청소부로 일하던 중 경기가 없는 월요일 오후 선수 탈의실에서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내가 이래야만 하는 이유를 너희들이 모를 리 없다는 듯 유서 한 장 없었다. 이북 사람들은 그야말로 공황 상태에 빠져 버렸다. 이남 사람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아나운서라는 존재를 남한의 그것과 동일한 비중으로 여긴 탓에 이북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절망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만약에 대중음악가 서태지가 하루 아침에 몰락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지방 변두리 나이트클럽 화장실에서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면 이남 사람들이 심정은 과연 어땠을까?"(책 '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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