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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화재 성금 76억, '노점상'은 단 한 푼도 못 받은 사연

ⓒ뉴스1

“불이 나고 석 달 동안 장사를 못 했어요. 노점상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데, 앞으로 아무리 빨라도 장사를 다시 하려면 석 달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생활비와 자식들 등록금, 가족들 생계 걱정에 앞이 캄캄합니다.”

지난해 11월30일 큰불이 난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을 돕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성금 76억원을 보내줬지만 노점상은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대구시는 28일 “최근 재해구호협회와 대구시, 중구 등이 전국 각지에서 들어온 성금 76억원을 배분하면서 피해상인 580명에게 1300만원씩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현재 피해상인들 명단을 대조하고 있다. 2∼3일 안에 피해상인들에게 돈이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화재 피해를 본 점포는 모두 679곳이지만, 한 사람이 2∼3곳을 운영하거나 부부가 2곳을 운영하면 1곳으로 계산해 1300만원만 지급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 임직원들이 지난 1월 11일 서문시장 화재 피해상인 돕기 성금 5천만원을 냈다.

성금을 받는 피해상인 580명의 절반은 세입자로 파악됐다. 하지만 불이 난 서문시장 4지구 부근에서 장사를 하다 화재피해를 본 노점상 90여명은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노점상들은 “불이 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라고 국민이 성금을 모아줬는데, 노점상만큼 어려운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며 “석 달 동안 단 한 푼의 수입도 없이 힘들게 버티는 우리한테도 제발 성금을 배정해달라”고 하소연했다. 대구시와 중구는 서문시장 화재 직후인 지난해 12월에도 피해상인들에게 생계비 명목으로 5억원을 지급했지만, 노점상에는 지급하지 않았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국민이 정성껏 모아준 성금이 노점상에게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불이 난 뒤 가장 힘든 노점상을 위한 생계대책을 대구시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길영 대구시 재난안전실 안전총괄팀장은 “대구시와 중구가 노점상에도 성금 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서문시장 상인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배정에서 제외됐다. 2005년 서문시장 2지구 화재 때 접수된 성금 12억원도 노점상에는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피해상인을 돕기 위해 76억원의 성금을 낸 8000여명 가운데는 전국 시·도지사 17명, 대구지역 기업인, 대구은행, 공공기관, 종교단체, 공무원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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