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케냐에서는 지금 12년 짜리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 중이다

LOIYANGELENI, KENYA - May 18. A Samburu woman uses her mobile phone in Loyangalani in the north of Kenya ahead of the Lake Turkana Festival. Marginalised Communities in North Eastern province of Kenya are using technology for day to day life. Mobile technology is not used for basic phone calls but also for accessing financial services such as M-pesa money transfer system.  Photo by David Mbiyu/Corbis via Getty Images
LOIYANGELENI, KENYA - May 18. A Samburu woman uses her mobile phone in Loyangalani in the north of Kenya ahead of the Lake Turkana Festival. Marginalised Communities in North Eastern province of Kenya are using technology for day to day life. Mobile technology is not used for basic phone calls but also for accessing financial services such as M-pesa money transfer system. Photo by David Mbiyu/Corbis via Getty Images ⓒDavid Mbiyu via Getty Images

기본소득은 한국에서도 꾸준히 논의되는 정책 대안이다. 녹색당은 월 4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안한 바 있고, 주요 대선 주자 중 하나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여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도 첨예하다. 불평등의 심화를 막고 인간 기본권을 보장하는 정책으로 여겨지는가 하면 실질적으로는 복지의 축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의 역사는 생각보다 꽤 길다. 그런데 근래에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각광을 받는 맥락은 과거와는 다르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인공지능의 발달을 비롯한) 자동화로 인간의 일자리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라는 주장이 부상하고 있다. [관련블로그] 기본소득이 필요한 진짜 이유|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 인터뷰

당연하겠지만 이러한 맥락에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정보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들려온다. 미래에는 "기본소득이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일론 머스크

그냥 말 뿐만이 아니다. 아예 '베타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23일 뉴욕타임즈 매거진이 소개한 자선단체 '기브다이렉틀리(GiveDirectly)'가 케냐에서 수행 중인 사업이 바로 그것.

기브다이렉틀리는 매우 독특한 자선단체다. 대부분 의료품, 식품 등의 현물로 지원을 하는 여타 자선단체들과는 달리 현금을 지급한다. 기부로 쏟아져 들어오는 물통이나 탐스 신발을 되팔아 겨우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곤 하는 수혜자들의 만족도 또한 현물로 지급할 때보다 높다.

기사에서 소개하는 프레드릭 오몬디 움마의 사례는 인상적이다. 가난하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아내도 떠나버렸던 움마는 기브다이렉틀리의 지원을 받으면서 삶이 변모했다. 받은 돈으로 오토바이를 사 사람들을 태워주면서 돈을 모았고 그 이후에는 물건 판매를 하고 이발소도 차렸다. 이제 그는 더는 과음하지 않으며 집을 나갔던 아내도 돌아왔다 한다.

기브다이렉틀리는 아예 이것을 확대시켜 12년 짜리 기본소득 프로그램을 케냐의 한 가난한 마을에서 시작했다. 마을의 거주자 전원(220명 가량)에게 한 달에 2,280실링 씩 12년을 지급하기로 한 것. 케냐는 M-PESA라고 하는 매우 성황 중인 모바일 송금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문자 메시지 하나로 간단히 돈을 지급하는 게 가능하다.

케냐 나이로비의 M-PESA 키오스크에서 모바일로 송금을 하고 있는 나이로비 시민. 적어도 모바일 뱅킹 측면에서는 케냐가 한국보다 선진국이다.

'기본소득 베타테스트'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관심은 과연 지대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이베이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총 2400만 달러(한화 약 270억 원)를 기브다이렉틀리의 이 사업에 기부했다.

사람들이 더 일을 안하게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돈이 생기자 그때까지 케냐에서 가장 낙후된 편에 속하는 동네에서 힘들게 살던 사람들은 기초적인 의식주의 문제가 해결되자 보다 새로운 '사업'들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 자매는 친구들과 함께 작은 은행을 차렸고 한 남성은 낚시 그물을 만들고 배를 빌리고 사람을 고용하여 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작년 10월경부터 시작된 사업에 대해 섣부른 판단은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극빈층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정책의 효과는 한국을 비롯한 개발국가들에서 시행될 기본소득 정책의 효과와는 사뭇 다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보다 진지하게 기본소득에 대해 고민해볼 이유는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정치 #경제 #케냐 #기본소득 #givedirectly #실리콘밸리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