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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 프랑크 센터'의 스티븐 골드스틴은 게이 운동가보다는 사회 정의 옹호자로 불리고 싶다"

미 뉴욕 맨해튼에 본부를 둔 ‘상호 존중을 위한 안네 프랑크 센터’는 1959년 설립됐다.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1929~45)는 2차대전 말기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은신처에서 숨죽이며 일기를 썼다. 나치 비밀경찰에 체포돼 결국 아우슈비츠에서 짧은 생애를 마쳤지만 안네의 일기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증거하는 강력한 자료이기도 했다. 센터는 안네 가족의 유일한 생존자인 안네의 아버지 오토가 만들었다.

최근 이 센터가 미국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정책과 맞서 강력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엔 지난해 7월 취임한 스티븐 골드스틴(55) 사무국장이 있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그가 취임하면서 센터 이름도 바꿨다. ‘미국 안네 프랑크 센터’에서 ‘상호 존중을 위한 안네 프랑크 센터’로 개명했다. 설립 뒤 안네와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추모하는 비교적 조용한 활동을 해왔다면, 골드스틴 체제에서는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증오에도 적극 맞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설립자인 오토가 센터를 만들때의 취지도 “동등한 권리와 상호 존중에 기반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였다. 그는 취임하면서 센터에 시민권과 인권, 여성 권리, 종교 차별과 저널리즘에 초점을 맞춘 5개의 조직을 새로 만들어 역량있는 시민운동가와 전문가들이 이끌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그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센터의 에스앤에스 계정과 CNN 등 방송 출연을 통해 반트럼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 뒤 처음으로 반유대주의 비판 목소리를 낸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트럼프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를 감염시킨 반유대주의라는 암에 대한 일회용 반창고”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몇시간 뒤 페북에 올린 글에선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해고와 트럼프가 티브이 황금시간대 연설을 통해 반유대주의와 이슬람혐오, 인종차별과 맞서 싸울 구체적 조처의 윤곽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지난달 트럼프가 국경 장벽을 쌓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렸을 땐 “트럼프가 나라를 심각한 도덕적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이 트럼프의 차별 앞에서 흐느끼고 있다”고 분개했다.

뉴욕 퀸스 출신인 골드스틴은 시민운동가로서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2004년 뉴저지주에 성적소수자 권익 보호에 초점을 맞춘 ‘평등한 가든 스테이트’란 시민단체를 만들어 2013년까지 이끌었다. 동성결혼 합법화(2013년) 등 200건 이상의 민권보호 법안이 주 의회를 통과하는데 주도적 구실을 했다. 하버드 법·정책 리뷰가 “골드스틴이 미국 내에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이상적인 조직을 만들어냈다”고 찬사를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2013년 이 단체를 떠나 명문 럭거스 대학 조교수로 임용돼 2년 동안 시민행동과 관련된 법을 가르쳤다. 시민운동 투신 전에는 워싱턴디시 지역 방송사에서 티브이 뉴스 연출자로 일했다. 피디로 일하며 미국의 우수 텔레비전 콘텐츠에 주는 에미상을 10번이나 받았다.

골드스틴은 지금은 헤어진 동성 파트너와 2002년엔 버몬트주에서 합법적인 동성 결혼식을 치렀다. 뉴욕타임스가 이를 결혼섹션에서 다뤘는데, 섹션 최초의 게이 커플 결혼 소개였다. 골드스타인은 이때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05년 유대교 성직자 랍비 양성학교를 1년간 다니기도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랍비가 되기 위해 언젠가 다시 랍비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고 밝혔다. ‘게이 정체성보다는 유대인 정체성이 훨씬 크다’는 골드스틴은 자신이 게이운동가라기보다는 폭넓은 사회정의의 옹호자로 불리길 원한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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